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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수 위의 밤

2026. 3. 13. · 9,084자 · 약 11분

심박수 위의 밤 썸네일
17

도윤이 전파 차단 패치를 왼쪽 팔뚝에 붙인 것은 새벽 2시 47분이었다. 패치의 접착면이 피부에 닿았을 때 차가웠다. 심박 모니터의 초록색 불빛이 한 번 깜빡이고 꺼졌다. 신호 두절. 중앙에너지관리국 서버에서 도윤의 심박 데이터가 사라지는 데 0.8초. 도윤은 손목의 모니터 화면을 봤다. 화면이 어두웠다. 3년 만에 처음 보는 어둠이었다. 모니터가 켜져 있는 3년 동안, 화면의 초록색 불빛이 항상 팔뚝에서 빛나고 있었다. 잠들 때도. 씻을 때도. 화장실에서도. 초록색 빛이 사라진 팔뚝이 낯설었다. 피부에 모니터 밴드의 자국이 있었다. 3년 동안 눌려 있던 피부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도윤은 현관문을 열었다. 아파트 복도의 조명이 절전 모드여서 바닥의 유도등만 켜져 있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심박 모니터와 연동되어 있었다. 모니터가 꺼진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타면 관리사무소에 알림이 갔다. 계단은 16층이었다. 도윤은 한 계단씩 내려갔다. 발소리를 죽였다. 운동화 밑창이 콘크리트를 밟는 소리가 계단통에 울렸다. 16층에서 1층까지 4분 38초. 도윤의 심박수는 분당 72회였다. 법적 상한선은 60회. 이미 12회 초과. 모니터가 꺼져 있어서 기록되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도윤은 오래된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3년 전 마지막으로 신은 운동화. 밑창이 닳아 있었다. 쿠션이 빠져 있었다. 발바닥에 계단의 모서리가 느껴졌다. 이 신발로 풀코스를 뛰었다. 42.195킬로미터. 그 거리가 이제는 숫자로만 존재했다.

1층 로비를 지나 아파트 단지 후문으로 나갔다. 후문에는 심박 게이트가 없었다. 정문에만 있었다. 도윤은 그것을 3주 전에 확인해 두었다. 후문 밖은 강변 산책로였다. 새벽 3시의 산책로에 사람이 없었다. 가로등이 3개 중 1개만 켜져 있었다. 에너지 절감 조치. 이전에는 모든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강변이 환했다. 야간 러너들이 달렸다. 자전거가 지나갔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산책은 에너지 소비 활동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산책 중 심박수가 오르면 경고가 떴다. 사람들은 산책도 그만두었다. 도윤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걸으면서 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종아리 근육이 움직였다. 허벅지가 따라왔다. 3년 동안 쓰지 않은 근육이 깨어나고 있었다. 깨어나면서 아팠다.

약속 장소는 산책로에서 300미터 떨어진 교각 아래였다. 도윤이 도착했을 때 이미 4명이 서 있었다. 전부 왼쪽 팔뚝에 패치를 붙이고 있었다. 전부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운동복이 몸에 맞지 않았다. 헐렁했다. 3년 전의 몸에 맞춰 산 옷이 지금의 줄어든 몸에 걸쳐져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교각 아래에 가로등이 없었다. 어둠 속에서 숨소리만 들렸다. 거친 숨소리. 사람이 숨을 참고 있을 때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래 쓰지 않은 폐가 바깥 공기를 받아들이며 내는 소리였다.

“다 왔어?”

목소리가 어둠에서 나왔다. 낮고 굵은 목소리. 크루 리더 상호였다. 도윤은 상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목소리와 패치 유통 경로만 알고 있었다.

“왔어요.”

상호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키가 컸다. 하지만 어깨가 좁았다. 목소리에 비해 체격이 작았다. 이 사람도 줄어든 것이었다.

“인원 체크, 다섯. 코스는 한강 남단, 왕복 8K. 페이스는 6분대 유지하고. 패치 버프 55분이니까 제한 시간 50분이야. 5분 안에 쇼부 못 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목 안이 바싹 타들어 갔다. 아직 뛰지도 않았는데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렸다. 이게 기대감인지, 아니면 공포인지.

“출발.”

5명이 달리기 시작했다. 도윤의 발이 아스팔트를 찼다. 첫 발. 3년 만의 첫 발. 발바닥에 충격이 올라왔다. 무릎을 지나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골반으로, 골반에서 척추를 타고 두개골까지. 몸 전체가 하나의 공명통처럼 울렸다.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치밀었다. 도윤은 이를 악물고 그걸 삼켰다. 그리고 다시 발을 뗐다. 두 번째 발. 세 번째. 네 번째. 리듬이 만들어졌다. 팔이 흔들렸다. 가슴이 펴졌다. 폐가 열렸다. 공기가 들어왔다. 차갑고 습한 새벽 공기. 강 냄새가 섞여 있었다. 이끼와 물고기의 냄새.

도윤의 심박수가 올라갔다. 80.90.100. 분당 100회. 법적 상한선의 167퍼센트. 에너지관리국 기준으로 도윤은 지금 소형 에어컨 한 대와 동일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다. 도윤의 몸이 소비하는 칼로리가 국가 에너지 총량에서 차감되고 있었다. 3년 전 에너지총량관리법이 시행된 뒤, 인체 대사 에너지도 관리 대상이 됐다. 기초대사량 1,800킬로칼로리 이상인 시민은 활동 제한 등급을 부여받았다. 전국에 1,400만 명. 성인 인구의 34퍼센트가 활동 제한 대상이었다. 운동선수, 건설 노동자, 배달 기사가 먼저 분류됐다. 도윤은 마라톤 국가대표 후보였다. 시행 첫 해에 모든 공식 마라톤 대회가 중단됐다. 체육회가 해산됐다. 국가대표 훈련원이 폐쇄됐다. 도윤은 선수촌에서 짐을 싸면서 운동화를 가방에 넣었다. 그 운동화를 3년 동안 신지 않았다. 오늘 밤까지. 도윤의 기초대사량은 2,340킬로칼로리. 가등급. 최상위 제한.

가등급은 심박수 분당 60회 이하를 유지해야 했다. 60회를 넘기면 모니터가 경고를 보냈다. 경고 3회 누적 시 에너지 배급이 30퍼센트 삭감됐다. 배급 삭감은 전기, 가스, 수도에 동시 적용됐다. 6회 누적 시 주거지 에너지 공급이 중단됐다. 도윤은 3년 동안 경고를 1회도 받지 않았다. 앉아 있었다. 걸을 때도 천천히 걸었다. 계단을 오를 때도 한 칸씩 쉬었다. 심박수 60회. 그 숫자 안에서 살았다. 근육이 줄었다. 허벅지 둘레가 5센티미터 빠졌다. 폐활량이 1,200밀리리터 줄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38분에 완주하던 몸이 3층 계단에서 숨이 찼다. 도윤은 그것을 견뎠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은 한 달 전이었다. 새벽에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가다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몸이 도윤의 것이 아니었다. 어깨가 좁았다. 팔이 가늘었다. 쇄골 위로 피부가 꺼져 있었다. 도윤은 거울 앞에서 팔을 들어 올렸다. 팔이 떨렸다. 자기 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근육. 도윤은 거울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돌아섰다. 욕실 바닥의 체중계를 밟았다. 68킬로그램. 마라톤을 뛰던 때의 체중이 74킬로그램이었다. 6킬로그램이 사라져 있었다. 근육이었다. 지방이 아니라 근육. 심박수 60. 그 숫자가 자기 몸의 근육을 연료 삼아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 인터넷 심층 네트워크에서 전파 차단 패치를 검색했다. 3주 뒤 교각 아래에 서 있었다.

5명이 강변을 따라 달렸다. 어둠 속에서 발소리만 들렸다. 5쌍의 발이 아스팔트를 치는 소리. 리듬이 조금씩 달랐다. 도윤의 옆에서 달리는 사람의 호흡이 거칠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났다. 폐가 좁아져 있는 소리. 3년간의 활동 제한이 만든 소리. 도윤의 폐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났다. 호흡이 가빠졌다. 하지만 다리는 멈추지 않았다.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근육 기억. 팔의 각도, 발의 착지 위치, 호흡의 타이밍.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3년 동안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것들이 근섬유 안에 남아 있었다. 도윤은 눈을 감고 달렸다. 3초. 바람이 귀를 스쳤다. 발바닥이 아스팔트를 찍고 떠올랐다. 떠오르는 순간 무중력이었다. 0.3초의 무중력. 착지. 다시 떠오름. 다시 무중력. 몸이 공중에 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도윤은 자유로웠다. 법이 없었다. 모니터가 없었다. 숫자가 없었다. 0.3초짜리 자유가 발걸음마다 돌아왔다.

2킬로 지점에서 상호가 속도를 올렸다. 킬로당 5분 30초. 도윤은 따라갔다. 심박이 올라갔다. 120.130.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좋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각. 3년 만이었다. 도윤의 호흡이 빨라졌다. 들이마시고 내뱉고. 리듬이 잡혔다. 2보에 1호흡. 마라톤 때의 호흡법이 돌아왔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었다. 콧구멍으로 들어온 공기가 차가웠다. 기관지를 지나 폐로 내려갔다. 폐가 부풀었다. 갈비뼈가 벌어졌다. 갈비뼈 사이의 근육이 당겼다. 통증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감각이었다. 도윤의 눈에서 물이 흘렀다.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닦지 않았다. 달렸다.

3킬로 지점에서 뒤쪽으로 소리가 났다.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 무거운 것이 아스팔트에 부딪치는 소리. 무릎이 먼저 닿고, 어깨가 따라왔다. 머리가 마지막에 부딪쳤다. 둔탁한 소리가 강변에 퍼졌다. 도윤이 고개를 돌렸다. 5명 중 1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크루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던 사람. 도윤은 이름을 몰랐다. 크루에서는 이름을 쓰지 않았다. 번호만 있었다. 4번. 4번이 쓰러져 있었다.

상호가 멈췄다. 5명 중 4명이 4번 주위에 모였다. 4번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어두웠다. 도윤이 휴대전화의 후레시를 켰다. 4번의 얼굴이 드러났다. 눈이 감겨 있었다. 입술이 파랬다. 가슴이 움직이지 않았다.

상호가 무릎을 꿇고 4번의 목에 손가락을 댔다. 2초. 3초.

“…맥박 없어.”

상호의 목소리가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낮고 굵던 음성이 아니었다.

도윤의 손이 주머니 안의 전화기를 쥐었다. 119. 세 자리. 누르면 됐다. 구급대가 온다. 제세동기가 온다. 4번이 살 수 있다. 하지만 구급대가 오면 현장에 있는 5명 전원의 위치가 기록된다. 새벽 3시에 강변에서 심박 모니터가 꺼진 상태로 모여 있는 5명. 에너지총량관리법 제14조 위반. 심박 모니터 무력화. 벌금 3,000만 원 또는 징역 2년. 에너지 배급 영구 삭감.

“전화기 집어넣어. 신고하면 다 죽는 거야.”

상호가 으르렁거렸다. 무릎을 꿇은 채. 4번의 몸 옆에서. 3번이 뒤로 물러섰다. 한 발. 두 발. 어둠 속으로 빠지려는 움직임이었다. 상호가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흩어지면 더 눈에 띄어.”

3번이 멈췄다. 발끝이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났다.

도윤은 전화기를 꺼냈다. 화면이 밝아졌다. 화면의 빛이 4번의 얼굴을 비췄다. 파란 입술. 닫힌 눈.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 몸.

“하지 마.”

다른 크루원이 말했다. 2번이었다. 여자 목소리. 떨리고 있었다.

“안 돼요… 신고하면… 우리 애, 에너지 끊기면 난방도 안 들어와요. 제발.”

도윤의 엄지가 화면 위에 있었다. 1.1. 9. 세 번 누르면 됐다. 도윤은 4번의 얼굴을 봤다. 이 사람의 기초대사량은 몇이었을까. 가등급이었을까. 이 사람도 거울 속에서 줄어드는 자기 몸을 보고 여기에 온 것이었을까. 이 사람에게도 3년 전의 운동화가 있었을까. 이 사람도 심박수 60회 안에서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느꼈을까.

상호가 4번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압박을 시작했다. 1, 2, 3, 4, 5. 흉부 압박의 속도는 분당 100회에서 120회. 상호의 심박수도 그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을 것이었다. 상호의 팔뚝에 붙은 패치가 보였다. 패치 유효 시간. 도윤은 시간을 확인했다. 패치를 붙인 지 23분. 남은 시간 32분.

“구급차 도착, 평균 8분.”

도윤의 목소리는 낯설 만큼 차분했다.

“패치 잔여 32분. 지금 떼고 재부팅하면 기록 조작 가능해. 위치는 집으로, 심박은 60 이하로. 시간 충분하잖아?”

상호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 압박을 하면서 도윤을 봤다.

“재부팅에만 3분이야. 지금 떼면 이 심박수 그대로 찍혀. 바로 경고 1회 적립이라고.”

“경고 한 번이면 괜찮잖아. 삭감은 세 번부터니까.”

상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압박을 계속했다. 6, 7, 8, 9, 10.4번의 가슴이 눌렸다 올라왔다. 반응이 없었다.

도윤은 왼쪽 팔뚝의 패치를 잡았다. 떼었다. 접착면이 피부에서 벗겨질 때 통증이 있었다. 피부가 얇아져 있었다. 모니터가 재부팅을 시작했다. 화면에 로딩 바가 떴다. 3분. 도윤은 전화기의 화면을 봤다. 1.1. 9. 엄지가 움직였다.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한강 남단 산책로 3킬로 지점. 교각 아래에서 300미터 동쪽. 심정지 환자 1명. 흉부 압박 중입니다.”

“출동합니다. 압박을 멈추지 마세요.”

도윤은 전화를 끊었다. 나머지 크루원들을 봤다. 2번이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눈에서 물이 흘러 턱을 타고 떨어지고 있었다. 3번은 벌써 패치를 떼고 있었다. 5번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전원 패치 떼. 모니터 재부팅해. 구급대 오기 전에 심박 정상화시켜.”

도윤이 말했다. 자기가 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3주 전까지 도윤은 아파트에서 앉아만 있던 사람이었다.

상호가 압박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손으로 패치를 떼었다. 다른 손은 4번의 가슴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모니터가 재부팅되는 3분 동안 도윤은 서 있었다. 심박수가 내려가지 않았다. 분당 140회. 도윤의 몸이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가 국가 총량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딘가의 가로등이 꺼지고 있을 것이었다. 어딘가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있을 것이었다. 도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이 켜졌다. 로딩이 완료됐다. 화면에 심박수가 떴다. 138. 경고 메시지가 즉시 생성됐다.

“심박 초과. 경고 1회. 추가 초과 시 배급 삭감 예정.”

도윤은 화면을 봤다. 경고 1회. 남은 허용 횟수 2회. 숫자가 화면에 떠 있었다. 빨간 글씨. 도윤은 그 숫자를 봤다. 2. 달릴 수 있는 횟수가 아니었다. 살 수 있는 횟수였다.

구급대 사이렌이 멀리서 들렸다. 소리가 가까워졌다. 붉은 빛이 교각 아래를 비추기 시작했다. 구급대원 2명이 뛰어왔다. 장비를 들고. 제세동기 패드가 4번의 가슴에 붙었다. 기계음이 울렸다.

“충격 권고. 물러나세요.”

상호가 손을 뗐다. 전기 충격이 4번의 몸을 통과했다. 몸이 한 번 들렸다가 내려왔다. 아스팔트 위에서. 충격의 소리가 없었다. 전기는 소리 없이 몸을 지나갔다. 하지만 4번의 몸이 움찔하는 것은 보였다. 근육이 수축했다가 이완됐다. 구급대원이 모니터를 봤다.

2초. 3초. 기계가 다시 분석했다.

“맥박 감지.”

구급대원이 말했다. 4번의 가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움직임. 하지만 움직임이었다.

구급대원이 도윤을 봤다.

“신고자분이세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급대원의 시선이 도윤의 팔뚝으로 갔다. 모니터. 화면에 심박수와 경고 메시지가 떠 있었다. 구급대원이 그것을 봤다. 도윤도 그것을 봤다. 구급대원의 입이 작게 열렸다가, 아무 말 없이 닫혔다. 그의 시선이 도윤의 얼굴과 팔뚝의 모니터를 번갈아 훑었다. 새벽 3시, 강변, 심박수 138. 질문은 필요 없었다. 그는 그저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는 돌아섰다. 4번을 들것에 올렸다. 4번의 팔이 들것 밖으로 늘어졌다. 팔뚝에 패치 자국이 있었다. 접착제가 남긴 붉은 사각형. 구급대원이 그 팔을 들것 위로 올려놓았다.

구급차가 떠났다. 붉은 빛이 멀어졌다. 사이렌이 작아졌다. 교각 아래에 4명이 남았다. 도윤, 상호, 2번, 3번. 5번은 없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교각 아래가 다시 어두워졌다. 구급차의 붉은 빛이 사라지자 어둠이 돌아왔다. 아스팔트에 4번이 쓰러져 있던 자리가 남아 있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그 자리를 아무도 밟지 않았다.

상호가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았다. 무릎에 팔을 올렸다. 고개를 숙였다. 숨을 내쉬었다. 길게. 떨리는 숨이었다.

2번이 도윤에게 다가왔다. 얼굴에 눈물 자국이 말라 있었다.

“경고 떴어?”

도윤이 물었다. 2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1회.”

도윤도 끄덕였다.

“나도.”

2번이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다음에… 또 나올 거예요?”

2번이 물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어둠 속에서 젖은 눈이 빛났다.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스스로 답했다.

“모르겠어요. 그냥… 애가 춥게 자는 건 싫어서.”

2번이 돌아섰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갔다. 걸음이 느렸다. 심박수를 올리지 않으려는 걸음이었다. 도윤은 그 뒷모습을 봤다. 3년 동안 모든 사람이 저렇게 걸었다. 느리게. 조심스럽게. 심장을 속이면서.

새벽 3시 42분. 도윤은 산책로에 서 있었다.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강 건너편에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보였다. 절전 모드의 불빛. 3개 중 1개만 켜진 가로등. 도윤의 심박수가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130.120.110. 아직 60에는 한참 먼 숫자. 도윤의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3킬로를 달린 다리. 3년 만에 달린 다리.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도윤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16층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모니터의 심박수를 60 이하로 내려야 했다. 내일 아침에는 다시 앉아 있어야 했다. 천천히 걸어야 했다. 계단에서 쉬어야 했다. 심박수 60회의 삶으로 돌아가야 했다.

도윤은 강물을 봤다. 강물이 어둠 속에서 흘렀다. 물 위에 가로등 빛이 길게 반사되어 있었다. 빛이 물결에 흔들렸다. 도윤의 종아리가 욱신거렸다. 통증이었다. 3년 만의 통증이었다. 통증이 좋았다. 도윤은 강변에 서서 숨을 쉬었다. 심박수가 내려가고 있었다. 99.90.85. 모니터의 숫자가 천천히 줄었다. 모니터의 숫자가 깜박이며 줄어들었다. 90. 85. 도윤은 주머니에 남은 두 개의 패치를 만지작거렸다. 경고 허용 횟수, 2회. 심장이 두 번 더 뛸 수 있었다. 진짜로. 그 뒤에는 배급이 삭감됐다. 전기가 줄었다. 가스가 줄었다. 수도가 줄었다. 도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 강변에 서 있었다. 종아리의 통증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심박수가 74까지 내려왔다. 60까지 아직 14. 도윤은 집으로 가지 않았다. 강변 벤치에 앉았다. 벤치의 금속이 차가웠다. 허벅지 뒤쪽으로 냉기가 올라왔다. 3년 전 마지막 훈련이 이 강변이었다. 새벽 5시. 코치가 스톱워치를 들고 서 있었다. 도윤이 10킬로를 달렸다. 킬로당 3분 48초. 도윤의 심박수가 분당 172회였다. 그때 172는 정상이었다. 건강한 숫자였다. 지금 172는 범죄였다. 도윤은 벤치에 앉아 강물을 봤다. 물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 물소리만 들렸다. 어디선가 새가 울었다. 새벽을 알리는 새. 곧 해가 뜰 것이었다. 해가 뜨면 사람들이 나온다. 심박 모니터를 차고, 천천히 걸으며, 심박수 60회 안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모니터의 심박수가 68까지 내려왔다. 60까지 8. 도윤은 모니터를 봤다. 숫자가 1씩 줄고 있었다. 67.66.65. 숫자가 60에 가까워질수록 도윤의 몸이 멈추고 있었다. 심장이 느려지고, 혈액이 느려지고, 생각이 느려졌다. 60회. 그 숫자 안에 도윤이 들어가야 했다. 도윤은 벤치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강물이 흘렀다. 다리가 떨렸다.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심박수 60회라는 숫자 안에서 사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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