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농장의 수확 경보가 울리기 전에, 수진은 이미 격리복의 방수 지퍼를 올리고 있었다. 수온 센서가 3도 떨어졌다는 알림이 헬멧 안쪽 화면에 떴다. 수심 340미터. 진해만 해저 순환 농장 7구역. 수압이 격리복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호흡기에서 나오는 압축 공기가 차가웠다. 수진은 잠수정의 플랫폼에서 몸을 밀어 해저 바닥으로 내려섰다. 장화 밑에서 퇴적물이 일었다. 헤드램프의 빛이 흙탕물 속을 뚫고 2미터 앞까지만 닿았다. 그 너머는 빛이 닿지 않는 물의 벽이었다. 수진은 손에 든 채취봉을 앞으로 뻗으며 천천히 걸었다. 장화가 퇴적물에 빠지며 묵직한 저항이 왔다.
7구역의 바닥에는 균사체가 깔려 있었다. 해저 토양 위에 얇은 흰색 막처럼 퍼진 것. 지상에서 파이프를 통해 내려보낸 유기 폐기물과 해류를 따라 밀려온 부유물을 분해하고, 분해 산물을 해저 농장의 해조류에 전달하는 순환 구조. 이 균사체가 없으면 농장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상에서 버려진 음식물, 하수 처리 잔여물, 도축 폐기물, 산업 유기 슬러지까지 파이프를 통해 해저로 내려왔다. 파이프의 직경은 1.2미터. 콘크리트 관이 해안에서 해저까지 3킬로미터를 이어져 있었다. 균사체가 그것을 분해해서 질소와 인을 해조류가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꿨다. 해조류는 산소를 배출하고 탄소를 고정했다. 해저 순환 농장 한 곳이 처리하는 유기 폐기물의 양은 하루 40톤. 진해만에만 이런 농장이 12곳 있었다. 남해안 전체로 따지면 40곳이 넘었다.
수진이 7구역의 균사체 표면에 채취봉을 꽂았다. 센서가 균사 밀도를 측정했다. 화면에 숫자가 떴다. 입방센티미터당 6만 2천 가닥. 지난주보다 1만 8천 높았다. 수진은 채취봉을 뽑고 5미터 옆에 다시 꽂았다. 7만 1천. 더 높았다. 수진은 채취봉을 허리에 끼우고 헬멧의 통신 버튼을 눌렀다.
“관리소. 7구역 밀도 6만에서 7만 사이. 허용치 4만 초과.”
2초 뒤 관리소에서 이재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6만? 일주일 전에 4만 4천이었는데.”
수진이 답했다.
“퇴적물에서 유기물 냄새가 진해요. 파이프 쪽에서 투입량이 늘어난 것 같아요.”
이재호가 잠깐 침묵했다. 통신에서 잡음이 섞인 숨소리가 들렸다. 이재호가 말했다.
“올라와. 회의 소집한다.”
수진은 잠수정에 올라타 상승을 시작했다. 수심이 줄어들수록 헤드램프 밖의 어둠이 옅어졌다. 200미터를 지나자 위쪽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내려왔다. 100미터. 50미터. 수면 가까이에서 햇빛이 물을 뚫고 들어왔다. 잠수정이 수면을 뚫고 나왔을 때, 진해만의 바람이 젖은 헬멧을 때렸다. 수면 위로 갈매기 떼가 낮게 날고 있었다. 갈매기들이 수면에 떠오른 무언가를 쪼고 있었다. 2071년 8월의 공기. 습하고 뜨겁고, 바다 냄새와 콘크리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수진은 헬멧을 벗고 부두의 콘크리트 위로 올라갔다. 관리동은 부두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조립식 건물 3동이 나란히 서 있었다. 건물 사이로 바닷바람이 불어와 수진의 젖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깔려 있었다.
회의실에 이재호가 먼저 와 있었다. 벽면의 대형 화면에 진해만 해저 지도가 띄워져 있었다. 균사체 분포가 색깔로 표시돼 있었다. 7구역이 짙은 빨간색이었다. 이재호가 화면을 가리켰다.
“7구역만 문제가 아니야. 5구역, 6구역도 밀도가 올라가고 있어.”
수진이 젖은 격리복 차림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물기가 번졌다. 수진이 물었다.
“파이프 투입량이 늘었어요?”
이재호가 끄덕였다.
“이번 달부터 부산 남구 처리장의 폐기물이 추가됐어. 일일 투입량이 40톤에서 58톤으로 올랐어.”
수진이 이재호를 봤다.
“누가 결정한 거예요.”
이재호가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순환 위원회. 남구 처리장이 용량 초과돼서 해저로 돌렸어.”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순환 위원회에서 나온 감독관 최 주임이었다. 서류 가방을 탁자 위에 놓으며 이재호와 수진을 봤다.
“밀도 보고를 받았습니다.”
수진이 말했다.
“7구역 6만에서 7만이에요. 이 밀도 증가 속도면 2주 안에 8구역까지 확산됩니다.”
최 주임이 서류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순환 위원회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균사체 밀도가 높아지는 건 분해 효율이 올라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해조류 수확량 데이터를 보면 7구역의 수확이 전월 대비 23퍼센트 증가했어요.”
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밀도가 올라가면 균사체가 해조류 뿌리까지 침투해요. 공생이 아니라 기생으로 전환되는 거예요. 이미 7구역 해조류의 15퍼센트에서 뿌리 변색이 나왔어요.”
최 주임이 태블릿을 탁자 위에 놓았다.
“농장을 멈출 수는 없어요. 진해만 12개 농장이 부산·창원·거제의 유기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한 곳이라도 멈추면 지상 처리장이 감당할 수 없어요.”
이재호가 물었다.
“투입량을 다시 40톤으로 줄이면 되지 않습니까.”
최 주임의 표정이 굳었다.
“남구 처리장이 이미 폐쇄 절차에 들어갔어요. 되돌릴 수 없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환기구에서 나오는 바람이 수진의 아직 마르지 않은 격리복 소매를 흔들었다. 수진이 물었다.
“균사체를 부분 제거하면요. 밀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거예요.”
최 주임이 팔짱을 끼고 수진을 봤다.
“제거한 균사체는 어디로 보내요? 균사체 자체가 유기물이에요. 다른 농장에 넣으면 거기 밀도가 올라가고, 지상으로 올리면 처리할 곳이 없어요.”
수진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저녁에 수진은 부두의 방파제에 앉아 있었다. 진해만의 수면이 저녁 햇빛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바람이 소금 냄새를 실어 왔다. 수진의 격리복이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 무릎 아래가 차가웠다. 수진은 진해만에서 일한 지 6년이었다. 해양생물학을 전공하고 해저 농장 관리사 자격을 딴 뒤 바로 이곳에 왔다. 처음 왔을 때 해저 농장은 3곳이었다. 지금은 12곳. 지상의 폐기물 처리 시설이 하나씩 문을 닫을 때마다 해저 농장이 하나씩 늘었다. 균사체가 지상의 시설보다 효율이 좋았고, 비용도 5분의 1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진은 처음 온 해에 염소 한 마리가 파이프 부근에서 죽은 것을 봤다. 이틀 만에 뼈만 남았다. 균사체가 사체를 분해한 것이었다. 그때는 해저 바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지금은 해조류 뿌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수진은 다시 잠수정을 타고 7구역으로 내려갔다. 헤드램프를 켜자 바닥의 균사체가 어젯밤보다 더 두꺼워져 있었다. 얇은 막이 아니라 솜처럼 부풀어 있었다. 수진은 채취봉을 꽂았다. 7만 6천. 하루 만에 5천이 올랐다. 수진은 채취봉을 뽑고 해조류 줄기를 확인하러 갔다. 7구역의 해조류는 강철 프레임에 매달린 줄에서 자랐다. 줄을 따라 내려가 뿌리 부분을 봤다. 뿌리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균사가 뿌리 조직 안으로 침투한 것이었다. 수진은 장갑을 낀 손으로 뿌리를 조심스럽게 잡아 만졌다. 물렁했다. 손가락으로 누르자 조직이 찢어졌다. 정상적인 해조류 뿌리는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야 했다. 이것은 이미 분해가 시작된 것이었다.
수진은 뿌리에서 손을 떼고 위를 올려다봤다. 해조류 줄기가 수십 미터 위로 뻗어 있었다. 헤드램프 빛이 닿는 범위 안에서 줄기의 아래쪽 3분의 1이 갈색으로 변색돼 있었다. 위쪽은 아직 녹색이었다. 균사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수진은 통신을 켰다.
“이재호 씨. 7구역 해조류 하부 3분의 1이 갈변했어요. 뿌리 분해가 진행 중이에요.”
이재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확 가능한 부분은 남아 있어?”
수진이 줄기를 다시 봤다.
“상부 3분의 2는 아직 괜찮아요. 하지만 이 속도면 일주일 안에 절반까지 올라가요.”
이재호가 잠깐 말이 없다가 물었다.
“수확을 앞당길 수 있어?”
수진이 답했다.
“가능은 해요. 근데 수확하면 해조류가 없어지니까 균사체의 분해 대상이 사라져요. 균사체가 다음 유기물을 찾아서 퍼질 거예요.”
수진이 수면으로 올라와 관리동으로 들어갔을 때, 최 주임이 와 있었다. 회의실 탁자에 태블릿 두 대가 놓여 있었다. 최 주임이 말했다.
“순환 위원회에서 긴급 결정이 나왔어요. 7구역과 5구역의 조기 수확을 승인합니다. 수확 후 빈 프레임에 새 해조류를 이식하고, 균사체 밀도는 자연 감소를 기다리는 방안이에요.”
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자연 감소가 안 돼요. 파이프에서 유기물이 계속 내려오는데 밀도가 줄어들 이유가 없어요.”
최 주임이 수진을 봤다.
“파이프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알죠?”
수진이 물었다.
“왜 못 막아요.”
최 주임이 태블릿 화면을 넘겼다. 부산시 폐기물 처리 현황.
“지상 처리 시설 8곳 중 5곳이 폐쇄됐어요. 남은 3곳도 용량 초과 상태예요. 해저 농장이 멈추면 부산 시내에 폐기물이 쌓여요. 일주일이면 위생 비상이 선포돼요.”
이재호가 의자 등받이를 잡으며 말했다.
“그러면 균사체가 해조류를 다 먹어치울 때까지 기다리란 말이에요? 해조류가 없어지면 농장의 탄소 고정 기능도 사라져요.”
최 주임이 이재호를 봤다.
“위원회도 알고 있어요. 대안을 검토 중이에요.”
수진이 물었다.
“어떤 대안이요.”
최 주임이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답했다.
“새로운 균사체 변종을 투입하는 방안이에요. 기존 균사체보다 분해 속도가 느리고, 밀도 상한이 있는 변종. 한국해양과학원에서 개발 중이에요.”
수진이 물었다.
“개발 완료까지 얼마나 걸려요.”
최 주임이 답했다.
“6개월에서 1년.”
수진이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7구역 해조류가 한 달 안에 전멸할 수 있는데요.”
그날 밤 수진은 관리동 숙소의 좁은 방에 누워 있었다. 천장의 배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방파제 너머로 파도 소리가 벽을 타고 올라왔다. 수진은 베개 옆의 휴대용 단말기를 열었다. 균사체 밀도 한계 관련 논문을 검색했다. 2068년에 발표된 해양 연구소의 보고서가 있었다. 제목: '고밀도 균사체 환경에서의 생물 침투 패턴'. 보고서에 따르면, 균사체 밀도가 입방센티미터당 8만을 넘으면 균사가 주변 생물의 세포막을 뚫고 침투하기 시작했다. 해조류뿐 아니라 갑각류, 연체동물, 어류, 심지어 고래 사체의 조직에도 균사가 파고들었다. 8만. 7구역의 현재 밀도가 7만 6천이었다. 4천 차이. 하루 5천씩 올라가는 추세라면 내일이면 넘었다.
수진은 단말기를 끄고 천장을 봤다. 6년 전 이 일을 시작했을 때, 해저 순환 농장은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라고 불렸다. 폐기물을 해저에서 분해하고, 해조류로 탄소를 고정하고, 수확한 해조류를 사료와 비료로 쓰는 완전한 순환. 수진은 단말기를 덮고 돌아누웠다. 배관의 물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파이프를 통해 지금도 유기물이 해저로 내려가고 있을 것이었다. 균사체는 그것을 받아먹고 불어나고 있을 것이었다.
이틀 뒤 아침, 수진은 7구역에서 올라오다 잠수정의 외벽에 무언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심 200미터 지점. 잠수정의 착륙용 강철 다리에 하얀 실 같은 것이 엉겨 있었다. 균사였다. 수진은 잠수정을 세우고 밖을 봤다. 균사가 잠수정의 접합부 틈에 파고들어 있었다. 해저 바닥의 균사체에서 올라온 것이 수중의 유기 입자를 따라 상승하다 잠수정에 달라붙은 것이었다. 수진은 장갑을 낀 손으로 균사를 떼어냈다. 끈적했다. 하얀 실이 장갑에 붙어 늘어졌다.
수진이 수면에 올라와 잠수정을 부두에 댔을 때, 이재호가 부두의 계선주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 든 태블릿을 내리며 수진을 봤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8구역에서 어민 한 명이 신고했어. 그물에 해조류 대신 하얀 덩어리가 걸렸대. 균사체 뭉치야.”
수진이 잠수정에서 내리며 물었다.
“8구역이요? 7구역에서 확산된 거예요?”
이재호가 끄덕였다.
“해류를 타고 넘어간 것 같아. 8구역은 우리 관할이 아니야. 통영 농장이야.”
수진이 격리복의 지퍼를 내리며 말했다.
“통영에 연락했어요?”
이재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우리가 먼저 확인하고 보고해야지.”
수진과 이재호는 관리동의 보트를 타고 8구역 해역으로 갔다. 수면에서 흰색 부유물이 군데군데 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손톱만 한 것부터 접시만 한 것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균사체 조각이었다. 수진이 채취 도구로 건져서 봤다. 손바닥만 한 크기. 표면이 매끄럽고, 누르면 스펀지처럼 탄력이 있었다. 이재호가 수진의 어깨 너머로 봤다.
“이거 해저에서 올라온 거야?”
수진이 끄덕였다.
“밀도가 높아지면 균사체끼리 뭉쳐서 떠올라요. 가스를 만들어서 부력이 생기거든요.”
이재호가 수면을 둘러봤다. 흰색 부유물이 수십 미터에 걸쳐 떠 있었다.
“이게 양식장으로 들어가면 큰일이야.”
수진이 이재호를 봤다.
“이미 들어갔을 수도 있어요.”
오후에 순환 위원회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관리동이 아니라 부산시청 영상 회의실이었다. 화면에 최 주임을 포함한 위원 5명의 얼굴이 떴다. 수진과 이재호는 관리동 회의실에서 접속했다. 수진이 관리동의 낡은 카메라를 켜고 화면 공유를 눌러 7구역과 8구역의 데이터를 보고했다. 균사 밀도 추이, 해조류 뿌리 분해 현황, 수면 부유물 확산 범위. 위원 한 명이 물었다.
“균사체를 화학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어요?”
수진이 답했다.
“항진균제를 대량 살포하면 균사체가 죽어요. 하지만 농장의 순환 기능도 같이 죽어요. 해조류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도 균사체니까요.”
최 주임이 말했다.
“만약 균사체를 죽이면 폐기물 처리는 어떻게 됩니까.”
수진이 답했다.
“파이프를 통해 내려오는 유기물이 그대로 해저에 쌓여요. 산소를 소비하면서요. 해저 무산소 지대가 급속히 형성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화면 속 위원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최 주임이 물었다.
“결국 선택지가 뭡니까.”
수진이 말했다.
“세 가지예요. 첫째, 파이프 투입량을 줄인다. 하지만 지상 처리 시설이 없으니 폐기물이 도시에 쌓여요. 둘째, 균사체를 제거한다. 농장이 멈추고 해저가 오염돼요. 셋째, 현 상태를 유지한다. 균사체가 해조류를 먹어치우고, 결국 양식장까지 침투해요.”
위원 한 명이 말했다.
“어떤 것도 선택할 수가 없잖아요.”
수진이 모니터를 봤다.
“그래서 네 번째를 제안합니다.”
이재호가 수진을 봤다. 수진이 말했다.
“7구역의 해조류를 전량 수확한 뒤, 프레임을 해체해요. 빈 해저에 균사체가 남지만, 유기물 공급을 차단하면 밀도가 떨어져요. 파이프의 유기물은 5구역과 6구역으로 분산 투입하되, 밀도 한계치를 넘기 전에 주기적으로 수확해서 균사체에 돌아가는 영양을 줄이는 거예요. 7구역은 6개월간 휴경이요.”
최 주임이 물었다.
“7구역 휴경 동안 그 구역의 탄소 고정량은 누가 채워요?”
수진이 답했다.
“못 채워요. 6개월간 연간 탄소 고정 목표의 8퍼센트가 비어요.”
최 주임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화면 속 다른 위원들이 서로를 봤다. 위원 한 명이 말했다.
“탄소 고정 목표 미달이면 배출권 거래에서 패널티가 나와요. 부산시 예산에 영향이 있어요.”
수진이 모니터 속 위원의 얼굴을 봤다.
“해조류가 전멸하면 8퍼센트가 아니라 100퍼센트가 비어요.”
회의가 끝난 뒤 수진은 부두로 나왔다. 해가 진해만의 서쪽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거제도의 산등성이가 검은 실루엣으로 잘려 있었다. 수면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방파제 콘크리트의 표면이 아직 낮의 열기를 머금고 있어서 앉으면 등이 따뜻했다. 이재호가 커피 두 잔을 들고 왔다. 한 잔을 수진에게 건넸다.
“위원회가 받아들일까?”
수진이 커피를 받으며 말했다.
“7구역 해체는 받아들일 거예요. 나머지 구역 분산 투입은 모르겠어요.”
이재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종이컵이 흔들렸다. 이재호가 말했다.
“수확한 해조류는 사료 공장으로 보내면 되는데, 균사가 침투한 뿌리는 못 써. 그것도 폐기물이야.”
수진이 커피잔을 양손으로 감쌌다.
“돌고 돌아요.”
이재호가 커피를 내려놓고 수면을 봤다.
“우리가 버린 걸 바다가 처리해주고, 바다가 처리 못 하는 걸 우리가 다시 가져와야 하는데, 가져올 곳이 없어.”
수진은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잔을 내려다봤다. 커피 표면에 진해만의 주황빛이 비쳤다. 수진이 말했다.
“내일 7구역에 다시 내려갈 거예요. 해조류 상태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수확 일정 잡아야 해요.”
이재호가 끄덕였다.
“조심해. 밀도가 8만 넘으면 격리복 접합부에도 침투할 수 있어.”
수진은 남은 커피를 한 번에 마시고 종이컵을 구겼다. 일어섰다.
“알아요.”
다음 날 수진은 7구역의 해저에 섰다. 채취봉을 꽂았다. 8만 1천. 어젯밤 논문에서 읽은 경계선을 넘었다. 수진은 채취봉을 뽑아 허리에 끼우고 해조류 프레임 쪽으로 걸었다. 10미터 거리가 해저의 두꺼운 균사체 위를 걷는 탓에 오래 걸렸다. 줄기의 절반이 갈변해 있었다. 균사가 뿌리에서 줄기 중간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수진은 줄기의 녹색 부분을 손으로 만졌다. 매끈하고 차가웠다. 아직 살아 있는 부분. 이 줄기에서 한 달 뒤 수확할 해조류가 자라야 했다. 수진은 줄기에서 손을 떼고 아래를 봤다. 헤드램프의 빛이 해저 바닥을 비추었다. 균사체가 솜이 아니라 스펀지처럼 두껍게 쌓여 있었다. 한 발을 디딜 때마다 발목까지 빠졌다. 빠진 발을 빼면 균사가 장화를 감싸듯 붙어 올라왔다. 수진은 발을 들어올렸다. 장화에 균사가 붙어 올라왔다. 하얀 실이 장화와 바닥 사이에서 늘어지다 끊어졌다.
수진은 프레임의 철제 기둥을 잡고 서서 위를 올려다봤다. 수심 340미터의 어둠 속에서 해조류의 녹색 줄기가 위를 향해 뻗어 있었다. 이 줄기들이 바다에서 탄소를 잡아두고, 산소를 만들고,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사람에게 사료와 비료를 돌려줬다. 그 순환의 밑바닥에 균사체가 있었다. 수진의 장화 밑에서 뭉개지는 것도 같은 균사체였다. 수진은 프레임의 차가운 철제 기둥에서 손을 떼고 통신을 켰다.
“이재호 씨. 8만 1천이에요. 수확 일정을 이번 주로 앞겨야 해요.”
이재호의 목소리가 헬멧 스피커에서 울렸다.
“알겠어. 수확팀 편성할게.”
수진은 통신을 끊었다. 헬멧 안에서 숨을 내쉬고 잠수정으로 돌아갔다. 해저 바닥에 찍힌 발자국마다 균사가 흰색 실처럼 따라 올라왔다. 잠수정의 조종석에 앉아 상승 버튼을 눌렀다. 기체가 해저에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창 너머로 7구역의 해조류가 아래로 멀어졌다. 녹색 줄기 사이사이로 갈색이 번지고 있었다. 그 아래, 해저 바닥의 균사체가 헤드램프 빛에 하얗게 빛났다. 수진은 조종간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수심 표시가 줄어들었다. 340,300, 250,200. 창밖의 물빛이 검은색에서 짙은 남색으로, 남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햇빛이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