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록시마 켄타우리 비 궤도 정착지 '한라'에서 기후계약 감사관 임채원, 48세가 대기처리장치 3호기의 로그를 열었을 때, 숫자 하나가 눈에 걸렸다. 정착지 외벽 온도 측정값과 지구 표준국이 4.2년 전에 송신한 기준값 사이에 0.04도의 편차가 있었다. 0.04도. 일상에서는 무의미한 차이. 하지만 심우주 기후계약에서 0.04도는 난방 보조금 3건의 유효성을 결정하는 숫자였다.
한라 정착지는 프록시마 켄타우리 비의 조석 고정 면에 위치했다. 항성을 향한 면은 영구 낮, 반대편은 영구 밤. 한라는 그 경계인 황혼대에 세워져 있었다. 주간 측 표면 온도 섭씨 42도, 야간 측 영하 67도. 한라의 돔 내부는 대기처리장치가 섭씨 18도를 유지했다. 이 18도를 유지하는 비용이 정착지 에너지 예산의 61퍼센트를 차지했고, 그 비용의 40퍼센트를 지구 연합정부의 난방 보조금이 충당하고 있었다.
난방 보조금 계약은 지구 표준국의 기후 기준값에 따라 산정됐다. 기준값은 지구에서 측정한 프록시마 켄타우리 비의 대기 모델을 바탕으로 했다. 문제는 이 기준값이 4.2광년의 통신 지연을 거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채원이 지금 받은 기준값은 4.2년 전 지구에서 보낸 것이었다. 4.2년 전의 지구 모델과 현재 한라의 실측값 사이에 0.04도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었다.
0.04도의 원인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첫째, 지구의 모델이 4.2년 전 기준이라 현재 프록시마 비의 항성 활동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 프록시마 켄타우리는 플레어 별이었고, 항성 활동이 불규칙적으로 변했다. 둘째, 한라의 측정 장비가 노후화돼 오차가 발생한 것. 대기처리장치 3호기의 온도 센서는 설치 12년차였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았다. 기준값과 실측값의 편차가 0.03도를 초과하면 계약 조항에 따라 난방 보조금이 자동 정지됐다. 0.04도는 그 임계값을 넘었다. 채원이 정착지 행정관 강민호, 54세에게 보고했다. 채원이 말했다. 3호기 구역의 난방 보조금 3건이 정지 조건에 해당합니다. 민호가 봤다. 3건이면 6, 000명분이야. 채원이 끄덕이며 답했다. 네. 6, 000명의 겨울 난방이 위험합니다. 민호가 물었다. 겨울이 언제야? 채원이 답했다. 한라 궤도 주기로 23일 뒤입니다.
한라의 겨울은 지구의 겨울과 달랐다. 프록시마 비의 궤도 이심률 때문에 항성과의 거리가 주기적으로 변했고, 가장 먼 지점에서 외벽 온도가 추가로 8도 떨어졌다. 돔 내부를 18도로 유지하려면 에너지 소비가 23퍼센트 증가했다. 보조금 없이는 돔 전체를 18도로 유지할 수 없었고, 3호기 구역은 12도까지 떨어질 수 있었다. 12도. 노약자와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온도.
채원은 지구 표준국에 이의 신청을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이의 신청이 지구에 도착하는 데 4.2년, 답변이 돌아오는 데 4.2년. 왕복 8.4년. 23일 뒤 겨울이 오는데 8.4년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채원이 민호에게 말했다. 지구에 이의를 보내도 답이 올 때쯤이면 제 딸이 어른이 돼 있을 겁니다. 민호가 웃지 못한 채 봤다. 그래서 어떻게 해? 채원이 답했다.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한라 자치 조항을 활용하겠습니다.
한라 자치 조항 제17조: 지구 표준국과의 통신 지연이 1년을 초과하는 경우, 정착지 감사관은 임시 기준값을 설정할 권한이 있다. 단, 임시 기준값은 지구 기준값의 상하 0.05도 이내여야 한다. 채원의 계획은 이랬다. 한라의 실측값이 정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지구 기준값이 4.2년 전의 구식 모델이라는 것을 입증하면, 임시 기준값을 현재 실측값으로 재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면 편차가 0이 되고 보조금이 복원됐다.
증명을 위해 채원은 대기처리장치 3호기의 센서를 직접 교정하기로 했다. 센서 교정에는 외벽 접근이 필요했다. 돔 외부, 황혼대의 표면. 섭씨 영하 12도에서 영상 31도 사이를 오가는 환경. 우주복을 입고 나가야 했다. 채원은 기후계약 감사관이었지, 현장 기술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3호기 구역의 기술자 2명이 플레어 시즌 부상으로 의료 격리 중이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채원뿐이었다.
외벽 작업 전날 밤, 채원은 관사 욕실 거울 앞에 섰다. 48세의 얼굴이 비쳤다. 눈가의 주름, 볼의 건조한 피부, 프록시마의 자외선이 남긴 미세한 반점들. 채원은 거울 속 자기 눈을 보며 이름을 말했다. 임채원. 임채원. 임채원. 세 번째에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그다음 양손의 손가락을 세었다. 1, 2, 3, 4, 5, 6, 7, 8, 9, 10. 맥박을 잡았다. 15초에 18회. 정상이었다. 내일 돔 밖으로 나간다. 0.04도를 바로잡기 위해. 6, 000명의 겨울을 지키기 위해.
외벽 작업 당일. 채원이 에어로크를 통과해 돔 밖으로 나섰다. 프록시마 켄타우리의 빛이 수평선 위에 걸려 있었다. 적색왜성의 빛은 주황과 심홍의 경계, 파장 620나노미터 근처의 빛이었다. 그 빛이 황혼대의 바위와 먼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돔의 금속 외벽에 반사돼 채원의 우주복 헬멧 안으로 스며들었다. 지구의 석양을 24시간 멈춰놓은 것 같은 풍경. 하지만 이 석양은 끝나지 않았다. 프록시마의 빛은 영원한 황혼이었고, 그 황혼 속에서 한라 정착지가 빛나고 있었다. 채원은 그 광경에 3초간 멈춰 섰다. 4.2광년을 건너와 이 빛 아래에 서 있다는 사실이, 순간적으로 경외를 불렀다.
센서 패널은 돔 외벽 3층 높이에 있었다. 채원이 자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우주복 장갑을 낀 손으로 패널을 열고, 센서 모듈을 꺼냈다. 12년간 프록시마의 자외선과 입자 방사선에 노출된 센서였다. 표면이 미세하게 변색돼 있었다. 채원이 휴대용 교정기를 연결하고 기준 신호를 보냈다. 교정기의 화면에 숫자가 떴다. 센서 편차: +0.02도. 센서가 실제보다 0.02도 높게 읽고 있었다.
0.02도는 센서 오차였다. 나머지 0.02도는 지구 모델의 오차였다. 합쳐서 0.04도. 채원은 센서를 새 모듈로 교체하고, 교정 데이터를 기록했다. 센서 교체 후 실측값이 0.02도 내려갔고, 지구 기준값과의 편차는 0.02도로 줄었다. 0.02도는 임계값 0.03도 이내. 보조금 정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채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나머지 0.02도, 지구 모델의 오차도 기록해야 했다. 이 오차는 프록시마 켄타우리의 항성 활동 변화 때문이었다. 4.2년 전 지구가 모델을 만들었을 때와 현재 사이에 플레어 활동이 변했고, 항성 복사량이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채원은 한라의 천문 관측 데이터를 수집해 지구 모델과 비교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가 임시 기준값 재설정의 근거가 될 것이었다.
보고서를 한라 자치 위원회에 제출했다. 위원 5명이 검토했다. 위원장 박선영, 51세가 물었다. 센서 오차 0.02도는 교체로 해결됐고, 지구 모델 오차 0.02도는 항성 활동 변화 때문이라는 건가요? 채원이 답했다. 네. 지구의 모델이 4.2년 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항성 활동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한라의 실측 데이터가 더 정확합니다. 선영이 봤다. 임시 기준값 재설정을 승인하면 보조금이 복원됩니까? 채원이 끄덕이며 말했다. 네. 6, 000명의 난방이 유지됩니다.
에너지 엔지니어 위원 조현태, 43세가 물었다. 지구가 이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채원이 답했다. 이의 회신이 8.4년 뒤에 옵니다. 그때까지 임시 기준값이 유효합니다. 현태가 봤다. 8.4년이면 다음 계약 주기가 지나는데요. 채원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정이 선례가 됩니다. 광년 지연 환경에서 지구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를 수 없다는 선례. 선영이 잠시 생각했다. 투표합시다.
투표 결과: 찬성 4, 반대 0, 기권 1. 임시 기준값 재설정 승인. 난방 보조금 3건 복원. 6, 000명의 겨울이 지켜졌다. 채원은 위원회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돔 천장의 조명이 프록시마의 빛을 모방해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이 복도의 금속 벽에 반사돼 따뜻한 줄무늬를 만들었다. 채원은 그 줄무늬 위를 걸으며 생각했다, 0.04도가 6, 000명의 겨울을 좌우하는 세계에서, 숫자의 무게가 지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민호가 채원에게 말했다. 잘했어. 채원이 웃었다. 센서 하나 바꾸고 보고서 한 장 쓴 것뿐이에요. 민호가 봤다. 그 센서 하나와 보고서 한 장이 6, 000명을 살렸어. 채원이 잠시 멈췄다가 답했다. 살린 건 아니에요. 아직 겨울이 안 왔으니까. 민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겨울이 와봐야 알겠지.
남편 이정훈, 50세에게 저녁에 말했다. 정훈은 한라 정착지 농업돔 관리자였다. 아들 이시우, 17세는 한라에서 태어난 2세대. 채원이 말했다. 보조금 복원됐어. 정훈이 웃었다. 다행이다. 시우가 물었다. 엄마, 0.04도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채원이 답했다. 지구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숫자야. 하지만 여기서는 6, 000명이 따뜻하게 잘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야. 시우가 봤다. 왜 지구가 정하는 건데? 우리가 더 잘 알잖아. 채원이 잠시 생각했다. 맞아. 그래서 오늘 바꾼 거야. 우리가 더 잘 안다는 걸 기록으로 증명한 거야.
시우의 질문이 채원의 머릿속에 남았다. 왜 지구가 정하는 건데. 4.2광년 떨어진 곳에서 보낸 기준이 현지의 실측보다 우선하는 구조. 이 구조는 심우주 정착 초기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정착지가 자체 관측 역량을 갖추기 전, 지구의 모델에 의존해야 했던 시절의 유산. 하지만 한라는 이제 12년차 정착지였다. 자체 천문 관측소가 있었고, 대기 모델링 역량이 있었고, 12년간의 현지 데이터가 축적돼 있었다. 지구의 4.2년 전 모델보다 한라의 현재 데이터가 더 정확했다.
채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라 기후 자치 헌장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핵심 조항: 통신 지연이 2년을 초과하는 정착지는 자체 기후 기준값을 설정할 권한을 갖는다. 지구 기준값은 참조 사항이지 구속력 있는 기준이 아니다. 기후 계약은 현지 실측 데이터를 우선으로 한다.
초안을 정훈에게 보여줬다. 정훈이 읽고 말했다. 이거 지구가 수용할까? 채원이 답했다. 수용하든 안 하든 4.2년 뒤에나 알 수 있어. 그사이에 우리는 이미 이 기준으로 살고 있을 거야. 정훈이 웃었다. 기정사실화 전략이네. 채원이 웃으며 답했다. 광년 지연이 주는 유일한 이점이야. 결정하고 실행하면, 이의가 올 때쯤 이미 관행이 돼 있지.
겨울이 왔다. 프록시마 비가 궤도의 원점에 도달하면서 한라의 외벽 온도가 8도 추가 하락했다. 대기처리장치가 전력을 올렸다. 복원된 보조금 덕에 3호기 구역의 돔 내부 온도는 18도를 유지했다. 6, 000명이 따뜻하게 잤다. 채원은 겨울 첫날 밤, 관사 창으로 돔 밖을 봤다. 프록시마의 빛이 황혼대의 얼음 결정에 부딪혀 산란하고 있었다. 적색왜성의 620나노미터 빛이 얼음을 통과하며 깊은 자홍색으로 변했고, 지표면 위로 자홍빛 안개가 깔렸다. 그 빛이 돔의 유리를 통해 채원의 방으로 스며들어, 벽과 천장을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프록시마의 겨울은 이렇게 아름다웠다. 채원은 그 빛 속에서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4.2광년 밖의 별이 보내는 빛이 이 방의 색을 정하고, 이 정착지의 온도를 정하고, 6, 000명의 삶을 정하고 있었다.
겨울 셋째 주, 한라에 플레어 경보가 발령됐다. 프록시마 켄타우리가 대형 플레어를 방출했고, 고에너지 입자가 12분 뒤 한라에 도달할 예정이었다. 돔의 방사선 차폐막이 가동됐고, 외부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채원은 기후 감시실에서 대기처리장치의 상태를 모니터링했다. 플레어의 입자가 돔 외벽에 부딪히면 표면 온도가 순간적으로 급등했다가 떨어졌다. 이 급변이 센서에 노이즈를 만들었고, 노이즈가 기후 데이터를 오염시킬 수 있었다.
플레어가 도달했다. 돔 외벽에 고에너지 입자가 충돌하는 순간, 외벽의 금속 표면에서 미세한 발광이 일어났다. 입자가 금속 원자를 들뜨게 하고, 들뜬 원자가 빛을 방출하는 것이었다. 돔 전체가 0.3초간 푸른 빛으로 번쩍였다. 감시실 모니터에 붙은 채원의 얼굴이 그 빛에 물들었다. 파장 486나노미터의 수소 베타선에 가까운 빛이었다. 항성의 분노가 빛으로 번역되는 순간. 채원은 그 섬광을 보며 숨을 멈췄다. 아름다움과 위험이 같은 파장에 실려 있었다.
플레어 후 센서 데이터를 점검했다. 예상대로 노이즈가 발생해 있었다. 3호기 센서가 플레어 충격으로 0.07도의 스파이크를 기록했다. 이 스파이크를 제거하지 않으면 월간 평균에 영향을 줬다. 채원이 민호에게 말했다. 플레어 노이즈를 필터링해야 합니다. 지구 표준 프로토콜에는 플레어 노이즈 처리 방법이 없습니다. 지구에는 플레어가 없으니까요. 민호가 봤다. 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건가? 채원이 끄덕이며 답했다. 네. 한라만의 프로토콜이 필요합니다.
채원은 플레어 노이즈 필터링 프로토콜을 설계했다. 플레어 발생 전후 15분의 데이터를 격리하고, 플레어 영향을 받지 않은 시간대의 데이터로 보간하는 방식이었다. 이 프로토콜이 기후 자치 헌장의 부속 문서가 됐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심우주 정착지만의 기후 측정 표준.
시우가 학교에서 돌아와 물었다. 엄마, 오늘 플레어 때 돔이 파란빛으로 빛났어. 뭐였어? 채원이 답했다. 프록시마가 화내는 거야. 입자를 쏘면 돔이 반응해서 빛나는 거지. 시우가 봤다. 무서운 거야? 채원이 말했다. 돔이 막아주니까 괜찮아. 하지만 센서에 영향을 주니까 엄마가 데이터를 정리해야 해. 시우가 물었다. 0.04도보다 큰 오차가 생겨? 채원이 웃었다. 0.07도까지 튀었어. 시우가 봤다. 그러면 또 보조금 끊기는 거야? 채원이 답했다. 아니. 이번에는 필터링해서 빼냈어. 시우가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가 숫자 지키는 사람이구나. 채원이 웃었다. 그래, 숫자 지키는 사람이야.
정훈이 저녁에 말했다. 기후 자치 헌장, 지구가 반대하면 어떻게 돼? 채원이 답했다. 반대 통보가 오는 데 8.4년. 그 사이에 한라가 3번의 겨울을 더 나야 해. 우리 기준이 3번의 겨울을 무사히 넘기면, 그 자체가 정당성의 증거가 돼. 정훈이 봤다. 결과로 증명하는 거네. 채원이 끄덕이며 말했다. 심우주에서는 결과만이 증거야. 지구와 토론할 수 없으니까. 토론이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세 번의 겨울이 지나 있어.
겨울 마지막 주, 대기처리장치 전체 구역의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채원은 12년간의 한라 기후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놀라운 패턴이 보였다. 프록시마의 항성 활동이 3.7년 주기로 변동하고 있었다. 지구의 모델에는 이 주기가 반영돼 있지 않았다. 4.2년의 통신 지연과 3.7년의 항성 주기가 맞물리면, 지구가 보내는 기준값은 항상 항성 주기의 다른 위상에 있게 됐다. 구조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채원이 이 발견을 위원회에 보고했다. 채원이 말했다. 프록시마의 항성 활동은 3.7년 주기입니다. 지구와의 통신 지연이 4.2년이므로, 지구 기준값은 구조적으로 현재 항성 주기와 불일치합니다. 이 불일치는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물리적 한계입니다. 선영이 물었다. 해결 방법은? 채원이 답했다. 자체 기준 설정뿐입니다. 한라가 직접 3.7년 주기를 관측하고, 그에 따라 기후 계약을 갱신하는 것입니다. 현태가 끄덕이며 말했다. 결국 독립이네요. 채원이 봤다. 기후 독립이요. 정치적 독립이 아니라. 선영이 웃었다. 숫자의 독립이지.
겨울이 끝났다. 프록시마 비가 궤도의 근점으로 돌아오면서 외벽 온도가 회복됐다. 3호기 구역의 돔 내부는 겨울 내내 18도를 유지했다. 6, 000명이 무사히 겨울을 넘겼다. 의료돔에서 한겨울 저체온증 환자가 제로였다. 지난 겨울에는 14명이었다.
채원은 겨울 종료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한 문장을 추가했다. '한라 정착지 13년차 겨울, 난방 보조금 임시 기준 적용 결과: 3호기 구역 저체온증 환자 0명. 지구 기준 유지 시 예상 환자 수: 8에서 12명. ' 숫자가 말했다. 자체 기준이 지구 기준보다 6, 000명의 겨울을 더 잘 지켰다는 것을.
선영이 보고서를 읽고 채원에게 말했다. 이 보고서를 지구에도 보내자. 8.4년 뒤에 읽겠지만, 기록은 해야지. 채원이 끄덕이며 답했다. 보내겠습니다. 선영이 봤다. 그리고 기후 자치 헌장 심의를 시작하자. 채원이 말했다. 준비돼 있습니다.
시우가 학교 과제로 한라의 기후 역사를 조사하다가 채원에게 물었다. 엄마, 한라가 처음 세워졌을 때도 이런 문제가 있었어? 채원이 답했다. 있었어. 첫 해 겨울에 보조금 계산이 잘못돼서 돔 온도가 11도까지 떨어진 적이 있어. 시우가 봤다. 11도? 사람들이 어떻게 버텼어? 채원이 말했다. 담요를 나눠 쓰고, 사람들이 한 구역에 모여서 체온으로 버텼어. 시우가 잠시 생각했다. 그러면 엄마가 하는 일이 그때보다는 나은 거네. 채원이 웃었다. 그렇지. 담요 대신 데이터로 지키는 거니까.
채원은 기후 자치 헌장 초안을 한라 자치 위원회에 정식 제출했다. 심의에 3개월이 걸릴 것이었다. 그 3개월 동안에도 지구에서 보낸 기준값은 계속 도착할 것이었고, 4.2년 전의 숫자가 현재의 삶을 규정하려 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라에는 기록이 있었다. 0.04도의 편차를 추적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자체 기준을 세운 기록. 숫자를 읽는 사람이 숫자를 바꿀 수 있다는 증거. 48세의 기후계약 감사관은 다음 로그를 열었다. 대기처리장치 4호기. 오차 확인. 0.01도. 허용 범위 이내. 채원은 다음 장치로 넘어갔다. 심우주의 겨울을 숫자로 지키는 일은 계속됐다. 0.04도에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센서 하나의 오차, 모델 하나의 한계, 광년 하나의 지연. 이 세 가지가 겹쳐 6, 000명의 겨울을 위협했고, 48세의 감사관이 우주복을 입고 돔 밖으로 나가 센서를 교체하고, 보고서를 쓰고, 헌장을 발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심우주 정착이란 이런 것이었다. 숫자가 곧 생존이고, 측정이 곧 정치이고, 오차가 곧 위기인 세계. 그 세계에서 기후계약 감사관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로그가 기다리고 있었고, 다음 겨울이 3.7년 주기의 다른 위상에서 올 것이었고, 프록시마의 빛은 영원한 황혼으로 한라를 비추고 있을 것이었다. 채원은 모니터 앞에 앉아 다음 숫자를 읽기 시작했다. 4.2광년 밖의 별 아래에서, 숫자로 겨울을 지키는 일은 계속됐다. 프록시마의 황혼이 모니터 위에 주황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영원한 석양 아래에서 영원한 감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감사의 첫 줄은 언제나 같았다. 센서를 읽고, 오차를 찾고, 숫자를 바로잡는 것. 0.04도에서 시작해 6, 000명의 밤을 지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