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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빛

2026. 3. 23. · 9,033자 · 약 11분

물 위의 빛 썸네일
17

영안실 복도는 초록색이었다. 형광등이 반사되는 바닥도 초록, 벽도 초록. 수진은 그 복도를 걸으면서 슬리퍼 끄는 소리를 들었다. 자기 소리였다. 병원에서 빌린 슬리퍼. 발이 차가웠다. 7월인데 발이 차가웠다.

접수 창구 앞에 대기 번호표가 붙어 있었다. 37번. 수진의 번호. 수진 앞에 2명이 앉아 있었다. 35번과 36번. 둘 다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수진도 검은 옷이었다. 접수 창구 위에 안내판이 있었다. '양자 기억 열람 센터. 열람 신청은 사망 후 72시간 이내에만 가능합니다. 열람은 1회로 제한되며, 열람 후 원본 데이터는 삭제됩니다. 열람 중 발생하는 심리적 충격에 대해 본 센터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아들이 죽은 지 58시간이었다. 14시간이 남아 있었다.

양자 기억 열람 제도가 시행된 것은 4년 전이었다. 처음에는 범죄 수사에만 쓰였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 기억을 복원해 범인을 특정했다. 정확도가 높았다. 유죄 판결률이 94퍼센트로 올랐다. 그 다음에는 보험사가 쓰기 시작했다. 사고사와 자살을 구분하기 위해. 보험금 지급 여부가 죽은 사람의 기억에 달렸다. 그리고 유족 열람이 허가됐다. 죽은 가족의 마지막을 볼 권리. 수진은 그 권리를 행사하러 온 것이었다.

35번이 불렸다. 중년 남자가 일어섰다. 남자의 손에 봉투가 들려 있었다. 흰 봉투. 아마 사망진단서일 것이었다. 수진의 가방 안에도 같은 봉투가 있었다. 창구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수진은 의자에 앉아 손을 봤다. 손톱 밑에 흙이 끼어 있었다. 어제 아들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화분을 엎질렀다. 아들이 키우던 화분. 선인장. 물을 한 달에 한 번만 주면 된다고 아들이 말했었다. 수진은 흙을 털지 않았다. 아들이 살아 있을 때 만진 마지막 물건의 흔적이었다.

36번이 불렸다. 젊은 여자가 일어섰다. 여자의 손에 사진이 들려 있었다. 누군가의 사진. 여자의 눈이 부어 있었다. 울었던 흔적. 수진은 울지 않았다. 아들이 죽은 뒤로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울 수 없었다. 울면 끝이었다. 끝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수진은 할 일이 있었다.

37번. 수진이 일어섰다. 창구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직원이 앉아 있었다. 화면을 보고 있었다.

“고인과의 관계요?”

“어머니요.”

“고인 성명?”

“이준혁.”

직원이 화면을 봤다.

“7월 14일 한강 잠실 구간에서 발견. 사인 익사. 사고사로 종결. 경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목격자 1명. 음주 상태 아님. 외상 없음. 수온 23도. 유속 초당 0.8미터. 맞으시죠?”

“네.”

“열람 동의서입니다. 읽고 서명해 주세요.”

서류가 내려왔다. 3장짜리 서류. 수진은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본 열람은 고인의 뇌에서 양자 간섭 스캔으로 복원된 사망 전 72시간의 기억 데이터를 시각·청각 형태로 재생하는 것입니다. 복원율은 평균 83퍼센트이며, 누락·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열람 데이터는 고인의 주관적 경험이며 객관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열람 후 원본 데이터는 비가역적으로 삭제됩니다. ' 수진은 펜을 들었다. 서명란 위에서 펜이 멈췄다. 비가역적. 한 번 보면 끝이었다. 다시 돌릴 수 없었다. 양자 스캔은 뇌세포의 잔류 전자 상태를 읽는 것이었다. 읽는 순간 상태가 붕괴했다. 물리 법칙이었다. 관측하면 사라지는 것. 아들의 마지막 기억도 그랬다. 다시 볼 수 없었다. 아들의 마지막 72시간을 한 번만 볼 수 있었다.

수진은 서명했다.

열람실은 작았다. 의자 1개. 화면 1개. 헤드폰 1개. 의자가 치과 진료 의자처럼 생겼다. 등받이가 뒤로 기울어져 있었다. 수진이 앉았다. 직원이 헤드폰을 씌워줬다.

“재생이 시작되면 멈출 수 없습니다. 72시간 분량이 12배속으로 압축돼서 6시간 동안 재생됩니다.”

“6시간.”

“화장실은 지금 다녀오세요.”

“괜찮아요.”

직원이 나갔다. 문이 닫혔다. 방이 조용해졌다. 에어컨 소리만 났다. 수진은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손이 차가웠다. 방도 차가웠다. 화면에 날짜가 떴다. 7월 12일 오전 8시 14분. 아들이 죽기 58시간 전. 수진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재생 시작.

화면이 밝아졌다. 아들의 시야로 세상이 보였다. 천장. 흰 천장. 아들의 방 천장이었다. 수진이 아는 천장. 3년 전에 수진이 직접 도배한 천장. 아들이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 날, 수진이 밤새 도배했다. 벽지를 바르면서 울었다. 아들은 몰랐다. 아들이 일어났다. 알람 시계를 봤다. 8시 14분. 아들의 손이 보였다. 아들의 손. 수진이 만졌던 손. 아이였을 때는 작았다. 지금은 수진보다 컸다. 수진의 목이 조여왔다.

아들이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었다. 우유가 있었다. 아들이 우유를 마셨다. 컵에 따르지 않고 병째로. 수진이 싫어하는 습관이었다. 수진은 웃을 뻔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다가 멈췄다. 이 영상은 아들의 마지막이었다. 아들은 그걸 모른 채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냉장고를 닫았다. 냉장고 문에 사진이 붙어 있었다. 수진과 아들. 작년 겨울에 찍은 것. 수진이 붙여놓은 것이었다. 아들이 그 사진을 한 번 봤다. 그리고 지나갔다.

아들이 휴대폰을 봤다. 메시지가 와 있었다. 보낸 사람: 형준. 아들의 친구. 수진이 아는 이름이었다. 아들이 중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 메시지 내용: '오후 3시에 잠실 수영장. 늦지 마. ' 아들이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

영상이 빨라졌다. 12배속의 시간. 아들이 옷을 갈아입었다.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탔다. 잠실역에서 내렸다.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수진은 화면을 봤다. 기다림의 시간. 아들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들이 긴장할 때 하는 버릇이었다. 수진은 그 버릇을 알았다.

형준이 왔다. 아들의 시야에 형준의 얼굴이 들어왔다. 짧은 머리. 검은 반팔 티셔츠. 수진이 마지막으로 형준을 본 것은 3개월 전이었다. 아들의 생일 파티. 케이크를 가져왔었다.

“늦었네.”

“버스가 안 왔어.”

둘이 수영장에 들어갔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아들이 준비운동을 했다. 팔을 돌렸다. 수진은 아들의 어깨를 봤다. 넓은 어깨. 수영을 10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합에 나갔었다. 교내 대회에서 2등. 1등과 0.3초 차이. 아들이 분해했다. 0.3초요. 그 말을 수진은 기억했다. 수영을 잘하는 아이였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익사했다.

둘이 수영을 했다. 자유형. 레인을 나란히 잡고. 아들이 형준보다 빨랐다. 한 바퀴를 먼저 돌아왔다. 벽에 손을 짚고 형준을 기다렸다. 아들의 시야에 물이 보였다. 파란 물. 레인 사이로 물이 찰랑였다. 아들이 물속에서 눈을 떴다. 수중에서 본 세상이 보였다. 파란빛. 수진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들이 마지막으로 본 물. 이 물이 아들의 마지막이 될 줄 모르는 채로. 수영이 끝났다. 탈의실에서 옷을 입었다. 수영장을 나왔다. 밖이 밝았다. 여름 햇살이 강했다. 아들이 눈을 찡그렸다.

“밥 먹으러 가자.”

“어디?”

“떡볶이.”

둘이 분식집에 갔다. 떡볶이 2인분과 김밥 1줄을 시켰다. 아들이 먹었다. 떡볶이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입에 넣었다. 매운맛에 입을 벌렸다. 형준이 웃었다.

“아직도 매운 거 못 먹어?”

“먹을 수 있어. 매운 거지 못 먹는 거 아니야.”

형준이 또 웃었다. 수진은 아들의 말투를 들었다. 억지를 부리는 말투.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고집이 셌다. 수진을 닮았다고 남편이 말했었다. 남편은 아들이 7살 때 떠났다. 아들은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수진이 혼자 키웠다. 분식집에서 일하면서. 새벽에 김밥을 말면서. 아들이 지금 먹고 있는 떡볶이의 맛을 수진은 알았다. 매운 떡볶이. 수진이 만들던 것과 비슷할 것이었다.

저녁이 됐다. 아들과 형준이 한강 잠실 구간을 걷고 있었다. 강바람이 불었다. 아들의 머리카락이 날렸다. 아들의 시야에 한강이 보였다. 수면에 석양이 반사되고 있었다.

“형준아.”

“응.”

전화가 끊겼다. 아들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화면에 수진의 이름이 떠 있었다. 엄마. 아들이 화면을 2초간 봤다. 그리고 화면이 꺼졌다. 수진은 그 2초를 봤다. 아들이 수진의 이름을 2초간 본 것. 그것이 아들이 수진을 마지막으로 떠올린 순간이었다.

“나 엄마한테 말 못한 게 있어.”

수진의 손이 의자 팔걸이를 잡았다.

“뭔데?”

“회사 그만뒀어. 2주 전에.”

수진은 숨을 들이쉬었다. 아들이 다니던 물류센터. 6개월 전에 취직했다. 수진이 기뻐했다. 첫 월급으로 수진에게 우산을 사줬다. 검은 우산. 현관에 걸려 있었다.

“왜?”

“팀장이 좀. 매일 야근시키면서 수당도 안 줘. 물류 분류하다 손을 다쳤는데 산재 처리도 안 해줘.”

“어머니한테 말해야지.”

“못 해. 엄마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수진은 헤드폰 속에서 그 목소리를 들었다. 아들의 목소리. 미안해하는 목소리. 수진은 의자 팔걸이를 더 세게 잡았다. 손가락이 하얘지고 있었다.

“다른 데 알아보는 거야?”

“알아보고 있어. 근데 쉽지 않아.”

“돈은?”

“마지막 월급이 이번 주에 들어와. 그걸로 한 달은 버틸 수 있어.”

아들이 강을 봤다. 물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으므로.

“엄마한테 우산 사줬잖아. 그거 얼마였어?”

“3만 2,000원.”

“그거 사느라 돈 없었던 거 아니야?”

아들이 웃었다. 형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수진은 현관에 걸린 우산을 떠올렸다. 3만 2,000원. 아들의 첫 월급에서. 수진은 그 우산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비가 와도 접어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 펴면 닳을 것 같았다. 아들의 마음이 우산에 들어 있었으므로.

7월 13일. 아들이 죽기 34시간 전. 아들이 집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구직 사이트. 이력서를 수정하고 있었다. 아들의 이력서가 화면에 보였다. 경력: 물류센터 6개월. 자격증: 없음. 학력: 고등학교 졸업. 아들이 이력서를 저장했다. 3곳에 지원했다. 편의점, 주유소, 택배 분류. 아들이 지원 버튼을 누를 때마다 화면이 깜빡였다. 지원 완료. 아들이 노트북을 닫았다. 천장을 봤다. 수진이 도배한 천장. 한참을 봤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었다. 수진에게 전화를 걸려다 내려놓았다. 다시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2번. 아들은 수진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수진은 그 화면을 봤다. 아들이 혼자 구직을 하고 있었다. 수진에게 말하지 않고. 수진의 눈이 뜨거워졌다.

오후. 아들이 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진은 이 전화를 기억했다. 이틀 전의 전화.

“엄마, 저녁에 뭐 먹을까?”

“된장찌개 끓여놓을까?”

“아, 오늘 형준이랑 약속 있어. 늦을 수도 있어.”

“알았어. 늦으면 문자 해.”

“응.”

아들의 목소리가 밝았다. 밝은 척 하고 있었다. 수진은 2일 전에는 그걸 몰랐다. 지금은 알았다. 아들이 회사를 그만둔 것을, 구직을 하고 있는 것을, 돈이 없는 것을. 아들은 밝은 척 했다. 수진에게 걱정을 주지 않으려고.

저녁. 아들과 형준이 다시 만났다. 잠실의 편의점 앞. 편의점에서 맥주를 샀다. 캔맥주 4개. 한강 둔치로 갔다. 잔디밭에 앉았다. 강 위로 야경이 비치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강바람에 아들의 머리카락이 날렸다. 빌딩의 불빛이 수면에 흩어졌다. 모기가 팔에 앉았다. 아들이 손등으로 쳤다. 형준이 모기향을 편의점에서 사올걸 하고 말했다. 캔을 땄다. 아들이 맥주를 마셨다.

“형준아.”

“응.”

“나 수영하고 싶다.”

“지금?”

“응. 한강에서.”

형준이 아들을 봤다.

“야, 여기서 수영하면 안 돼.”

“알아. 근데 하고 싶어.”

“취했어?”

“캔 하나 마셨는데 취하겠냐.”

아들이 빈 캔을 옆에 놓았다. 두 번째 캔을 땄다. 형준이 아들을 봤다.

아들이 일어섰다. 신발을 벗었다. 양말을 벗었다. 형준이 아들의 팔을 잡았다.

“야. 진짜로?”

“잠깐만. 발만 담글 거야.”

아들이 강가로 걸어갔다. 풀이 발에 닿았다. 물가에 섰다. 발을 물에 넣었다. 차가웠다. 7월인데 한강 물은 차가웠다. 수진은 아들의 발을 봤다. 물에 잠긴 발. 아들의 발. 수진이 아기였을 때 씻겨줬던 발. 목욕탕에서 작은 발을 잡고 비누를 묻혔다. 발가락 사이를 닦아줬다. 아들이 깔깔 웃었다. 간지러워. 그 발이 지금 한강 물에 잠겨 있었다.

“야, 올라와.”

형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잠깐만.”

아들이 더 들어갔다. 무릎까지. 허벅지까지. 허리까지. 형준이 강가로 뛰어왔다.

“야! 진짜 하지 마!”

“괜찮아. 나 수영 잘하잖아.”

아들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영을 시작했다. 자유형. 팔이 물 위로 올라왔다 내려갔다. 리듬이 있었다. 수진은 아들이 수영하는 것을 봤다. 수영을 잘했다. 10년을 한 수영. 물을 가르는 팔.

그리고 아들이 멈췄다.

갑자기. 팔이 올라오지 않았다. 아들의 시야가 흔들렸다. 물이 눈앞에 찼다. 아들이 물 위로 올라왔다. 숨을 쉬었다. 다시 가라앉았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쥐가 났다. 아들의 왼쪽 종아리. 근육이 수축했다. 통증이 아들의 시야를 흔들었다. 수진은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손이 화면을 향해 뻗었다. 닿을 수 없었다. 화면이었다. 기억이었다. 58시간 전이었다. 화면이 흔들렸다. 물이 찼다. 아들이 팔을 저었다. 한 팔만으로. 얼굴이 물 위로 나왔다.

“형준아!”

물이 입에 들어왔다. 아들이 기침했다. 형준의 얼굴이 강가에 보였다. 형준이 물에 뛰어들었다. 옷을 입은 채로. 신발을 신은 채로. 수영을 했다. 팔을 저었다. 형준은 수영을 잘하지 못했다. 아들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팔을 저었다. 아들 쪽으로 왔다. 형준의 손이 아들의 팔을 잡았다. 잡았다가 놓쳤다. 물살이 강했다. 아들이 가라앉았다. 물속에서 형준의 다리가 보였다. 형준이 다시 잡으려 했다. 아들의 손이 형준의 손을 잡았다. 잡았다. 잠깐.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아들의 시야에 형준의 얼굴이 물 위에 보였다. 공포에 질린 얼굴. 형준이 소리쳤다. 소리가 물에 묻혔다. 아들이 가라앉았다.

물속이었다. 아들의 눈이 떠 있었다. 어두웠다. 한강의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팔이 움직였다. 느리게.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쥐가 풀리지 않았다. 아들이 물 위를 봤다. 수면이 보였다. 빛이 보였다. 석양의 빛이 물을 통해 내려오고 있었다. 금색이었다. 물 위의 세상이 금색으로 보였다. 아들의 입에서 기포가 올라갔다. 작은 기포들이 수면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아들의 숨이었다. 아들의 마지막 숨이 기포가 되어 올라가고 있었다. 기포가 수면에 닿아 터졌다. 아들의 눈이 그것을 따라갔다. 위를 보고 있었다. 빛을 보고 있었다. 아들이 한 손을 뻗었다. 수면을 향해. 빛을 향해. 손이 닿지 않았다.

수진의 손이 의자 팔걸이에서 떨어졌다. 무릎 위에 놓였다. 수진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아들의 마지막 시야. 물 위의 빛. 닿지 않는 손.

아들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점점. 빛이 줄었다. 아들의 눈이 감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수면 위의 빛이었다. 화면이 검어졌다.

재생이 끝났다.

수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헤드폰을 쓴 채로. 화면이 검었다. 수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복도의 형광등 소리가 들렸다. 윙. 작은 소리. 수진의 숨소리가 들렸다. 수진은 숨을 쉬고 있었다. 6시간이 지나 있었다. 밖이 어두워져 있을 것이었다. 수진의 다리가 저렸다. 6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직원이 문을 두드렸다.

“종료됐습니다. 나오셔도 됩니다.”

수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직원이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형준이.”

“네?”

“열람 기록에. 형준이라는 이름 있었죠.”

“열람 내용에 대해서는 외부 공개가 안 되고요.”

“그 애가 구조하려고 했어요.”

직원이 수진을 봤다.

“그 애가 물에 뛰어들었어요. 구하려고.”

직원이 대답하지 않았다.

수진은 열람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었다. 슬리퍼 소리가 났다. 초록색 복도.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이 있었다. 수진의 얼굴이 비쳤다. 눈이 건조했다. 6시간 동안 깜빡이지 않은 것 같았다. 1층. 병원 로비. 수진은 로비의 벤치에 앉았다.

형준이 거기 있었다.

로비의 반대편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수진이 형준을 봤다. 형준의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형준이 고개를 들었다. 수진을 봤다. 형준의 손에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강가의 돌에 긁혔을 것이었다. 아들을 잡으려다가. 형준의 입이 벌어졌다. 말을 하려다 닫았다.

수진이 형준 쪽으로 걸어갔다. 슬리퍼 소리가 로비에 울렸다. 형준이 일어섰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

수진이 형준 앞에 섰다. 형준의 얼굴이 아들의 기억 속 형준의 얼굴과 같았다. 강가에서 공포에 질렸던 얼굴. 지금은 공포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준혁이가 먼저 들어갔어요. 제가 말렸는데.”

형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리에 쥐가 나서. 제가 뛰어들었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형준의 눈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더 세게 잡았으면.”

수진은 형준의 손을 봤다. 형준의 손. 아들의 손을 잡았던 손. 잡았다가 놓친 손. 미끄러진 손.

수진은 형준의 손을 잡았다.

형준이 고개를 들었다. 수진의 얼굴을 봤다. 수진은 울고 있었다. 아들이 죽은 뒤 처음으로. 소리 없이. 눈에서 물이 흘렀다.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만 형준의 손을 잡고 있었다. 형준의 손이 떨렸다. 수진의 손도 떨렸다. 두 사람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수진이 말했다.

“봤어.”

형준이 수진을 봤다.

“네가 뛰어든 거. 봤어.”

형준의 입이 벌어졌다.

“그 애가 먼저 들어간 거야. 네 잘못 아니야.”

형준이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흔들렸다.

“네가 잡으려고 한 거. 봤어. 손이 미끄러진 거. 그것도 봤어.”

수진은 형준의 손을 놓지 않았다. 로비의 형광등이 초록색 빛을 내리고 있었다. 밖에서 구급차 사이렌이 지나갔다. 수진의 슬리퍼 앞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수진의 눈물이었다. 초록색 바닥 위에 떨어진 투명한 물방울. 수진은 손톱 밑의 흙을 봤다. 아들의 화분 흙. 수진은 형준의 손을 잡은 채 벤치에 앉았다. 형준도 앉았다. 두 사람은 병원 로비에 앉아 있었다. 형준의 손에서 맥박이 느껴졌다. 빠른 맥박. 살아 있는 사람의 맥박이었다. 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병원 자동문이 열렸다 닫혔다. 7월의 바람이 로비로 들어왔다. 따뜻한 바람. 수진의 발이 여전히 차가웠다. 슬리퍼 안의 발. 하지만 손은 따뜻했다. 형준의 손이 따뜻했다. 수진은 손을 놓지 않았다.

죽은 자의 기억을 보는 것이 유족의 권리인가, 그리고 그 기억이 드러낸 진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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