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이 켜진 것은 7구역 외곽이었다. 은지는 방진 마스크 위로 계측기를 들어 올렸다. 미세먼지 농도 482마이크로그램. 전광판이 빨간색으로 변한 지 이미 3시간째였다. 은지는 계측기의 수치를 단말기에 입력하고 다음 측정 지점으로 걸었다. 발밑의 아스팔트가 먼지로 뿌옇게 덮여 있었다. 은지가 걸을 때마다 발자국이 찍혔다. 발자국 위로 먼지가 다시 내려앉아 천천히 지워지고 있었다. 도로 위에는 사람이 없었다. 차량도 없었다. 7구역은 실외 활동 금지 등급이었다. 은지처럼 대기질 감시원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바깥에 나올 수 있었다. 하늘은 노란빛이었다. 태양이 먼지 뒤에서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그림자가 지지 않는 오후. 올해 들어 미세먼지 '좋음' 등급이 뜬 날은 14일이었다. 나머지 72일은 전부 '나쁨' 이상이었다. 작년에는 '좋음'이 연간 47일이었고, 재작년에는 65일이었다. 매년 줄어들고 있었다. 10년 뒤에는 '좋음'이 0일이 될 수도 있었다. 누구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캡슐 케이스를 꺼냈다.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하얀 캡슐이 3알 남아 있었다. 원래 7알이어야 했다. 이번 주 배급량이 4알 줄었다. 은지는 캡슐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물 없이 삼켰다. 목구멍에 쓴맛이 걸렸다. 삼키고 나서 혀로 입천장을 훑었다. 코팅제 특유의 건조한 뒷맛이 남아 있었다.
클린 에어 캡슐. 정부가 실외 노동자에게 의무 배급하는 폐 보호제. 캡슐을 복용하면 미세먼지가 폐포에 침착되는 것을 72시간 동안 차단한다. 은지는 9년째 매일 복용하고 있었다. 감시원으로 발령받은 첫날부터. 그때 구역장이 캡슐 케이스를 건네며 말했다. 하루도 거르지 말 것. 은지는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9년 동안 3,285알. 한 알도 빠짐없이. 삼킬 때마다 쓴맛이 났고, 삼키고 나면 잊었다.
8구역으로 넘어가는 경계 도로에서 은지의 단말기가 울렸다. 배급 관리 시스템의 알림이었다. '3월 배급량 조정 안내. 7구역 이하 실외 등급 감시원 대상. 주간 배급 7알에서 5알로 변경. 사유: 원료 수급 차질. ' 은지는 알림을 닫았다. 화면이 꺼졌다. 단말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5알이면 하루에 0.7알. 72시간 주기를 맞출 수 없었다. 캡슐이 부족하면 보호 효과가 떨어졌다. 보호막에 구멍이 뚫렸다. 보호 효과가 떨어지면 폐에 먼지가 쌓였다. 은지는 캡슐 케이스를 닫고 주머니에 넣었다. 어차피 오늘 먹었으니 내일까지는 괜찮았다.
8구역 경계의 체크포인트에서 은지는 출입증을 스캔했다. 체크포인트 부스 안에 근무자가 앉아 있었다. 부스 안쪽에 공기 정화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근무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실내 등급이었으니까. 실내 등급 노동자에게는 캡슐이 선택이었다.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됐다. 실내 등급 중 캡슐을 먹는 사람은 12퍼센트에 불과했다. 나머지 88퍼센트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커피 냄새도. 비 냄새도. 봄 냄새도. 은지는 출입증을 받아 들고 체크포인트를 지나갔다. 근무자가 부스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은지는 커피잔에서 김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커피 냄새가 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은지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은지는 자기 주머니 안의 캡슐 케이스를 만졌다.
관리소에 돌아온 것은 오후 4시였다. 건물 입구의 에어 커튼이 은지의 방진복에 붙은 먼지를 날렸다. 먼지가 커튼 아래로 떨어지면서 바닥에 회색 가루가 쌓였다. 청소 로봇이 곧바로 다가와 가루를 빨아들였다. 로비에서 방진복을 벗고 탈의실로 갔다. 샤워 부스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뜨거운 물이 등을 타고 내려갔다. 은지는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봤다. 회색이었다. 먼지가 섞인 물. 샴푸 거품이 회색 물 위에 떠서 돌아갔다. 은지는 물줄기가 투명해질 때까지 3분을 더 서 있었다.
탈의실에서 나올 때 복도에서 누군가와 부딪혔다. 어깨가 부딪히면서 상대방의 캡슐 케이스가 바닥에 떨어졌다. 은지가 주워서 건넸다.
“은지 씨, 3월 배급 확인했어요?”
정민이었다. 같은 구역 감시원. 은지보다 2년 먼저 이 관리소에 배치된 사람. 정민의 손에 다시 돌아간 케이스 안에 캡슐이 2알 보였다.
“확인했어. 5알로 줄었더라.”
“줄은 정도가 아니에요. 이러면 주기 못 맞춰.”
정민이 캡슐 케이스를 흔들었다. 안에서 캡슐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딱딱한 소리. 약국에서 약통 흔드는 소리와 비슷했다.
“나 어제 캡슐 안 먹었거든. 아껴보려고. 근데 오늘 아침에 이상한 거 느꼈어.”
“이상한 거?”
정민이 목소리를 낮췄다. 은지 쪽으로 반 걸음 다가왔다.
“냄새.”
은지가 정민을 봤다.
“무슨 냄새?”
“아침에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데, 된장찌개 냄새가 나는 거야. 진짜 된장찌개 냄새. 5년 만에.”
은지의 눈이 정민에게 고정됐다.
“원래 안 나?”
정민이 은지를 봤다.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정민의 손이 은지의 팔을 잡았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손톱이 은지의 팔에 반달 모양 자국을 남겼다.
“은지 씨, 마지막으로 냄새 맡은 게 언제야?”
은지는 대답하려고 했다. 입을 열었다.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은지는 기억을 더듬었다. 냄새. 마지막으로 냄새를 맡은 것. 커피 냄새. 꽃 냄새. 비 온 뒤 흙 냄새. 체크포인트에서 본 커피잔의 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은지는 코를 만졌다. 숨은 쉬고 있었다.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냄새가 없었다. 냄새가 없다는 것을 9년 동안 인식하지 못했다. 은지의 손이 내려왔다. 손가락이 차가웠다.
정민이 은지의 팔을 놓았다. 두 사람은 복도에 서 있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만 났다. 복도의 형광등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바닥에 길게 늘였다.
“나도 그랬어.”
정민이 말했다. 정민의 목소리가 작았다.
“캡슐 안 먹기 전까지 몰랐어. 냄새가 없다는 걸. 없는 걸 잃어버렸다고 느끼려면, 먼저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하잖아.”
은지는 그날 밤 캡슐을 먹지 않았다. 72시간 주기의 마지막 캡슐을 건너뛰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 냄새도 없었다. 이불 냄새도. 자기 몸 냄새도. 은지는 베개를 코에 갖다 댔다. 세탁한 지 3일 된 베개. 아무것도 없었다. 은지는 베개를 내려놓고 천장을 봤다. 천장의 형광등이 꺼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은지는 자기 코에 손가락을 대봤다. 숨이 나오고 있었다. 따뜻한 숨. 하지만 냄새가 실려 있지 않은 숨. 은지는 손가락을 코에서 뗐다. 천장의 어둠을 봤다.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은지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 냄새도 없었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했다. 비누를 코에 가져다 댔다. 아무것도. 은지는 비누를 내려놓았다. 얼굴에 물이 흘렀다. 은지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수건에서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틀째. 은지는 관리소 앞 화단 옆을 지나갔다. 화단에는 공기 정화용 식물이 심어져 있었다. 잎이 두꺼운 관엽식물. 매일 지나치는 화단이었다. 은지는 멈추지 않고 지나갔다. 3걸음 뒤에 멈췄다. 뭔가가 코끝을 스쳤다. 희미했다. 거의 없었다. 하지만 뭔가 있었다. 은지는 돌아가서 식물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잎에 코를 가까이 댔다. 풀 냄새. 축축하고 날카로운 초록색의 냄새. 은지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손등으로 눈을 닦았다. 손등이 축축했다. 은지는 화단 앞에 쪼그려 앉은 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동료가 괜찮냐고 물었다. 은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무릎에 흙이 묻어 있었다. 은지는 흙을 털지 않았다.
3일째. 냄새가 돌아오고 있었다. 복도의 소독약 냄새. 구내식당의 밥 냄새. 탈의실의 습기 냄새. 동료의 땀 냄새. 은지의 세상이 갑자기 한 겹 더 두꺼워졌다. 소리와 빛만 있던 세계에 냄새라는 층이 추가됐다. 은지는 하루 종일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무엇이든 맡았다. 점심에 먹은 김치찌개의 냄새를 숟가락 위에서 맡았다. 복도의 벽에서 페인트 냄새를 맡았다. 자기 손등에서 비누 냄새를 맡았다. 비누 냄새가 이렇게 달콤했다는 것을 은지는 몰랐다. 아니, 알았었다. 9년 전에는 알았었다. 그 앎이 9년 동안 조용히 사라진 것이었다. 캡슐이 매일 한 알씩 은지의 코를 막았다. 3,285번. 은지는 손등의 비누 냄새를 다시 맡았다.
퇴근 후 은지는 관리소 밖으로 나갔다. 방진 마스크 없이. 1분만. 마스크를 벗고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먼지 냄새. 건조하고 쓴 냄새. 금속 같은 냄새. 9년 동안 은지가 매일 마신 공기의 냄새를 처음 맡았다. 은지는 기침을 했다. 한 번. 두 번. 폐가 반응하고 있었다. 72시간이 지나면서 캡슐의 보호막이 얇아지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폐포에 닿기 시작한 것이었다. 은지는 기침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 먼지 너머로 다른 냄새가 있었다. 아스팔트 냄새. 풀 냄새. 어딘가에서 흘러온 배기가스 냄새. 세상은 냄새로 가득했다. 9년 동안 은지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마스크를 다시 쓰고 안으로 들어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은지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갈비뼈 안쪽에서 두드리고 있었다.
정민을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만났다. 은지는 정민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도 냄새 돌아왔어.”
정민의 젓가락이 멈췄다. 정민이 은지를 봤다.
“며칠째?”
“3일째.”
“된장찌개?”
은지는 고개를 저었다.
“풀 냄새. 화단에서.”
정민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식판 위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9년이야. 우리 둘 다 9년 넘게 캡슐 먹었어. 9년 동안 냄새 없이 살았는데 아무도 몰랐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봤어?”
정민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무서워서.”
은지는 식판의 된장찌개를 봤다.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은지는 고개를 숙여 그릇에 코를 가까이 댔다. 짠 냄새. 된장 냄새. 3일 전에는 없었던 냄새. 은지는 숟가락을 들었다. 찌개를 떠서 입에 넣었다. 맛이 달랐다. 냄새가 돌아오면서 맛도 달라져 있었다. 정민이 은지를 보고 있었다. 정민의 눈이 젖어 있었다.
4일째, 은지는 관리소 지하의 자료실에 들어갔다. 대기질 측정 데이터와 감시원 건강 기록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형광등이 하얗게 켜져 있었고, 서버 랙에서 팬 소리가 낮게 울렸다. 은지는 자기 이름으로 건강 기록을 검색했다. 9년치 기록. 매년 건강 검진 결과가 저장되어 있었다. 은지는 이비인후과 항목을 열었다.
'후각 기능: 정상 범위. '
9년간 매년 '정상 범위'로 기록되어 있었다. 은지는 화면을 봤다. 9년 동안 냄새를 맡지 못했는데 '정상 범위'. 검진 세부 기록을 열었다. 후각 검사 방법: '자가 보고'. 기계 검사가 아니었다. 감시원 본인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없다'를 체크하는 방식이었다. 은지는 자기가 매년 '맡을 수 있다'에 체크한 것을 떠올렸다. 냄새를 못 맡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으니까.
정민의 기록도 검색했다. 같은 결과였다. '후각 기능: 정상 범위. ' 7구역 전체 감시원 43명의 기록을 검색했다. 43명 전원, 매년, 후각 기능 '정상 범위'. 은지는 의자에 앉아 화면을 봤다. 43명이 전부 냄새를 맡고 있다고 보고했다. 43명 중 몇 명이 실제로 냄새를 맡고 있을까. 은지는 검색 범위를 전국으로 넓혔다. 전국 실외 등급 감시원 총 1만 2,400명. 캡슐 3개월 이상 복용자 1만 2,152명. 전원 후각 기능 '정상 범위'. 은지는 화면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의자가 삐걱거렸다. 서버 랙의 팬 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1만 2,000명이 넘는 사람이 냄새 없이 살고 있었다. 아무도 모른 채.
은지는 검색어를 바꿨다. '클린 에어 캡슐 부작용'. 결과 없음. '캡슐 후각'. 결과 없음. '감각 변화'. 결과 없음. 은지는 단말기의 검색 범위를 전체 문서로 넓혔다. 일반 감시원에게는 접근 권한이 없는 내부 보고서 영역이 잠겨 있었다. 회색 자물쇠 아이콘. 은지는 자기 접근 권한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자물쇠 아이콘을 은지는 한참 봤다. 잠긴 문 너머에 답이 있었다.
은지는 자료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었다. 2층 관리 사무실 앞에서 멈췄다. 문이 닫혀 있었다. 문 옆에 카드 리더기가 있었다. 은지는 자기 카드를 댔다. 빨간불. 접근 불가. 은지는 카드를 내렸다. 리더기의 빨간불이 은지의 손등 위에서 꺼졌다.
은지는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냈다. 정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구역장 사무실 접근 코드 아는 사람 있어? ' 정민의 답장이 3분 뒤에 왔다. '왜? ' '건강 기록 열람 때문에. ' 정민이 5분 동안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은지는 단말기를 쥔 채 복도에 서 있었다. 소독약 냄새가 났다. 4일 전에는 몰랐을 냄새. 단말기가 진동했다. 숫자 6자리가 왔다. 그 아래에 한 줄. '조심해. '
그 밤 11시. 은지는 관리소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의 비상등이 은지의 발치를 비췄다. 구역장 사무실. 카드 리더기에 번호를 입력했다. 손가락이 한 번 미끄러졌다. 다시 입력했다. 초록불. 문이 열렸다. 은지는 안으로 들어갔다. 조명을 켜지 않았다. 단말기의 불빛만으로 구역장의 책상 위 컴퓨터를 켰다. 부팅 화면의 하얀 빛이 은지의 얼굴을 비췄다. 어두운 사무실에서 모니터만 빛나고 있었다. 관리자 권한으로 문서 시스템에 접속했다. 검색창에 입력했다. '클린 에어 캡슐 장기 복용'.
'클린 에어 캡슐 장기 복용 영향 보고서. 대외비. '
문서가 열렸다. 은지의 눈이 화면에 고정됐다. 보고서는 4년 전에 작성된 것이었다. 작성 부서: 보건환경부 약물안전과. 32페이지. 은지는 핵심 요약 페이지를 열었다.
'클린 에어 캡슐의 주성분인 나노섬유 코팅제는 폐포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후각 신경의 수용체를 비가역적으로 차단한다. 3개월 이상 지속 복용 시 후각 기능이 95퍼센트 이상 소실된다. 이 효과는 의도된 것이 아닌 구조적 부작용이다. '
은지는 화면을 스크롤했다. 손목이 떨리고 있었다. 마우스가 흔들렸다. 은지는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잡았다.
보고서의 다음 페이지. 실외 등급별 복용자 통계. 7구역 이하 감시원 중 캡슐 3개월 이상 복용자: 전체의 98퍼센트. 후각 기능 소실 추정 비율: 97퍼센트. 은지는 숫자를 봤다. 97퍼센트. 7구역 감시원 43명 중 42명. 은지와 정민을 포함한 42명. 은지는 화면에서 눈을 뗐다. 천장의 형광등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다시 화면을 봤다.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97퍼센트.
다음 페이지에 정책 권고 사항이 있었다. '후각 소실을 공개할 경우, 실외 노동자의 캡슐 거부 및 집단 소송이 예상됨. 캡슐 거부 시 미세먼지로 인한 폐 질환 급증이 불가피. 권고: 후각 소실을 부작용이 아닌
“감각 적응 반응”
으로 재분류하고, 건강 검진 시 후각 검사를 기계 검사에서 자가 보고로 전환할 것. '
자가 보고. 9년 동안 매년 체크한 자가 보고.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 물으면, 대답은 항상 '예'였다.
은지는 보고서를 단말기에 복사했다. 파일 크기 4.2메가바이트. 복사 진행 바가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차올랐다. 100퍼센트. 은지는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을 나왔다. 문을 닫았다. 복도가 어두웠다. 비상등의 초록빛만 바닥에 길게 반사되어 있었다. 은지는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숨을 들이마셨다. 건물의 냄새가 났다. 콘크리트와 소독약과 낡은 카펫의 냄새. 9년 동안 맡지 못한 이 건물의 냄새. 은지는 그 냄새를 맡으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단말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4.2메가바이트. 1만 2,000명의 코를 막은 이유가 이 안에 들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은지는 7구역 외곽으로 나갔다. 방진 마스크. 계측기. 단말기. 그리고 주머니에 캡슐 케이스. 마지막 1알이 들어 있었다. 은지는 측정 지점 3곳을 돌았다. 수치를 기록했다. 478.501.494. 빨간 숫자들. 도로 위의 먼지가 바람에 날려 은지의 방진복에 달라붙었다. 방진복의 하얀 천이 누렇게 변해 가고 있었다. 은지는 마스크 너머로 숨을 들이마셨다. 필터를 통과한 공기에서 희미하게 먼지 냄새가 났다. 필터가 걸러내지 못하는 냄새. 5일 전이었으면 이 냄새도 없었을 것이다.
4번째 측정 지점에서 은지는 캡슐 케이스를 꺼냈다. 열었다. 마지막 1알을 꺼냈다. 손바닥 위의 하얀 캡슐. 은지는 방진 마스크를 살짝 들어 올리고 캡슐을 코에 가져다 댔다. 약간의 화학적 냄새가 났다. 날카롭고 건조한 냄새. 9년 동안 매일 삼킨 것의 냄새를 5일째에야 맡았다.
은지는 캡슐을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 케이스를 닫았다.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 왼손에 들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단말기를 꺼냈다. 보고서 파일이 저장되어 있었다. 은지는 파일을 열었다. 수신처 목록을 봤다. 선택지가 3개 있었다. 내부 감사팀. 언론사. 시민 건강 감시 네트워크. 은지는 3번째를 선택했다. 전송 버튼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누르지 않았다. 엄지손가락이 버튼 위에서 멈춰 있었다. 바람이 방진복의 소매를 흔들었다. 은지는 전광판을 봤다. 512마이크로그램. 이 공기 속에서 캡슐 없이 일하면 3년이다. 3년 뒤 폐활량 40퍼센트. 그 뒤는 산소 호흡기.
파일을 전송하면 은지의 접속 기록이 남았다. 구역장 사무실 무단 침입. 대외비 문서 유출. 은지는 감시원 자격을 잃을 것이었다. 자격을 잃으면 캡슐 배급이 끊겼다. 캡슐 없이 미세먼지 속에서 일하면 폐가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캡슐을 먹으면 냄새가 다시 사라졌다. 5일 만에 돌아온 세상의 냄새가 다시 사라졌다. 풀 냄새도. 된장찌개 냄새도. 이 쓰고 건조한 먼지 냄새도.
바람이 불었다. 방진 마스크의 필터를 통과한 공기가 폐로 들어갔다. 마스크 너머로 먼지 냄새가 희미하게 새어 들어왔다. 5일째 돌아온 냄새. 은지는 그 냄새를 들이마셨다.
엄지손가락에 힘을 줬다. 전송 버튼이 눌렸다. 단말기 화면에 전송 완료 알림이 떴다. 은지는 알림을 닫았다.
왼손의 캡슐 케이스를 봤다. 열었다. 마지막 1알을 꺼냈다. 손바닥 위의 하얀 캡슐. 은지는 캡슐을 입에 넣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계측기를 들어 올렸다. 다음 측정 지점까지 200미터. 은지는 천천히 걸었다. 한 걸음씩. 방진 마스크 안쪽에서 은지의 숨이 필터를 적셨다. 필터 너머로 먼지 냄새가 스며들었다. 쓰고 건조한 냄새. 은지는 그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전광판의 빨간 숫자가 은지의 등 뒤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512.508.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