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시세가 킬로그램당 347만 원을 찍은 날, 수진은 체중계 위에 서 있었다. 44.1킬로그램. 키 163센티미터에 44.1킬로그램. 체지방률 3.2퍼센트. 체중계 옆에 놓인 체성분 분석기가 숫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피하지방: 0.4킬로그램. 내장지방: 0.1킬로그램. 심외막 지방: 0.12킬로그램. 총 체지방: 0.62킬로그램. 수진은 숫자를 봤다. 0.62킬로그램. 6개월 전에는 14킬로그램이었다.
수진의 팔이 가늘었다. 피부 아래에 근육과 뼈만 있었다. 지방이 사라진 팔이었다. 팔꿈치를 구부리면 관절 뼈가 피부 위로 도드라졌다. 갈비뼈가 보였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사이가 움푹 들어갔다. 수진은 거울을 보지 않았다. 6개월 전부터. 거울을 보면 자기가 누군지 모르게 됐으므로. 6개월 전의 수진은 54킬로그램이었다. 보통 체형. 볼에 살이 있었다. 웃으면 보조개가 생겼다. 지금은 보조개가 아니라 음푹 파인 곳만 있었다.
체지방 매매소는 지하철역마다 있었다. 편의점처럼. 간판에 실시간 시세가 떠 있었다. 전광판. 숫자가 깜빡이며 변했다. 주식시장처럼. 사람들이 간판을 올려다보며 걸어갔다. 시세가 오르면 매매소에 줄이 생겼다. 자기 몸에서 지방을 빼서 파는 줄. 킬로그램당 347만 원. 전날보다 12만 원 올랐다. 겨울이 오면 시세가 올랐다. 난방 수요. 합성 생체 연료의 원료인 인간 체지방. 1킬로그램의 체지방이 석유 7배럴과 동등한 에너지를 생산했다. 2063년에 합성 생체 연료 기술이 개발됐을 때, 사람들은 화석연료의 종말이라고 축하했다. 중동의 유전이 폐쇄됐다. 해상 시추 플랫폼이 철거됐다. 석유 가격이 배럴당 3달러로 떨어졌다. 대신 인간의 체지방이 새로운 자원이 됐다. 깨끗한 에너지. 인체에서 추출한 지방을 촉매 반응으로 변환. 부산물은 물과 이산화탄소뿐. 석유보다 7배 효율적.
문제는 원료였다. 인간의 체지방. 합성 지방으로는 효율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 인간의 지방만이 촉매와 반응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은 지방산의 탄소 사슬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 체지방의 탄소 사슬이 촉매의 활성 구조와 정확히 맞았다. 동물 지방은 안 됐다. 합성 지방도 안 됐다. 인간의 지방만. 지방 농장이 생겼다. 사람들이 하루 12시간 먹으며 지방을 키우는 시설. 식사가 제공됐다. 고열량 음식. 튀김, 버터, 설탕. 3개월간 먹으면 체지방이 15킬로그램에서 20킬로그램 늘었다. 지방을 추출해 팔고, 다시 먹고, 다시 추출했다. 월급 대신 지방을 키우는 사람들. 비만이 부가 됐다. 뚱뚱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담보: 체지방. 마른 사람은 담보가 없었다. 수진은 마른 사람이었다.
지방 매매가 합법화된 것은 2065년이었다. 지방거래법. 국회 찬성 198표, 반대 87표. 반대 의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의 몸을 사는 것이다. 찬성 의원이 대답했다. 자발적 거래다. 누구도 강제하지 않는다. 성인은 자기 체지방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체지방률 5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추출이 금지된다. 하지만 5퍼센트 이하에서도 매매할 수 있는 예외가 있었다. 의료비 충당 목적. 건강자산보호법 시행령 제22조. 의료비 충당을 위한 체지방 추출은 체지방률 3퍼센트까지 허용한다. 3퍼센트 이하는 사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가는 수치였다. 장기 기능 저하, 면역력 붕괴, 체온 조절 실패. 3퍼센트는 법이 허용하는 마지막 선이었다. 그 선 위에 수진이 서 있었다.
수진은 이혼한 뒤 혼자 민재를 키우고 있었다. 식당에서 일했다. 월급 210만 원. 민재의 수술비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수진이 처음 매매소에 간 것은 6개월 전이었다. 팔뚝의 피하지방 0.8킬로그램을 추출했다. 277만 원. 마취가 풀리고 나서 팔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그날부터 수진은 자기 몸을 팔기 시작했다. 허벅지. 복부. 등. 엉덩이. 장기 사이의 내장지방. 6개월간 14번의 추출. 팔에 14개의 반창고 자국. 14킬로그램의 지방이 수진의 몸에서 빠져나가 연료가 됐다.
수진은 3.2퍼센트였다. 0.2퍼센트의 여유.
수진의 아들 민재는 8살이었다. 선천성 심장 판막 결손. 수술이 필요했다. 수술비 2,400만 원. 수진은 6개월간 지방을 팔아 1,992만 원을 모았다. 첫 달에 4킬로그램을 팔았다. 팔과 허벅지. 1,388만 원. 둘째 달에 3킬로그램. 복부와 등. 1,041만 원. 달이 갈수록 팔 수 있는 지방이 줄었다. 다섯째 달에는 내장지방 0.7킬로그램. 336만 원. 내장지방 추출은 아팠다. 마취가 풀리고 나서 3일간 걷지 못했다. 식당에 병가를 냈다. 무급. 남은 금액 408만 원. 수진의 몸에 남은 체지방 0.62킬로그램. 0.62킬로그램 × 347만 원 = 215만 원. 전부 팔아도 408만 원에 못 미쳤다. 하지만 지방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피하지방 킬로그램당 347만 원. 내장지방 킬로그램당 480만 원. 심외막 지방 킬로그램당 3,400만 원. 심외막 지방은 가장 순도가 높았다. 촉매 반응 효율이 일반 지방의 10배. 수진의 심외막 지방 0.12킬로그램 × 3,400만 원 = 408만 원. 정확히.
수진은 이 계산을 3일 전에 했다. 계산기 앱에 숫자를 넣었다. 0.12 × 3400.408. 화면을 봤다. 408만 원. 아들의 수술비 잔액과 같은 숫자.
수진은 매매소에 전화했다. 강남점.
“심외막 지방 추출 가능한가요?”
“체지방률이 몇이세요?”
“3.2요.”
“의료비 충당 목적이시면 가능합니다. 서류 가져오시면 돼요. 의사 소견서랑 수술비 견적서.”
“추출하면 어떻게 돼요?”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있었다.
“심외막 지방은 심장을 감싸고 있는 지방이에요. 심장이 흉골이나 늑골과 부딪히지 않도록 쿠션 역할을 하는 거예요. 제거하면 심장이 흉골과 직접 접촉하게 됩니다. 심박마다 마찰이 생겨요.”
“아프다는 건가요?”
“네. 모든 심박이 통증을 유발합니다.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 뛰니까. 하루에 10만 번 통증이 옵니다.”
수진은 전화기를 잡고 있었다. 10만 번. 하루. 매일.
“진통제로 관리가 되나요?”
“초기에는요. 6개월 정도. 그 뒤에는 내성이 생겨서 효과가 줄어듭니다.”
“6개월 뒤에는요?”
“보통 2년에서 3년 정도 지나면 통증에 익숙해지는 분들이 있어요.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하지만 10명 중 3명은 우울증이 동반돼요. 수면 장애도. 심박이 있는 한 통증이 있으니까요. 잠을 자도 심장은 뛰니까.”
“적응하는 분도 있고, 못 하는 분도 있어요.”
수진은 전화를 끊었다.
민재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 운동화를 벗는 소리. 민재가 거실로 들어왔다. 얼굴이 파랬다. 입술이 보라색이었다. 심장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혈액이 역류했다. 산소가 부족했다. 민재가 소파에 앉았다. 숨이 가빴다. 학교에서 집까지 500미터. 8살 아이에게 500미터가 마라톤이었다.
“엄마, 오늘 체육 시간에 줄넘기 했는데 나만 못 했어.”
“괜찮아.”
“다른 애들은 100번 넘는데 나는 7번.”
“7번이면 잘한 거야.”
“거짓말. 선생님이 쉬라고 했어. 나만.”
민재의 눈이 붉어졌다. 울지는 않았다. 8살이 울음을 참고 있었다.
수진은 민재의 머리를 쓸어줬다. 민재의 머리카락이 부드러웠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500미터를 걸어서 맺힌 땀. 수진의 손이 마르고 뼈가 도드라진 손이었다. 지방이 없는 손이 아이의 이마를 닦아주고 있었다.
밤에 민재가 잠든 뒤 수진은 부엌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서류가 놓여 있었다. 수술비 견적서. 서울중앙아동병원. 심장 판막 교정술. 2,400만 원. 수납 잔액: 408만 원. 수납 기한: 4월 30일. 25일 뒤. 수납이 안 되면 수술 일정이 취소된다. 다음 수술 대기: 8개월.
수진은 서류를 봤다. 8개월. 민재의 심장이 8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가 말했다. 보장할 수 없다. 판막 결손이 진행 중이다. 역류량이 늘고 있다. 빨리 할 수록 좋다. 의사가 영상을 보여줬다. 민재의 심장 초음파. 판막이 열릴 때 혈액이 역류하는 것이 보였다. 푸른색 흐름이 붉은색 흐름을 거슬러 올라갔다. 역류량 40퍼센트. 3개월 전에는 28퍼센트였다. 늘고 있었다.
수진은 휴대폰을 열었다. 체지방 시세 앱. 앱의 이름은 '팻마켓'이었다. 주식 앱처럼 생겼다. 그래프가 있었다. 심외막 지방의 가격이 6개월간 꾸준히 올랐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었다. 심외막 지방을 파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당연했다. 심외막 지방: 킬로그램당 3,420만 원. 20만 원 올랐다. 0.12킬로그램 × 3,420만 원 = 410만 4,000원. 408만 원보다 2만 4,000원 남았다. 수진은 그 2만 4,000원을 봤다. 민재에게 줄넘기를 사줄 수 있었다.
수진은 테이블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테이블이 차가웠다. 수진의 몸에는 체온을 유지할 지방이 거의 없었다. 추웠다. 3월인데 추웠다. 난방을 켜면 난방비가 나왔다. 난방 연료는 체지방에서 만든 합성 생체 연료였다. 누군가의 지방이 수진의 방을 데우고 있었다. 수진은 난방을 켜지 않았다.
다음 날 수진은 매매소에 갔다. 강남역 3번 출구. 지하 1층. 간판: '바이오팻 강남점. 체지방 매입·추출·정산. 당일 시세 적용. ' 안에 들어갔다. 접수대. 대기 의자. 사람 3명이 앉아 있었다. 한 명은 뚱뚱했다. 배가 나와 있었다. 팔이 두꺼웠다. 그 사람의 몸에는 수진이 잃어버린 것이 넘쳐나고 있었다. 지방. 그 사람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추출 한 번에 수백만 원을 벌 수 있는 사람의 표정. 한 명은 보통이었다. 한 명은 수진처럼 말랐다. 마른 사람의 팔에 추출 자국이 있었다. 둥근 반창고가 3개 붙어 있었다. 얼굴이 움푹 꺼져 있었다. 광대뼈가 날카로웠다. 눈이 깊었다. 지방이 사라진 얼굴은 다 비슷해졌다. 뼈의 윤곽이 드러나면 개성이 사라졌다. 둥근 반창고가 3개 붙어 있었다. 수진의 팔에도 같은 자국이 있었다. 14개. 6개월간의 추출 자국.
수진이 접수대에 섰다. 직원이 화면을 봤다.
“이름이요?”
“한수진.”
직원이 데이터를 확인했다.
“한수진 님. 현재 체지방률 3.2퍼센트. 마지막 추출이 2주 전이네요. 오늘은 어떤 부위 추출하실 건가요?”
“심외막이요.”
직원의 손이 멈췄다. 직원이 수진을 봤다.
“심외막이요?”
“네.”
“심외막 추출은 부작용 고지서에 서명하셔야 하는데.”
“알아요.”
직원이 서류를 꺼냈다. 심외막 지방 추출 동의서 및 부작용 고지서. 용지 3장. 수진은 읽었다. '심외막 지방 제거 시 심장 보호 기능이 상실됩니다. 심장과 흉골 사이의 마찰로 인해 영구적 흉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박 1회당 평균 통증 강도: 10점 척도 기준 3점에서 6점. 시간 경과에 따라 통증 강도가 변동할 수 있습니다. 진통제 효과: 평균 6개월간 유효. 이후 감소. ' 수진은 서류를 읽었다. 3점에서 6점. 10만 번. 매일.
수진은 서명란을 봤다. 펜이 접수대 위에 있었다. 수진은 펜을 집었다.
수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민재의 학교 번호였다. 수진이 받았다.
“민재 어머니시죠? 민재가 체육 시간에 쓰러져서요. 지금 보건실에 있어요.”
수진은 매매소를 나왔다. 서명하지 않은 서류를 접수대에 놓고 나왔다.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안에서 수진은 휴대폰을 봤다. 시세 앱 알림. '심외막 지방 시세 킬로그램당 3,430만 원 돌파. ' 올라가고 있었다. 수진의 심장을 감싸고 있는 120그램의 가치가 10분 사이에 1만 2,000원 올랐다. 수진은 알림을 닫았다. 학교까지 15분. 보건실에 민재가 누워 있었다. 얼굴이 하얬다. 입술이 파랬다. 산소 포화도 측정기가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다. 88퍼센트. 정상은 95퍼센트 이상. 보건 교사가 말했다.
“줄넘기를 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았어요. 의식은 있는데 숨을 못 쉬었어요.”
수진은 민재 옆에 앉았다. 침대가 좁았다. 민재의 몸이 작았다. 이불이 얇았다. 보건실의 형광등이 민재의 파란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민재가 수진을 봤다. 눈이 겁에 질려 있었다.
“엄마, 심장이 이상해. 여기가 아파.”
민재가 가슴을 짚었다. 왼쪽. 심장이 있는 곳. 수진은 민재의 손을 잡았다. 수진의 마르고 뼈가 도드라진 손이 민재의 작은 손을 감쌌다.
수진은 병원에 전화했다. 수술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물었다. 408만 원이 수납되면 2주 내 수술 가능. 수납이 안 되면 대기. 수진은 전화를 끊었다. 민재가 보건실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숨소리가 불규칙했다. 들이쉴 때 가슴이 움푹 들어갔다. 산소가 부족한 몸이 더 세게 숨을 쉬려고 했다. 보건 교사가 수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이런 상태가 자주 있나요?”
“점점 잦아지고 있어요.”
“수술은 언제 하시나요?”
“곧이요.”
수진은 보건실을 나왔다. 복도에 섰다. 창밖으로 운동장이 보였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줄넘기. 축구. 달리기. 민재가 할 수 없는 것들. 수진은 창틀을 잡고 서 있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줄넘기 줄이 바닥을 치는 소리. 탁. 규칙적인 소리. 심장 박동 같았다.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수진은 매매소로 돌아갔다. 강남점. 접수대. 서류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직원이 수진을 봤다.
“돌아오셨네요.”
수진은 서명란에 펜을 대었다. 이름을 썼다. 한수진. 획이 가늘었다. 지방이 없는 손가락으로 쓴 글씨. 날짜를 썼다. 2069년 4월 5일. 서명란 옆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본인은 상기 부작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합니다. ' 자발적. 수진은 그 단어를 봤다. 자발적이라는 단어가 이상했다. 아들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이라는 단어. 직원이 서류를 확인했다.
“내일 추출 후 심장 보호 패드를 부착합니다. 패드가 일시적으로 쿠션 역할을 하는데 3일에서 5일이면 녹아 없어져요. 그 뒤부터 마찰이 시작됩니다.”
“3일에서 5일.”
“네. 그 기간이 마지막 유예 기간이에요.”
“추출은 내일 오전 10시에 가능합니다. 금식 12시간 필요하시고, 전신 마취로 진행됩니다. 수술 시간 약 2시간. 회복 시간 6시간.”
“정산은 바로 되나요?”
“추출 직후 정산됩니다. 현재 심외막 시세 킬로그램당 3,420만 원. 0.12킬로그램이면 410만 4,000원.”
“알겠습니다.”
수진은 매매소를 나왔다. 걸었다. 강남역에서 집까지 지하철 3정거장. 지하철 안에서 수진은 자기 가슴에 손을 올렸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통증 없이. 지금은. 내일 오후면 달라질 것이었다. 심장이 벌거벗게 된다. 뼈와 맞닿는 심장. 수진은 인터넷에서 심외막 지방 추출 후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요. 심장이 뛸 때마다. 한 달쯤 지나면 둔한 통증으로 바뀌어요. 하지만 없어지지는 않아요. 심장이 뛰는 한. ' 글을 쓴 사람은 아이의 백혈병 치료비를 위해 추출한 사람이었다. 아이는 완치됐다. 글을 쓴 사람은 2년째 통증과 살고 있었다. 심장이 뛸 때마다 아플 것이었다. 10만 번. 매일. 수진은 심장 위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심장이 손바닥에 닿는 것처럼 느껴졌다. 쿵. 규칙적이었다. 아프지 않았다. 심외막 지방이 심장을 감싸고 있는 한 아프지 않았다. 그 지방이 120그램. 408만 원. 아들의 심장을 고치기 위해 자기 심장의 보호막을 벗기는 것. 수진은 그 교환을 생각했다. 갈비뼈 사이로. 지방이 없어서 심장의 박동이 피부까지 전해졌다.
집에 돌아왔다. 원룸이었다. 방 하나에 부엌과 화장실. 민재의 침대와 수진의 침대가 나란히 있었다. 벽에 민재가 그린 그림이 붙어 있었다. 가족 그림. 엄마와 민재. 엄마의 몸이 동그랗게 그려져 있었다. 6개월 전에 그린 그림. 지금의 수진은 동그랗지 않았다. 민재가 이번 달에 그린 그림이 냉장고에 붙어 있었다. 그 그림 속의 엄마는 막대기처럼 가늘었다. 8살이 본 변화였다. 민재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학교에서 일찍 돌려보낸 것이었다. 민재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만화. 수진이 현관에서 민재를 봤다. 8살. 파란 입술. 가쁜 숨. 수진은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민재 옆에 앉았다.
“괜찮아?”
“응. 좀 나았어.”
민재가 수진의 팔을 봤다. 반창고가 붙어 있는 팔. 추출 자국.
“엄마, 또 팔았어?”
수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 너무 말랐어. 선생님이 엄마 밥 잘 먹으라고 해래.”
“먹고 있어.”
“거짓말. 아침에 밥 안 먹었잖아.”
수진은 아침을 먹지 않았다. 내일 금식을 위해. 하지만 민재에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수진은 민재의 머리를 쓸어줬다.
“내일 병원비 낼 수 있어. 그러면 수술 빨리 할 수 있어.”
민재가 수진을 봤다.
“엄마 아프면 안 돼.”
수진은 웃었다. 입꼬리를 올렸다.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볼에 살이 없어서 웃음이 해골 같았다.
밤에 민재가 잠든 뒤 수진은 부엌에 앉아 있었다. 내일 오전 10시. 금식. 수진은 냉장고를 열었다. 민재의 간식이 있었다. 우유. 치즈. 과일. 수진은 냉장고를 닫았다. 테이블에 앉았다. 손을 가슴에 올렸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고요한 밤에 심장 소리가 들렸다. 통증 없는 심박.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수진의 방에서 민재의 숨소리가 들렸다. 불규칙한 숨소리. 들이쉬고, 멈추고, 다시 들이쉬는 패턴.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심장이 만들어내는 호흡. 수진은 그 숨소리를 매일 밤 들었다. 6개월간. 숨소리가 멈추지 않는지 확인하면서 잠들었다.
수진은 시계를 봤다. 밤 11시 47분. 10시간 13분 뒤에 마취가 시작된다. 깨어나면 심장 주위에 지방이 없다. 심장이 흉골에 닿는다. 뛸 때마다 닿는다. 수진은 자기 가슴을 손으로 눌렀다. 심장이 손바닥을 밀어내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쿵. 내일부터는 이 쿵이 통증이 된다. 매번. 수진은 손을 뗐다. 테이블 위의 수술비 견적서를 봤다. 408만 원. 수진은 견적서 위에 손을 올렸다. 종이의 질감이 느껴졌다. 차가웠다. 수진의 손도 차가웠다. 수진은 종이에서 손을 떼고 일어섰다. 민재의 방으로 갔다. 침대에 누워 있는 민재를 봤다. 이불 위로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수진은 민재의 이불을 올려 턱까지 덮어줬다. 민재의 이마를 만졌다. 따뜻했다. 수진의 차가운 손에 민재의 체온이 전해졌다. 체지방이 없는 몸은 항상 차가웠다. 수진은 부엌으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가슴에 손을 올렸다. 쿵. 아직 아프지 않은 심장이 뛰고 있었다. 10시간 뒤면 이 쿵이 통증이 된다. 매번. 영원히. 수진은 눈을 감았다. 심장 소리를 들었다. 통증 없는 마지막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