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채가 혈액 분석기의 이상 신호를 처음 본 것은 화성 표준시 새벽 4시였다. 의료 모듈의 조명이 야간 모드여서 장비 표시등의 빛만 벽에 반사되고 있었다. 분석기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떠 있었다. '검체 31건 — 알부민 구조 이상 감지. ' 은채는 장갑을 낀 채 화면을 눌렀다. 31건의 혈액 검체 목록이 떴다. 31이라는 숫자가 은채의 눈에 박혔다. 240명 중 31명. 12.9퍼센트. 정기 건강 검진으로 채취한 것들이었다. 240명 전원의 혈액을 매달 분석하는 일이 은채의 업무였다. 5개월간 이상이 없었다. 매달 240명의 혈액을 채취하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고, 지구에 전송했다. 같은 작업의 반복이었다. 화성에서의 생활은 반복이었다. 기상, 검진, 식사, 작업, 수면. 반복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이상이 없다는 것이 일상이었다. 6개월 차에 31건이 동시에 걸린 것이었다.
은채는 첫 번째 검체를 열었다. 알부민의 3차원 구조가 화면에 렌더링됐다. 정상 알부민과 나란히 비교됐다. 차이가 보였다. 알부민의 도메인 2에 추가 결합 부위가 생겨 있었다. 기존에 없던 구조. 은채는 두 번째 검체를 열었다. 같은 변형. 세 번째도. 31건 모두 동일한 위치에 동일한 구조 변형이 발생해 있었다.
은채는 장갑을 벗었다. 장갑 안쪽에 땀이 차 있었다.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장갑을 벗자마자 공기가 손에 닿았다. 모듈 안의 공기. 정화 시스템을 거친 공기였지만 은채는 갑자기 그 공기가 달라 느껴졌다. 의료 모듈의 온도가 17도로 설정되어 있었다. 화성 거주 모듈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야간에 난방을 줄였다. 은채는 손을 비비며 화면을 다시 봤다. 31건의 이름 목록을 아래로 스크롤했다. 14번째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윤하. 은채의 딸이었다. 열두 살.
은채는 의자를 뒤로 밀었다. 의료 모듈의 둥근 창으로 화성의 지표가 보였다. 적갈색 사막. 새벽의 화성 하늘이 짙은 보라색이었다. 지구에서 5,600만 킬로미터. 귀환 셔틀은 8개월 뒤에 온다. 2년 전 화성 레골리스에서 단백질 47종이 추출됐다. 지구 원시 해양에서 발견되는 단백질과 98.6퍼센트 일치했다. 생명이 화성에서 시작되어 운석을 통해 지구로 전파됐다는 범스페르미아 가설이 확정됐다. 화성이 고향이 됐다. 인류가 돌아가는 것이라는 서사가 만들어졌다. 프로젝트 이름이 귀향이었다. 첫 이주단 240명. 은채는 이주단의 유일한 의료 담당자였다. 통신 지연은 편도 14분.
은채는 변형된 알부민의 결합 부위를 분석했다. 추가된 결합 부위의 형태가 화성 토양의 과염소산염 분자와 정확히 맞았다. 열쇠와 자물쇠. 은채는 결합 시뮬레이션을 3번 돌렸다. 3번 모두 같은 결과. 변형된 알부민이 과염소산염을 분해하는 효율은 인공 필터의 14배였다. 변형된 알부민이 과염소산염과 결합하면 과염소산염이 무해한 염화물로 분해됐다. 화성 토양에는 과염소산염이 0.5퍼센트에서 1퍼센트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에게 유독한 물질. 갑상선 기능을 교란하고, 장기 노출 시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 이주 전 훈련에서 과염소산염 대응 프로토콜만 40시간을 배웠다. 노출 시 즉시 제염. 흡입 시 활성탄 투여. 은채가 직접 프로토콜을 작성했다. 그 프로토콜이 이제 무의미해지려 하고 있었다. 몸이 스스로 과염소산염을 처리하고 있었으므로. 거주 모듈의 공기 정화 시스템이 과염소산염을 걸러내고 있었지만, 미량은 항상 모듈 내부에 존재했다. 변형된 알부민은 그 미량의 과염소산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몸이 화성에 적응하고 있었다.
은채는 분석을 계속했다. 변형된 알부민의 산소 결합 능력을 테스트했다. 결과가 나왔다. 변형된 알부민은 산소 운반 효율이 정상의 62퍼센트로 떨어져 있었다. 화성 대기의 산소 농도 0.13퍼센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듈 내부의 산소 농도는 지구보다 낮은 16퍼센트로 유지되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지구 대기의 21퍼센트에서는 변형된 알부민이 과잉 산소에 의해 산화됐다. 산화된 알부민이 적혈구 막을 손상시켰다. 용혈. 적혈구가 파괴됐다.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변형이 완료된 상태에서 지구 대기에 노출되면 48시간 내에 혈중 적혈구 수가 치명적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뮬레이션의 그래프가 급락하는 곡선을 그렸다. 은채는 그래프를 봤다. 이 곡선이 사람의 죽음이었다. 지구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죽음.
은채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채 두 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 변형이 완료되면 지구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된다. 31명의 몸이 화성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 7시. 거주 모듈의 조명이 주간 모드로 전환됐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은채는 의료 모듈의 문을 잠그고 데이터를 개인 단말에 옮겼다. 분석기의 경고 기록을 초기화했다. 31건의 이상 신호가 기록에서 사라졌다. 은채의 손이 떨리지는 않았다. 초기화 버튼을 누르는 동작이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은채는 장비 앞에 서서 3초간 눈을 감았다. 눈을 떴다. 분석기 화면이 정상 대기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식당 모듈에서 윤하가 아침을 먹고 있었다. 합성 단백질 블록과 재배 채소. 윤하가 은채를 봤다.
“엄마, 어제 밤에 못 잔 거야?”
“분석 작업이 밀려서.”
은채가 윤하의 맞은편에 앉았다. 윤하의 얼굴을 봤다. 혈색이 좋았다. 볼에 색이 돌고 있었다. 지구에서의 윤하는 달랐다. 만성 폐질환. 태어날 때부터 폐 기능이 정상의 58퍼센트였다.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찼다. 뛰지 못했다. 화성에 온 뒤 윤하의 호흡이 나아졌다. 지구에서 윤하는 흡입기를 하루에 4번 썼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한 달에 7일이었다. 화성 이주를 결정한 이유가 윤하였다. 은채는 의료 논문을 뒤져 저산소·저중력 환경이 만성 폐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긍정적 가능성이 있었다.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하지 않은 가능성을 위해 5,600만 킬로미터를 왔다. 낮은 산소 농도가 폐에 부담을 줄였고, 0.38의 중력이 심폐 기능의 부하를 낮췄다. 윤하는 화성에서 처음으로 뛰었다. 거주 모듈의 복도를 달리는 윤하를 봤을 때 은채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벽에 손을 짚어야 했다. 윤하가 복도 끝에서 돌아보며 웃었다. 숨이 차지 않은 웃음. 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은채는 그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다. 단말에 저장했다. 화성에서 찍은 첫 번째 사진이었다.
“오늘 윤서 언니랑 온실 가기로 했어.”
윤하가 채소를 씹으며 말했다.
“기침은?”
“안 해. 요즘 진짜 안 해. 어제 복도에서 3바퀴 뛰었는데 하나도 안 힘들었어.”
윤하가 채소를 포크로 찔렀다. 토마토였다. 거주 모듈의 온실에서 재배한 것. 화성의 토양과 수경 재배의 혼합 방식으로 키운 것. 토마토 안에도 화성의 것이 섞여 있었다.
윤하가 웃었다. 은채는 윤하의 웃는 얼굴을 봤다. 이 아이의 혈액 안에서 알부민이 변하고 있었다. 화성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변형이 완료되면 윤하는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윤하의 폐는 화성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은채는 지구와의 정기 보고 시간에 의료 모듈에 앉아 있었다. 통신 단말의 화면에 지구 측 의료 총괄 한정수의 이름이 떠 있었다. 편도 14분의 지연. 메시지를 보내면 28분 뒤에 답이 온다. 한정수는 귀향 프로젝트의 지구 측 총괄이었다. 은채와 같은 대학 출신. 이주 전 마지막 회의에서 한정수가 은채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은채, 거기서 사람들 건강은 당신 손에 달려 있어. 이상 징후가 있으면 즉시 보고해. 판단은 이쪽에서 할게.”
은채는 그때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6개월 뒤에 이렇게 무거워질 줄 몰랐다.
은채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6개월 차 정기 검진 결과: 240명 전원 이상 없음. ' 전송 버튼 위에 커서를 올렸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춰 있었다. 31건의 이상을 적지 않은 보고서. 은채는 보고서를 봤다. '이상 없음. ' 세 글자가 화면에서 빛나고 있었다.
은채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전송 확인음이 울렸다. 짧고 높은 전자음. 보고서가 빛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갔다. 14분 뒤에 도착한다. 거짓이 14분 만에 5,600만 킬로미터를 건너는 것이었다. 은채는 전자음이 사라진 뒤의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보고서가 전송된 뒤 은채는 의료 모듈에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12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은채는 변형 진행 속도를 계산했다. 31명의 알부민 변형률은 현재 12퍼센트에서 34퍼센트 사이였다. 변형 속도가 현재와 동일하다면 완료까지 4개월에서 7개월. 귀환 셔틀이 오는 것은 8개월 뒤. 변형이 먼저 완료되는 사람은 셔틀을 타도 지구에 도착하면 죽는다.
은채는 31명의 목록을 다시 봤다. 변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34퍼센트. 이름을 확인했다. 강민우. 지질 탐사팀 소속. 외부 활동이 가장 많은 사람이었다. 토양 채취를 위해 매일 모듈 밖으로 나갔다. 우주복을 입지만 미량의 과염소산염에 노출된다. 노출이 많을수록 변형이 빨랐다. 은채는 목록을 더 내렸다. 윤하의 변형률. 19퍼센트. 중간 수준. 윤하도 온실 작업을 하면서 화성 토양에 노출되고 있었다.
은채는 단말을 닫았다. 의료 모듈을 나왔다. 복도를 걸었다. 거주 모듈의 복도는 원통형이었다. 바닥과 천장의 구분이 곡면으로 이어져 있었다. 복도의 끝에 관측 창이 있었다. 은채는 관측 창 앞에 섰다. 화성의 오후. 하늘이 분홍빛으로 변해 있었다. 지표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적갈색 먼지가 낮게 날리고 있었다. 먼지 너머로 올림푸스 산의 실루엣이 보였다. 높이 2만 1,000미터. 지구의 어떤 산보다 높았다. 고향의 산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산. 저 먼지 안에 과염소산염이 있었다. 저 먼지가 31명의 몸을 바꾸고 있었다.
은채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민우가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우주복의 상반신을 벗어 허리에 묶은 채였다. 얼굴에 땀이 맺혀 있었다. 외부 작업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은채 선생님, 오늘 토양 채취하다가 이상한 거 봤어요.”
“뭘?”
“3번 채취 구역에서 토양 색이 달라요. 처음 보는 거예요. 다른 곳은 적갈색인데 그쪽만 회백색이에요. 과염소산염 농도가 4배 높게 나왔고요.”
은채의 눈이 민우의 손을 봤다. 장갑을 벗은 맨손이었다. 손가락에 적갈색 먼지가 묻어 있었다.
“장갑은?”
“채취하다가 찢어져서. 10분 정도 맨손으로 작업했어요.”
“혈액 검사 받으러 와. 지금.”
은채의 목소리가 짧아졌다. 민우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따라왔다. 의료 모듈에서 은채가 민우의 혈액을 채취했다. 주사기에 들어온 혈액의 색이 정상보다 어두웠다. 은채는 분석기에 혈액을 넣었다. 3분. 결과가 나왔다. 알부민 변형률 38퍼센트. 4일 전 검사에서 34퍼센트였다. 4퍼센트가 올랐다. 맨손 노출이 변형을 가속시킨 것이었다.
은채는 분석 결과를 저장하지 않았다. 화면을 닫았다.
“별거 아니에요. 토양 성분 노출 확인차 한 거예요.”
“이상 있어요?”
“없어요. 장갑 찢어지면 바로 교체하고. 맨손 작업 하지 마요.”
민우가 은채를 봤다.
“선생님, 요즘 좀 피곤해 보여요.”
“야간 분석이 밀려서 그래요.”
“저번에 은하가 온실에서 뛰어다니는 거 봤어요. 진짜 건강해졌더라. 여기 오길 잘한 거 같아요.”
은채의 손이 분석기 위에서 멈췄다. 민우는 자기 혈액 안의 변화를 모른다. 자기 몸이 화성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웃고 있었다. 화성의 하늘 아래서 흙을 만지며.
민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은채는 민우가 나간 문을 봤다. 38퍼센트. 이 속도면 민우의 변형 완료까지 3개월. 셔틀보다 5개월 빠르다. 민우가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닫히고 있었다. 민우는 모른다. 내일도 우주복을 입고 밖에 나갈 것이다. 토양을 채취할 것이다. 장갑이 또 찢어질 수도 있다. 은채는 민우에게 외부 활동을 금지시킬 수 있었다. 의료 담당자의 권한으로. 하지만 이유를 말해야 한다. 이유를 말하면 변형을 말해야 한다. 변형을 말하면 31명 전원이 알게 된다.
밤. 윤하가 잠든 뒤 은채는 자기 방에서 데이터를 다시 열었다. 31명의 변형 진행률을 그래프로 그렸다. 곡선이 모두 위를 향하고 있었다. 감소하는 사람은 없었다. 변형은 비가역적이었다. 그래프의 곡선은 모두 완만한 상승 곡선이었다. 가파르지 않았다. 천천히. 확실하게. 몸이 소리 없이 바뀌고 있었다. 은채는 자기 자신의 데이터도 확인했다. 알부민 변형률 7퍼센트. 은채도 31명 중 하나였다. 아니, 78명 중 하나가 될 사람이었다. 은채의 몸도 화성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은채는 단말을 내려놓았다. 오른손을 펴서 봤다. 평범한 손이었다. 변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손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혈액 안에서, 단백질의 수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규모로 은채의 몸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 고향의 흙이 은채를 다시 빚고 있었다. 되돌릴 방법이 은채의 의료 장비에는 없었다. 지구의 연구 시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고하면 어떻게 되는가. 지구 본부가 긴급 귀환 명령을 내린다. 8개월을 기다리지 않고 현재 궤도에 있는 보급선을 돌린다. 보급선의 거주 공간은 60명분. 240명 중 60명만 탈 수 있다. 31명의 변형자가 우선 탑승 대상이 된다. 나머지 209명은 다음 셔틀까지 8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8개월을 더 기다리는 동안 209명의 몸도 변할 수 있다. 모듈의 공기를 마시고, 토양에 노출되고, 시간이 지나면. 보급선이 60명을 태우고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이 귀환할 때쯤이면 그들도 지구에서 살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31명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변형이 40퍼센트 이상 진행된 사람은 지구 대기에서 살 수 없다. 도착하는 순간 용혈이 시작된다. 은채는 계산을 멈추고 창을 봤다. 화성의 밤이었다. 하늘에 별이 보였다. 지구의 밤하늘보다 별이 적었다. 대기가 얇아서 오히려 별빛이 안정적이었다. 깜빡이지 않는 별. 저 별들 중 하나가 지구였다. 은채는 지구를 찾으려 했지만 어떤 별인지 알 수 없었다.
은채는 데이터를 닫았다. 방의 조명을 껐다. 어둠 속에서 천장을 봤다. 천장의 환기구에서 공기가 나오고 있었다. 정화된 공기. 하지만 과염소산염 미량이 섞여 있는 공기. 이 공기를 마시면서 240명 모두의 몸이 조금씩 변하고 있을 수 있었다. 31명은 변형이 감지된 사람들. 나머지 209명도 시간 문제일 수 있었다.
다음 날 오전. 은채는 209명의 혈액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정밀 스캔. 4시간이 걸렸다. 분석기가 검체를 하나씩 처리하는 동안 은채는 의료 모듈에 앉아 기다렸다. 커피를 3잔 마셨다. 합성 커피. 맛이 없었지만 카페인은 있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카페인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은채는 구분하지 않았다. 결과. 209명 중 추가로 47명에서 알부민 변형의 초기 징후가 감지됐다. 변형률 1퍼센트에서 5퍼센트. 전체 240명 중 78명. 32.5퍼센트. 한 달 전 31명이 6개월 차에 78명. 이 속도면 9개월 차에는 240명 전원이 변형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화성에 발을 디딘 모든 사람의 몸이 바뀌는 것이었다. 거주 모듈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토양을 만지는 것만으로. 화성이 인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인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달 전에는 31명이었다. 비율이 올라가고 있었다.
은채는 의료 모듈의 문을 잠갔다. 의자에 앉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바닥이 얼굴에 닿았다. 차가웠다. 은채는 손을 내렸다. 손바닥에 눈물이 묻어 있었다. 은채는 손바닥을 바지에 닦았다. 통신 단말을 열었다. 지구 본부 앞으로 수정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6개월 차 정기 검진 수정 보고: 240명 중 78명에서 혈중 알부민 구조 이상 감지. 변형률 1퍼센트에서 38퍼센트. 변형은 비가역적이며 진행 중. 변형 완료 시 지구 대기 적응 불가 추정. '
은채는 보고서를 읽었다. 은채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춰 있었다. 이 보고서가 전송되면 14분 뒤에 지구에 도착한다. 지구 본부가 읽는다. 긴급 회의가 소집된다. 귀환 명령이 내려진다. 보급선이 돌아온다. 60명이 탄다. 나머지는 남는다. 31명 중 변형이 빠른 사람은 지구에 도착해도 살 수 없다. 윤하의 변형률은 19퍼센트. 지금 출발하면 4개월 뒤에 지구 도착. 4개월 동안 변형이 진행된다. 도착 시 변형률 예상치. 은채가 계산했다. 35퍼센트에서 42퍼센트. 42퍼센트면 지구 대기에서 용혈이 시작되는 임계치에 근접한다. 임계치는 45퍼센트. 윤하가 42퍼센트에서 멈출지, 45를 넘을지는 4개월간의 변형 속도에 달려 있었다. 계산으로는 알 수 없었다. 윤하의 몸이 어떤 속도로 화성의 것이 될지는 윤하의 몸만이 알았다.
윤하를 지구에 보내면 윤하는 살 수 있다. 경계선이지만. 윤하를 화성에 남기면 윤하의 폐는 계속 나아진다. 하지만 변형이 완료되면 영원히 지구에 갈 수 없다.
은채는 통신 단말의 전송 버튼을 봤다. 아침에 보낸 거짓 보고서와 같은 버튼. 같은 크기. 같은 위치. 누르면 진실이 간다. 누르지 않으면 거짓이 남는다.
의료 모듈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윤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점심 먹으러 가자.”
은채는 통신 단말의 화면을 봤다. 수정 보고서의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금방 갈게.”
은채가 대답했다. 문 너머에서 윤하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가볍고 빠른 발소리. 뛰고 있었다. 화성에서만 가능한 발소리였다. 은채는 그 소리를 들었다. 발소리가 복도의 끝까지 가서 사라졌다. 은채는 통신 단말을 봤다. 수정 보고서의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변형 완료 시 지구 대기 적응 불가 추정. ' 추정. 확실하지 않다. 시뮬레이션 결과일 뿐이다. 실제로 변형이 완료된 사람이 지구 대기에 노출된 사례는 없다. 0건. 은채는 '추정' 이라는 단어를 봤다. 이 단어 하나가 240명의 미래를 바꿀 수 있었다. 전송 버튼은 여전히 화면 아래쪽에 있었다. 은채의 손이 단말 위에 있었다. 의료 모듈의 환기구에서 공기가 나오고 있었다. 정화된 공기. 과염소산염의 미량이 섞인 공기. 은채가 숨을 쉬었다. 들이쉬고 내쉬었다. 공기가 폐를 채웠다. 은채의 혈액 안에서 알부민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은채는 검사하지 않았다. 의료 모듈의 창 너머로 화성의 오후 하늘이 보였다. 분홍빛. 지구의 하늘과는 다른 색이었다. 윤하가 이 하늘 아래서 뛰고 있었다. 복도 어딘가에서 윤하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수정 보고서의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은채는 숨을 한 번 더 들이쉬었다. 화성의 공기가 폐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