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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지 않는 아침

2026. 3. 11. · 9,209자 · 약 11분

깨어나지 않는 아침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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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하가 깨어나지 않은 것은 화요일 아침이었다. 알람이 울렸다. 6시. 서연은 눈을 떴다. 옆에서 준하가 누워 있었다. 눈이 감겨 있었다. 숨을 쉬고 있었다.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서연은 준하의 어깨를 흔들었다. 반응이 없었다. 다시 흔들었다. 준하의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근육에 힘이 없었다. 서연은 준하의 볼을 가볍게 때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준하의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동공이 있었다. 움직이고 있었다. 좌우로, 빠르게. 렘수면의 눈. 그런데 서연이 손가락을 치우자 눈꺼풀이 다시 닫혔다. 서연은 준하의 손목을 잡았다. 맥박이 뛰고 있었다. 분당 52회. 평소보다 느렸다. 서연은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11분이 걸렸다. 서연은 그 11분 동안 준하의 옆에 앉아 있었다. 준하의 가슴이 규칙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살아 있었다. 그런데 깨어나지 않았다. 서연은 준하의 이름을 불렀다. 한 번. 두 번. 열두 번. 준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준하의 체온은 35.4도였다. 정상보다 1도 이상 낮았다. 혈압 90에 58. 혈당 64. 구급대원이 준하의 눈꺼풀을 열고 펜라이트를 비췄다. 동공이 수축했다. 반사는 있었다. 구급대원이 서연에게 물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느냐고. 서연은 대답했다. 메타솔브. 두 사람 다.

메타솔브. 대사 통합 조절제. 3년 전 출시. 주 1회 피하주사. 제조사 넥스젠 파마. 식욕, 수면, 체온, 감정 변동을 단일 경로로 조절한다. 복용하면 수면 4시간으로 완전 회복. 공복감이 사라진다. 체온이 36.5도에 고정된다. 감정의 진폭이 줄어든다. 기쁨과 슬픔 사이의 거리가 짧아진다. 서연과 준하는 메타솔브를 2년 동안 맞아 왔다. 서연은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4시간만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20시간이었다. 준하는 프리랜서 번역가였다. 감정 변동이 줄어들자 마감에 흔들리지 않게 됐다고 했다. 메타솔브를 맞기 전, 서연은 하루에 8시간을 잤다. 주말에는 10시간. 그래도 피로가 쌓였다. 메타솔브 이후로 서연은 새벽 1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났다. 피로가 없었다. 커피를 끊었다. 낮잠이 사라졌다. 회사 동료 중 메타솔브를 맞지 않는 사람은 서연이 아는 한 2명이었다. 그 2명은 야근을 버티지 못해 결국 퇴사했다. 두 사람 모두 메타솔브 이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병원 응급실. 준하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모니터에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가 떠 있었다. 뇌파 측정 장치가 준하의 이마에 부착되어 있었다. 담당의가 서연에게 말했다. 뇌파상으로는 각성 상태라고. 베타파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그런데 신체는 완전한 수면 상태라고. 근육 이완, 체온 저하, 심박 감소. 뇌는 깨어 있는데 몸이 잠들어 있다고.

서연은 마른 입술을 열었다.

“깨어 있다니요? 그럼, 제 말 듣고 있다는 거잖아요?”

담당의가 차트를 넘겼다.

“뇌파상으로는요. 베타파가 활성화된, 명백한 각성 상태입니다. 다만... 그 신호가 몸으로 전달되지 않는 겁니다. 일종의 단절 상태랄까요. 뇌는 소리치고 있는데, 몸이 듣지 못하는 거죠.”

서연은 커튼 너머로 다른 환자의 모니터 소리를 들었다. 삐, 삐, 삐. 규칙적인 심박음. 준하의 모니터도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서연은 준하의 손을 잡았다. 손이 따뜻하지 않았다. 미지근했다. 체온이 35.4도인 사람의 손. 서연은 준하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손가락이 서연의 손 안에서 축 처져 있었다. 서연은 준하의 귀에 대고 말했다.

“준하야. 나 서연이야. 들려?”

모니터의 뇌파가 미세하게 변했다. 담당의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베타파의 진폭이 순간적으로 튀었다.

“보세요. 청각 자극에 뇌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듣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서연은 숨을 멈췄다. 떨리는 손으로 준하의 손을 더 꽉 쥐었다. 듣고 있구나. 이 모든 걸, 내 목소리까지. 눈도 못 뜨고,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한 채, 자기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대답도 못 하면서.

서연은 병실을 나와 복도에 섰다. 복도의 형광등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같은 간격으로 빛이 반복됐다. 서연은 넥스젠 파마의 고객 상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3번 만에 연결됐다. 상담원이 말했다. 메타솔브의 부작용으로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서연이 증상을 설명했다. 뇌파는 각성인데 신체가 수면 상태라고. 상담원이 잠깐 보류를 걸었다. 2분 뒤 다시 연결됐다. 의학 자문팀으로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다시 보류. 4분. 연결이 끊겼다. 서연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연결되지 않았다.

서연은 휴대폰으로 검색했다. '메타솔브 수면 장애. ' 결과가 떴다. 커뮤니티 게시글. 3주 전 올라온 글이었다. '남편이 메타솔브 복용 중 잠에서 깨어나지 못합니다. 병원에서는 원인 불명이라고 합니다. ' 댓글이 47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저도 같은 증상입니다. 아내가 4일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뇌파는 정상인데 눈을 뜨지 못한다고 합니다. ' '넥스젠에 연락했지만 부작용이 아니라고 합니다. '

서연은 게시글의 날짜를 확인했다. 가장 오래된 것이 5주 전이었다. 5주 동안 이런 사례들이 쌓이고 있었는데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넥스젠의 시가총액은 124조 원이었다. 메타솔브 매출이 연간 28조 원. 서연은 게시글을 읽으며 손가락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댓글을 더 읽었다.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넥스젠 임상 3상 데이터에 반수면 사례가 12건 보고되어 있습니다.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내부 보고서 번호 알에이-0447. ' 작성자의 아이디가 삭제되어 있었다. 댓글만 남아 있었다.

서연은 병실로 돌아왔다. 준하가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다. 숨을 쉬고 있었다. 서연은 준하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미지근했다. 체온이 35.2도로 더 내려가 있었다. 간호사가 들어와 보온 담요를 덮어 줬다. 서연은 준하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준하의 얼굴을 봤다. 평소 잠든 얼굴과 달랐다. 평소에는 입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지금은 입이 닫혀 있었다. 턱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를 악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연은 준하의 턱을 만졌다. 근육이 경직되어 있었다. 잠든 사람의 턱이 아니었다.

서연은 자기 주사 일정을 확인했다. 다음 메타솔브 주사는 목요일이었다. 이틀 뒤. 서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신의 몸을 살폈다. 마지막 주사를 맞은 것은 지난 금요일이었다. 5일 전. 보통 주 1회 주사로 7일을 버틴다. 5일째인 지금, 서연의 체온은 정상이었다. 36.5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감정도 평탄했다. 아직 약효가 남아 있었다.

준하의 마지막 주사는 지난 토요일이었다. 4일 전. 준하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은 화요일. 주사 후 72시간 뒤.

서연은 커뮤니티 게시글을 다시 열었다. 댓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언급한 댓글들을 찾았다. '주사 후 3일째', '72시간쯤', '나흘째 아침'. 모두 주사 후 72시간 전후였다. 서연은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액정이 삐걱거렸다. 자기 마지막 주사가 금요일이었다. 72시간은 월요일이었다. 어제. 서연은 어제 밤 잠을 잤다. 5시간. 메타솔브 복용 전의 수면 시간이었다. 약효가 빠지고 있었다. 서연은 제 손을 들어 올렸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심장이 멋대로 뛰는 건 공포 때문일까, 아니면 약효가 다해 조절이 풀린 탓일까. 차가운 금속 맛이 입안에 번졌다. 배에서 소리가 났다. 공복감. 2년 만에 처음 느끼는 배고픔이었다. 위가 수축하는 감각이 낯설었다. 서연은 자판기에서 주스를 사서 마셨다. 달았다. 메타솔브를 복용하는 동안 단맛에 대한 반응이 무뎌져 있었다. 지금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았다. 서연의 몸이 약 없이 세상을 감각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수요일 새벽. 서연은 병원 의자에서 잠이 들었다. 꿈을 꾸지 않았다. 3시간 뒤 깨어났다. 목이 뻣뻣했다. 준하가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다. 모니터에 심박수 48. 체온 34.9도. 더 내려가고 있었다.

서연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갔다. 담당 간호사에게 물었다. 메타솔브 관련 입원 환자가 더 있느냐고. 간호사가 잠깐 머뭇거렸다.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는 눈빛이었다. 간호사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 환자, 더 있어요. 5층에만 세 분.”

그녀가 서연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어제 넥스젠에서 나왔다 갔어요. 차트 다 복사해 가면서... 가족들한텐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고요.”

서연은 5층으로 올라갔다. 병동 끝 병실. 침대 3개에 환자 3명이 누워 있었다. 모두 눈을 감고 있었다. 모두 같은 자세. 모두 뇌파 모니터가 부착되어 있었다. 첫 번째 침대의 환자 옆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40대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서연이 다가가자 고개를 들었다.

“당신도요?”

여자가 물었다.

“네. 남자친구가.”

여자가 마른 입술을 뗐다.

“우리 그이는... 닷새째예요.”

목소리가 실낱처럼 떨렸다.

“처음엔 35도더니... 이젠 34도. 매일 0.2도씩, 계속... 계속 떨어져요. 근데 아무도, 아무도 왜 그런지 모른대요.”

서연은 두 번째 침대를 봤다. 젊은 여자가 누워 있었다. 보호자가 없었다. 침대 옆 테이블에 메타솔브 주사기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미사용. 다음 주사를 맞지 못한 채 반수면에 빠진 것이었다. 차트에 적힌 체온. 34.2도. 입원 5일째. 세 번째 침대. 남자가 누워 있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체온이 낮은데 땀이 났다. 자율신경계가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서연은 병실을 나와 계단에 앉았다. 72시간. 메타솔브가 체내에서 반감기를 넘기는 시점. 72시간. 약효가 몸에서 빠져나가면서, 뇌와 몸을 잇던 선이 끊어지는 시간. 깨어나라는 비명은 뇌 안에서만 맴돌고, 몸은 깊은 잠의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서연은 계단에 앉아 제 손을 내려다봤다. 이 손이 내일은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꼼짝없이, 이 몸 안에 갇히는 것이다.

서연은 자기 체온을 재 봤다. 36.3도. 정상 범위. 하지만 어제보다 0.2도 낮았다. 서연은 목요일 주사 일정을 떠올렸다. 내일. 주사를 맞으면 약효가 다시 7일간 유지된다. 자율신경계가 다시 안정된다. 72시간의 고비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

서연은 준하의 병실로 돌아왔다. 준하의 손을 잡았다. 손이 차가웠다. 체온이 34.7도. 보온 담요 두 장이 덮여 있었다. 서연은 준하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준하야. 나 내일 주사 맞아야 해. 안 맞으면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어.”

뇌파 모니터가 움직였다. 베타파의 진폭이 커졌다. 준하가 듣고 있었다.

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근데... 내가 주사를 맞아 버리면, 그럼 다 없던 일이 되겠지. 넥스젠은 그냥 덮을 거고. 부작용 같은 건 아니라고. 그렇게 나만 멀쩡해지면... 그럼 되는 거야, 준하야?”

뇌파가 다시 변했다. 알파파와 베타파가 교차했다. 준하의 뇌가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었다. 서연은 준하의 손을 꽉 쥐었다. 준하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서연은 그것을 느꼈다. 손가락 하나가 서연의 손바닥을 눌렀다. 약하게. 그리고 다시 축 늘어졌다.

서연은 준하의 손을 내려놓지 않았다. 목요일 주사를 맞지 않으면 금요일이 72시간. 서연도 반수면에 빠질 수 있다. 빠지면 준하처럼 눈을 뜰 수 없고,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자기 심장 소리만 듣게 된다. 눈을 감자 어둠이 덮쳐왔다. 쿵, 쿵, 쿵. 귓가에 내 심장 소리만 가득 찼다. 내쉬고, 들이쉬는 숨소리. 그리고 누군가 내 손을 잡은 감각. 그게 세상의 전부가 되는 감각. 그게 전부.

서연은 주머니에서 메타솔브 주사기 케이스를 꺼냈다. 다음 주사분. 미리 받아 둔 것이었다. 투명한 액체가 들어 있는 프리필드 시린지. 서연은 케이스를 열었다. 주사기를 꺼냈다. 캡을 돌렸다. 바늘이 드러났다.

서연은 자기 복부를 봤다. 메타솔브는 복부 피하에 주사한다. 서연의 복부에는 2년간의 주사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맞았다. 이번은 왼쪽 차례였다.

서연은 바늘을 피부에 가까이 가져갔다. 멈췄다. 준하의 얼굴을 봤다. 턱에 힘이 들어가 있는 얼굴. 눈 아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빠른 안구 운동. 준하의 뇌가 깨어 있다는 증거. 준하는 지금 어둠 속에 있었다. 자기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 분당 48회. 서연이 손을 잡아 줄 때 손가락을 움직인 것. 그것이 준하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서연은 주사기를 내려놓았다. 주사기가 침대 옆 테이블에 놓였다. 투명한 액체가 형광등 아래에서 빛을 받았다. 서연은 휴대폰을 들었다. 커뮤니티 게시글로 돌아갔다. 삭제된 아이디의 댓글. 내부 보고서 번호. 서연은 그 번호를 메모했다. 그리고 넥스젠 파마의 내부 고발 접수 창구를 검색했다. 없었다. 식약처 부작용 보고 시스템을 검색했다. 있었다. 서연은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 준하의 증상. 커뮤니티에서 확인한 유사 사례. 주사 후 72시간의 패턴. 내부 보고서 번호.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안 서연의 손가락이 떨렸다. 추운 것이 아니었다. 체온을 재 봤다. 36.1도. 2시간 전보다 0.2도 내려가 있었다. 약효가 빠지고 있었다. 서연은 시간을 계산했다. 마지막 주사 후 약 130시간. 반감기를 넘긴 지 오래였다. 72시간의 고비는 이미 지난 것일 수도 있었고, 아직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개인차가 있을 것이었다.

서연은 보고서 제출 버튼을 눌렀다. 제출 완료. 접수 번호가 떴다. 서연은 접수 번호를 캡처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새 글을 올렸다. 접수 번호, 보고 내용 요약, 유사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식약처에 보고해 달라는 요청.

글을 올리자 3분 만에 첫 번째 댓글이 달렸다. '감사합니다. 저도 보고하겠습니다. ' 7분 뒤 두 번째. '부산에서도 같은 사례 2건 확인했습니다. ' 서연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준하의 침대 옆으로 돌아왔다. 주사기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캡이 열린 채로. 서연은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바늘 끝에 맺힌 투명한 방울이 보였다. 한 방울. 서연은 주사기를 돌려 바늘에 캡을 다시 씌웠다. 케이스에 넣었다. 케이스를 닫았다. 가방에 넣었다.

서연은 의자에 앉아 준하의 손을 잡았다. 준하의 손이 차가웠다. 서연의 손도 차가워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체온이 비슷해지고 있었다. 서연은 눈을 감았다. 졸음이 왔다. 메타솔브를 복용하기 전의 졸음. 무겁고 끈적한 졸음. 서연은 눈을 떴다. 떠야 했다. 지금 잠들면.

서연은 일어섰다. 세면대로 가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물이 차가웠다. 피부가 당겼다. 거울에 자기 얼굴이 비쳤다. 눈 밑이 어두웠다. 메타솔브를 복용하는 동안 눈 밑에 그림자가 진 적이 없었다. 약이 빠지고 있었다. 서연의 몸이 2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2년 전의 몸이 아니었다. 2년 동안 약이 조절해 왔던 모든 것을 몸이 혼자 다시 해야 했다. 체온 조절, 수면 주기, 식욕, 감정. 몸이 기억하고 있을까. 서연은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봤다. 대답할 수 없었다.

병실로 돌아왔다. 준하의 모니터. 심박 46. 체온 34.5도. 서연은 시계를 봤다. 새벽 2시. 서연은 준하의 손을 잡고 의자에 앉았다. 졸음이 다시 밀려왔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서연은 버텼다. 버틸 수 있는 만큼. 준하의 손가락이 다시 미세하게 움직였다. 서연의 손바닥을 눌렀다. 서연은 그 감각에 집중했다. 손가락 하나의 압력. 약하지만 있었다. 거기 있었다.

새벽 3시. 서연은 화장실에 갔다. 거울 앞에서 자기 얼굴을 봤다. 피부색이 달랐다. 혈색이 빠져 있었다. 입술이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손톱도. 서연은 손톱을 눌러 봤다. 눌렀다 놓으면 분홍색으로 돌아와야 한다. 3초가 걸렸다. 평소의 3배. 말초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있었다. 서연은 자기 맥박을 재 봤다. 분당 58회. 평소 메타솔브 복용 중에는 64회였다. 맥박도 내려가고 있었다.

새벽 4시. 서연의 체온이 35.8도로 내려갔다. 손끝이 저렸다.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물러갔다. 서연은 준하의 손을 놓지 않았다. 눈이 감기려 했다. 서연은 떴다. 감기려 했다. 떴다. 그 사이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서연은 가방에서 메타솔브 케이스를 꺼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주사기가 케이스 안에 있었다. 투명한 액체. 이것을 맞으면 체온이 36.5도로 돌아온다. 졸음이 사라진다. 4시간이면 회복된다. 서연은 케이스를 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로 준하의 손을 다시 잡았다.

창밖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목요일 아침. 서연의 체온은 35.5도. 손가락이 뻣뻣했다. 준하의 체온은 34.3도. 서연은 준하의 얼굴을 봤다. 턱의 경직이 풀려 있었다. 입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평소 잠든 얼굴과 비슷해지고 있었다. 그것이 좋은 징후인지 나쁜 징후인지 서연은 알 수 없었다.

서연은 자기 손을 봤다. 준하의 손을 잡고 있는 손. 손끝이 푸르스름했다. 서연은 준하의 손끝을 봤다. 같은 색이었다. 서연은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메타솔브를 복용하는 동안 이렇게 웃어 본 적이 없었다. 감정의 진폭이 줄어들어 있었으니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낯선 감각이었다. 웃음은 멈추지 않고 흐느낌으로 변했다. 뜨거운 것이 뺨을 타고 흘렀다. 2년 만의 눈물이었다. 슬퍼서 우는 건지, 몸이 고장 나 멋대로 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메타솔브가 막아 뒀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서연은 눈물을 닦지 않았다. 볼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렸다. 턱에서 준하의 이불 위로 떨어졌다. 작은 얼룩.

서연은 테이블 위의 메타솔브 케이스를 봤다.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가방에 넣지 않았다. 침대 옆 서랍에 넣었다. 서랍을 닫았다. 그리고 준하의 손을 다시 잡았다. 두 사람의 차가운 손이 맞닿아 있었다.

간호사가 아침 회진 때 들어왔다. 서연이 의자에서 잠들어 있었다. 준하의 손을 잡은 채로. 간호사가 서연의 어깨를 흔들었다. 서연이 눈을 떴다. 눈이 떠졌다. 간호사가 물었다.

“괜찮으세요?”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눈이 떠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감겼다 떴다. 떠졌다. 아직은.

서연은 준하를 봤다. 준하의 눈은 감겨 있었다. 서연은 준하의 손을 쥐고 있던 자기 손을 봤다. 밤새 쥐고 있었던 손. 손바닥에 준하의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 붉은 자국. 준하가 밤새 서연의 손을 쥐고 있었던 것인지, 서연이 준하의 손을 쥐고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서연은 손바닥의 자국을 봤다. 자국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혈액이 돌아오면서. 서연은 창밖을 봤다. 아침 햇빛이 병실 바닥에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서연의 체온은 35.3도. 준하의 체온은 34.1도. 두 숫자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고 있었다. 서랍 안의 주사기는 닫혀 있었다.

자기 몸이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약을 맞지 않는 것은, 연인과 함께 갇히려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 몸을 되찾으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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