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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소변과 균사

2026. 3. 6. · 9,076자 · 약 11분

딸의 소변과 균사 썸네일
17

균사가 벽을 타고 올라가는 속도를 재고 있을 때 경보음이 울렸다. 준혁은 배양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자를 들고 있었다. 페트리 접시 위의 흰 균사가 한나절 새 8밀리미터를 뻗었다. 기록을 적으려던 손이 경보음에 멈췄다. 벽면 패널에 붉은 글자: 3구역 정수 필터 효율 저하, 비상 자원 프로토콜 가동. 준혁은 자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배양실의 습한 공기가 무릎 뒤쪽까지 젖어 있었다.

해양 정거장 마루. 태평양 해수면 아래 40미터. 주민 3400명이 사는 원통형 수중 구조물이었다. 가장 가까운 육지까지 1200킬로미터. 보급선은 분기에 한 번. 그 사이 마루는 자체 순환으로 버텼다. 물은 정수돼 돌고, 음식 찌꺼기는 분해돼 비료가 되고, 이산화탄소는 해조류가 먹어 산소를 뱉었다. 준혁이 키우는 균류는 유기 폐기물을 분해하는 핵심 고리였다. 죽은 식물, 음식 잔여물, 사람의 배출물까지. 균사가 분해하지 못하면 마루의 순환은 막혔다.

준혁은 배양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새벽 5시. 야간 조명의 주황빛이 곡선 복도의 바닥에 깔려 있었다. 마루의 복도는 원통 구조를 따라 완만하게 휘어져서, 한참 걸으면 출발점이 저 앞에 보였다. 준혁은 그 곡선 위를 걸으며 딸의 숙소를 지나쳤다. 문 아래로 빛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자고 있을 것이었다. 서하. 열일곱. 마루에서 태어나 마루에서 자랐다. 바다 위의 세상은 영상으로만 봤다.

서하에게는 신장이 하나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마루의 의료 시설로 관리가 가능했지만, 수분 섭취량을 늘려야 했고, 단백질 배출량이 일반인보다 높았다. 서하의 소변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정수 시스템에 미세한 부하를 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비상 자원 프로토콜이 가동되면 달라질 수 있었다.

중앙 관제실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준혁이 도착했을 때 자원 배분 위원회 의장이 벽면 화면 앞에서 데이터를 설명하고 있었다. 3구역 정수 필터가 열화돼 처리 효율이 떨어졌고, 여분 필터가 없었다. 보급선까지 47일. 의장이 말했다.

“47일 동안 3구역 800명의 식수를 관리해야 합니다. 물 배급을 줄이거나, 배분 방식을 바꾸거나.”

위원 한 명이 끼어들었다.

“연결 교환 규칙을 적용하자. 개인 생체 데이터 기반으로 차등 배분하면 효율이 올라가.”

준혁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연결 교환 규칙. 준혁은 6개월 전 위원회 회의록에서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검토만 하고 보류됐다. 핵심은 단순했다. 자원 부족 시, 주민의 체중과 활동량과 대사율과 수분 배출량을 시스템에 입력해 개인별 물 배급을 차등 산정한다. 대사율이 높은 사람은 더 받고, 낮은 사람은 덜 받는다. 시스템에 부하를 주는 배출을 하는 사람은 배급이 조정된다. 준혁의 머릿속에서 서하의 얼굴이 떠올랐다. 단백뇨. 정수 시스템에 부하를 주는 배출. 서하의 신장 데이터가 자원 배분 변수가 된다는 뜻이었다.

준혁이 손을 들었다.

“생체 데이터를 배분에 쓰면, 질병이 있는 주민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안 위원이 봤다.

“불이익이 아니라 최적화야. 시스템에 부하를 주는 사람이 조정을 받는 건 합리적이지.”

준혁이 답했다.

“질병은 선택이 아닙니다.”

제안 위원이 말했다.

“여기서 뭐가 선택이야? 네가 내쉬는 이산화탄소가 내 해조류 양분이고, 네 소변이 내 식수의 원료야. 마루에서는 몸이 곧 인프라야. 인프라에 부하가 걸리면 조정하는 게 당연하잖아.”

준혁은 입을 다물었다. 반박이 아니라,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투표 결과: 찬성 5, 반대 2. 준혁은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규칙은 시행됐다. 관제실을 나오는 준혁의 발걸음이 빨랐다. 곡선 복도를 걸었다. 벽 안쪽에서 정수 시스템이 물을 밀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윙, 하는 저음.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소리였다. 지금은 그 소리가 서하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3구역 복도를 지나자 식당에서 아침 준비를 하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해조류로 만든 단백질 블록을 굽는 냄새. 마루의 아침은 항상 이 냄새로 시작됐다. 서하의 숙소로 갔다. 문을 열자 서하가 작은 책상에 앉아 태블릿으로 뭔가를 보고 있었다. 준혁이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아빠 왜 이렇게 일찍?”

준혁이 서하 맞은편에 앉았다. 서하의 얼굴이 태블릿의 푸른 빛을 받고 있었다. 준혁의 아내가 서하를 낳고 2년 뒤에 육지로 돌아갔다. 서하는 준혁과 남았다. 마루에서.

“비상 프로토콜이 가동됐어.”

준혁이 말했다. 서하가 봤다.

“물 부족?”

준혁이 끄덕였다.

“47일 동안 배급이 달라져. 생체 데이터 기반으로.”

서하의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내 데이터도 들어가는 거지?”

준혁이 잠시 멈췄다.

“시스템에 네 신장 데이터가 입력되면, 단백뇨 때문에 배급이 조정될 수 있어.”

서하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줄어든다는 거야, 늘어난다는 거야?”

준혁이 답했다.

“모르겠어. 정수 부하로 보면 줄고, 의료 필요로 보면 늘어야 해. 하지만 알고리즘이 의료 데이터는 안 봐. 부하만 봐.”

서하가 창밖을 봤다. 관측 창 너머로 해수의 어두운 푸른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러면 내 몸이 민폐인 거네.”

준혁은 그 말에 숨이 막혔다. 서하가 웃었다.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괜찮아. 원래 여기서는 다 연결돼 있잖아. 내 소변이 남의 물이 되는 거 알아. 어릴 때부터.”

서하가 일어나 관측 창 앞에 섰다. 해수의 푸른빛이 서하의 어깨와 목에 내려앉았다. 준혁은 서하의 등을 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하가 말했다.

“근데 예전에는 그냥 물이 돌았잖아. 이제는 내 신장이 몇 퍼센트 기능하는지가 물 배급을 정하는 거잖아. 그게 좀.”

서하가 말을 멈추고 창에 손가락을 대고 유리에 작은 원을 그렸다.

“좀 벌거벗은 느낌이야.”

시행 3일째, 준혁은 배양실에서 균사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었다. 균사가 유기 폐기물을 분해하는 속도가 평소보다 느렸다. 물 배급이 줄면서 음식물의 수분 함량이 달라졌고, 균류의 분해 효율이 떨어졌다. 준혁이 페트리 접시를 들어 조명에 비춰 봤다. 균사의 끝이 갈라져 있었다. 수분이 부족하면 균사가 이렇게 됐다. 사람의 물이 줄면, 음식의 물이 줄고, 쓰레기의 수분이 줄고, 균류가 느려지고, 분해가 늦어지고, 비료가 줄고, 해조류가 줄고, 산소가 줄었다. 준혁의 균사 끝 하나에 마루 전체의 순환이 매달려 있었다.

시행 5일째, 서하가 의료실에서 정기 검진을 받고 돌아왔다. 저녁에 준혁의 숙소로 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서하의 얼굴이 평소와 달랐다. 입술이 얇게 다물려 있었다.

“의료실에서 검진 결과를 자원 시스템으로 바로 보내더라.”

준혁이 봤다.

“동의했어?”

서하가 고개를 저었다.

“동의를 안 구했어. 비상 프로토콜 아래서는 의료 데이터가 자동으로 시스템에 공유된대. 나 몰래.”

준혁의 손이 멈췄다.

“누가 그래?”

서하가 답했다.

“의료 담당이. 비상 프로토콜 조항에 있대.”

준혁이 벽면 패널을 켜고 프로토콜 문서를 검색했다. 조항이 있었다. 비상 시 의료 데이터의 자원 관리 시스템 연동, 개별 동의 면제. 6개월 전 회의록에는 없던 조항이었다. 시행령에 추가된 것이었다.

준혁은 의료실로 갔다. 야간이라 의료 담당 한 명만 있었다. 모니터 앞에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준혁이 물었다.

“서하의 검진 결과가 자원 시스템으로 넘어갔다던데.”

의료 담당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봤다.

“비상 프로토콜이야. 내가 정한 게 아니야.”

준혁이 봤다.

“17살 아이의 신장 기능 수치가 물 배급 알고리즘에 들어갔어.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

의료 담당이 한숨을 쉬었다.

“알아. 단백뇨 수치가 높으면 정수 부하 점수가 올라가고, 배급이 줄어. 나도 불편해.”

준혁이 말했다.

“불편한 게 아니라 위험해. 3400명의 정거장에서 구역과 나이와 배출 데이터를 조합하면 서하가 누군지 알 수 있어. 신장이 하나라는 것까지.”

의료 담당이 손을 비볐다.

“나도 처음에 반대했어. 하지만 시스템이 의료 보정 없이 돌아가면 질환자가 물을 못 받아서 쓰러져. 의료 데이터를 넣어야 오히려 질환자가 더 받을 수 있어.”

준혁이 멈췄다.

“더 받을 수도 있다고?”

의료 담당이 끄덕였다.

“의료 보정이 들어가면 신장 질환자는 물이 늘어. 하지만 그 대가로 네 딸의 의료 기록이 시스템에 올라가는 거지.”

준혁은 의료실을 나와 복도에 섰다. 곡선 복도의 저편에서 정수 시스템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이 벽 안쪽을 흐르고 있었다. 이 물의 일부는 서하의 몸을 지나온 것이었다. 준혁은 벽에 손을 댔다. 물이 흐르는 미세한 진동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오른손을 왼손 위에 포갰다. 양손의 체온이 섞였다. 이 체온도 마루의 냉각 시스템을 거쳐 해수로 빠져나갈 것이었다. 준혁은 손을 벽에서 뗐다가 다시 댔다. 진동의 리듬을 세어 봤다. 3초에 한 번. 정수 펌프의 주기. 심장 박동보다는 느리고, 호흡보다는 빨랐다. 이 리듬 사이에 준혁이 있었다. 밤의 정거장은 주간보다 조용해서 진동이 더 선명했다. 바닥에서도 미세한 울림이 올라왔다. 정수 펌프의 리듬. 심장 박동과 비슷한 간격이었다. 준혁은 손을 뗐다. 복도를 더 걸어 정거장 외벽의 관측 창 앞에 섰다. 해수면 아래 40미터. 관측 창 너머로 심해의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가끔 생물 발광을 가진 심해 생물이 지나갔다. 푸른 점이 어둠 속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다 사라졌다. 잠시 뒤 초록빛이 나타났다. 발광 해파리였다. 촉수가 느리게 펄럭이며 관측 창 앞을 지나갔다. 해파리의 빛이 유리를 통해 준혁의 얼굴 위에 내려앉았다. 초록빛이 이마를 스치고, 사라졌다. 저 밖의 생물은 자기 몸이 인프라인지 자원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빛났다. 준혁은 창에 이마를 댔다. 유리가 차가웠다. 해수의 온도. 12도.

시행 8일째 아침, 준혁이 배양실로 가는 길에 3구역 식당을 지났다. 벽면 게시판에 자원 배분 현황이 표시돼 있었다. 이름은 없었지만, 구역별 연령대별 배급량이 막대그래프로 나와 있었다. 10대 그룹의 막대가 유독 짧았다. 옆에 서 있던 주민이 동행에게 말했다.

“10대 중에 배급이 특이하게 높은 사람이 하나 있어. 의료 보정 때문이래.”

동행이 봤다.

“질병이 있다는 거야?”

첫 번째 주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지. 하지만 10대가 몇 명이나 되겠어.”

준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심장이 빨라졌다. 3구역에 사는 10대는 60명이 채 안 됐다. 의료 보정을 받는 10대는 더 적었다. 데이터만으로 서하에게 도달하는 데 몇 단계면 충분했다. 준혁은 배양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페트리 접시 앞에 앉아 균사의 끝을 확대경으로 봤다. 갈래가 셋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뻗고 있었다. 균사는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간다. 뚫지 못하면 우회한다. 준혁은 우회로를 찾아야 했다.

그날 저녁 서하가 준혁의 숙소에 왔다. 문을 열자마자 말했다.

“은수가 물어봤어. 너 왜 물 많이 받냐고.”

준혁이 봤다.

“뭐라고 했어?”

서하가 신발을 벗고 들어와 침대에 앉았다.

“그냥 원래 그렇다고. 근데 은수가 자기 엄마한테 들었대. 의료 보정 받는 애가 있다고. 10대에서.”

준혁이 숨을 참았다. 서하가 이불 위에 누웠다. 천장을 보며 말했다.

“알고리즘이 나한테 물을 더 줘서 다른 사람 물이 줄었잖아. 그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거 당연하지.”

준혁이 서하 옆에 앉았다.

“당연하지 않아.”

서하가 웃었다. 이번에는 진짜 웃음이었다. 씁쓸한 쪽의.

“아빠, 여기서 비밀 같은 거 없어. 내 소변이 저 사람들의 물이 되는 곳에서 내 신장이 비밀일 수 있어?”

준혁이 답하지 못했다. 서하가 천장을 보며 말했다.

“은수한테 말할까 봐. 그냥 나 신장 하나야, 라고. 그러면 소문이 아니라 내 말이 되잖아.”

준혁이 봤다.

“네가 결정해.”

서하가 고개를 돌려 준혁을 봤다.

“아빠는 싫지?”

준혁이 잠시 생각했다.

“네가 말하는 건 괜찮아. 시스템이 말하는 건 안 괜찮고.”

서하가 끄덕였다.

“그 차이지. 내가 하는 거랑 시스템이 하는 거랑.”

준혁은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숙소의 좁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천장의 환기구에서 약간 차가운 바람이 내려오고 있었다. 해조류가 만든 산소가 섞인 바람. 준혁은 눈을 감고 숨을 쉬었다. 들숨에 가슴이 부풀고, 날숨에 가라앉았다. 이 숨이 환기구를 타고 배양실로 갈 것이었다. 준혁의 숨이 해조류를 먹이고, 해조류의 산소가 서하의 폐를 채웠다. 눈을 떴다. 천장의 작은 얼룩이 보였다. 습기가 만든 곰팡이 흔적. 준혁은 그 얼룩의 패턴을 읽었다. 균사가 퍼지는 방향으로 보아 환기구 쪽에서 습기가 유입되고 있었다. 직업병이었다. 어디서든 균사를 읽었다. 준혁은 일어나 세면대에서 물을 한 컵 받았다. 마셨다. 이 물이 내일 준혁의 소변이 되고, 정수 시스템을 거쳐 누군가의 식수가 될 것이었다. 준혁의 신장은 두 개 다 있었다. 서하에게 하나를 줄 수 있었다면. 하지만 마루에서 장기 이식 수술은 불가능했다. 시설이 없었다. 서하는 하나의 신장으로 살아야 했다.

시행 11일째 밤, 준혁은 해조류 배양실에 들렀다. 정거장 외벽 쪽, 투명한 벽 너머로 해수의 어두운 푸른빛이 보이는 곳이었다. 배양 탱크 안에서 해조류가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탱크의 조명이 엽록소를 통과해 연한 초록빛으로 변했고, 그 빛이 배양실 전체를 수중 숲처럼 물들이고 있었다. 준혁은 그 빛 속에 서서 숨을 쉬었다. 들숨. 날숨. 이 해조류가 마루의 산소를 만들었다. 준혁이 내쉬는 이산화탄소가 해조류의 양분이 됐고, 해조류가 만든 산소가 서하의 폐로 돌아왔다. 이 순환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순환이 서하의 신장 수치까지 삼키게 둘 수는 없었다.

시행 12일째, 준혁은 위원회에 수정안을 제출했다. 의료 보정 데이터를 시스템에서 분리하고, 질환자의 추가 배급은 의료실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안. 시스템에는 의료 데이터가 올라가지 않지만, 질환자는 필요한 물을 받을 수 있었다. 의장이 물었다.

“별도 지급이면 의료실 물 재고를 따로 확보해야 해. 어디서 빼?”

준혁이 답했다.

“배양실 세척수를 줄이겠습니다. 제 균류 배양 효율이 떨어지지만, 3일 주기를 4일로 늘리면 하루 50리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의장이 봤다.

“균류 효율이 떨어지면 유기물 분해가 느려져.”

준혁이 끄덕였다.

“느려집니다. 하지만 47일은 버틸 수 있어요. 제가 수동으로 보완하겠습니다.”

위원회는 논의 끝에 수정안을 4대 3으로 통과시켰다. 의료 보정 데이터가 시스템에서 내려갔다. 서하의 추가 배급은 의료실에서 별도로 나왔다. 화면에서 10대 그룹의 이상한 막대가 사라졌다. 대가는 준혁의 배양실에서 나왔다. 세척수가 줄면서 균사의 성장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준혁은 매일 새벽에 배양실에 나와 수동으로 기질을 뒤집고, 습도를 조절하고, 균사의 끝이 마르지 않도록 스프레이를 뿌렸다. 4시간이던 작업이 6시간으로 늘었다. 준혁의 손이 거칠어졌다. 균류 배양액의 산성이 피부를 갈라놓았다. 관절이 쑤셨다. 쉰 살이 넘은 몸이 새벽 작업을 매일 버티는 것은 쉽지 않았다. 15일째 되는 날 새벽, 준혁은 배양 탱크의 기질을 뒤집다가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묵직했다. 준혁은 탱크 가장자리를 잡고 잠시 멈췄다. 배양실의 조명이 균사의 흰 표면을 비추고 있었다. 균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고 있었다. 준혁이 허리를 다치든, 손이 갈라지든, 균사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균사에게 필요한 것은 습도와 온도와 기질뿐이었다. 준혁은 허리를 펴고 작업을 계속했다. 균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일. 서하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지키는 일.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 준혁의 44일이었다.

시행 20일째, 서하가 배양실로 준혁을 찾아왔다. 준혁이 무릎을 꿇고 페트리 접시를 살피고 있었다. 서하가 배양실 문에 서서 말했다.

“아빠 손 갈라졌어.”

준혁이 손을 봤다. 검지와 중지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

“배양액 때문이야. 괜찮아.”

서하가 들어와 준혁 옆에 쪼그려 앉았다. 페트리 접시 안의 균사를 봤다.

“느려졌네.”

준혁이 끄덕였다.

“세척수를 줄여서. 하지만 자라고 있어.”

서하가 준혁의 손등을 봤다. 갈라진 피부, 불어난 관절. 서하가 말했다.

“나 때문이잖아.”

준혁이 고개를 저었다.

“시스템 설계의 문제야.”

서하가 봤다.

“거짓말. 의료 보정 데이터 내리려고 배양실 물을 줄인 거잖아. 다 알아.”

준혁이 서하를 봤다. 서하의 눈이 젖어 있었다.

준혁이 장갑을 벗고 서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 신장 데이터가 3400명의 화면에 뜨는 것보다 내 손이 좀 트는 게 나아.”

서하가 고개를 저었다.

“아빠 몸도 마루의 일부잖아. 아빠가 균사 못 키우면 마루 전체가 느려져. 나 하나 때문에 그러면 안 돼.”

준혁이 잠시 멈췄다. 서하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준혁의 몸도 마루의 순환 안에 있었다. 준혁이 쓰러지면 균류 배양이 멈추고, 유기물 분해가 늦어지고, 마루 전체가 느려졌다. 하지만 준혁은 답했다.

“내가 선택한 거야. 그게 중요해.”

서하가 준혁의 갈라진 손가락을 잡았다. 배양실의 습한 공기 속에서 둘의 체온이 만났다.

보급선이 도착한 것은 44일째였다. 새 정수 필터가 설치됐다. 비상 프로토콜이 해제됐다. 배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준혁은 배양실 세척수를 원래 주기로 되돌렸다. 균사가 다시 빠르게 자랐다. 페트리 접시 위의 흰 균사가 하루 만에 12밀리미터를 뻗었다. 경보 전날 8밀리미터에서 4밀리미터가 늘었다. 세척수의 차이. 준혁은 그 4밀리미터를 재며 손등의 갈라진 피부를 봤다. 아직 낫지 않았다. 피부가 재생되는 속도는 균사가 자라는 속도보다 느렸다. 준혁은 자를 들고 균사의 길이를 쟀다. 12밀리미터. 기록했다. 그리고 자기 검지의 갈라진 틈을 봤다. 3밀리미터쯤 벌어져 있었다. 이것도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어디에도 입력하지 않았다. 준혁의 손상은 준혁의 것이었다.

저녁에 서하가 배양실에 왔다. 준혁이 기록을 적고 있었다. 서하가 페트리 접시를 들여다봤다.

“빨라졌다.”

준혁이 끄덕였다.

“세척수 돌아왔으니까.”

서하가 접시를 내려놓고 준혁의 손을 잡았다. 갈라진 검지를 만졌다.

“이거 다 나으려면 2주는 걸리겠다.”

준혁이 웃었다.

“균사보다 느려.”

서하가 웃었다. 이번에는 진짜 웃음. 배양실의 습한 공기 속에서 서하의 웃음이 퍼졌다. 배양실의 환기구를 통해 그 숨이 나가고, 해조류에게 갈 것이었다. 하지만 서하의 숨은 서하의 것이었다. 연결된 세계에서, 숨은 나눠도 데이터는 나누지 않을 수 있었다. 그 가능성이 준혁의 갈라진 손에서 자라고 있었다. 균사처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내 몸이 만드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자원이 되는 세계에서, 내 질병 기록마저 공유 자원이 되어야 할까요? 연결의 효율과 개인의 경계 사이에서 무엇을 지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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