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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공장의 온기

2026. 3. 10. · 9,051자 · 약 11분

죽은 공장의 온기 썸네일
17

산화철 먼지가 에어록 틈새로 들어와 있었다. 민재는 장갑으로 헬멧 바이저를 닦았다. 먼지가 번졌다. 붉은 줄이 시야를 가로질렀다. 민재는 바이저를 한 번 더 닦고 에어록의 내부 해치를 열었다.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 대신 안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따뜻했다. 방치된 시설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올 이유가 없었다. 대기 공장의 내부 온도는 화성 외기와 같아야 했다. 영하 50도 근처. 민재의 슈트 센서가 에어록 안쪽의 온도를 측정했다. 14도. 민재의 손이 해치 프레임에서 멈췄다.

대기 공장 아레스-4. 테라포밍 사업 중단 후 7년간 무인 방치. 해체 대상 시설 목록의 14번째. 민재가 지난 14개월간 해체한 시설은 13곳이었다. 전해조를 분해하고, 배관을 잘라내고, 자재를 팔레트에 싣는 작업을 반복했다. 13곳 모두 죽어 있었다. 전력이 끊기고 촉매가 열화된 빈 껍데기들이었다. 아레스-4는 14번째였다. 민재는 본사에서 받은 해체 명세서를 헬멧 디스플레이에 띄웠다. 촉매 반응기 3기, 전해조 12기, 가스 분리막 모듈 48개, 태양광 패널 2,400장. 해체 후 자재를 궤도 엘리베이터까지 운반하면 성과급과 지구 귀환 티켓이 나왔다. 민재의 화성 체류 비자는 93일 남았다. 비자가 만료되면 귀환선을 탈 자격이 사라진다. 화성에는 비자 연장을 처리할 행정 기관이 없었다. 해체 작업 예상 기간은 68일.

안쪽 통로의 바닥에 먼지가 없었다. 바깥은 산화철 먼지가 모든 것을 덮고 있었다. 안쪽 바닥은 깨끗했다. 누군가 청소한 것이 아니었다. 바닥 표면이 달랐다. 원래 콘크리트였어야 할 바닥에 얇은 막이 덮여 있었다. 회록색이었다. 민재는 무릎을 꿇고 막을 만져봤다. 장갑 너머로 질감이 느껴졌다. 축축하고, 미세하게 끈적였다. 민재는 장갑을 벗었다. 맨손으로 바닥을 만졌다. 따뜻했다. 표면에서 미세한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기포가 터질 때 냄새가 났다. 금속성이 아니었다. 흙냄새였다. 비 온 뒤 젖은 흙에서 나는 냄새. 지구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화성에서 흙냄새가 날 수 없었다. 화성의 토양에는 유기물이 없었다.

민재는 일어서서 통로를 따라 걸었다. 회록색 막이 바닥에서 벽면으로 번져 있었다. 통로가 깊어질수록 막의 두께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종이 한 장 두께였던 막이 안쪽으로 갈수록 손가락 한 마디 두께가 됐다. 색도 진해졌다. 입구 쪽의 옅은 회록에서 안쪽의 짙은 녹색으로 그라데이션이 생겨 있었다. 벽면의 막이 천장까지 올라간 곳이 있었다. 천장의 조명 커버 위로도 막이 자라 있었다. 조명이 막을 통해 녹색으로 번져 나왔다. 그 구간에서 공기가 달랐다. 습도가 높았다. 민재의 센서가 산소 농도를 측정했다. 18.3퍼센트. 화성 대기의 산소 농도는 0.13퍼센트. 130배 차이. 이 수치는 지구 수준에 가까웠다. 7년간 방치된 대기 공장이 여전히 산소를 만들고 있었다.

촉매 반응실의 문이 열려 있었다. 민재가 안으로 들어갔다. 멈췄다. 헬멧 안에서 숨소리가 울렸다. 심장이 빨라졌다. 민재는 한 발을 뒤로 빼다가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위험 신호가 아니었다. 센서에 유해 가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산소 농도가 높았다. 방사선도 정상 범위. 위험한 것은 없었다. 다만 여기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있었다.

반응실의 원래 구조는 도면으로 알고 있었다. 높이 8미터의 원통형 반응기 3기가 나란히 서 있는 구조. 지금 반응실의 모습은 도면과 달랐다. 반응기의 외벽이 보이지 않았다. 회록색 막이 반응기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막의 표면에서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기포의 크기가 통로의 것보다 컸다. 통로의 기포는 손톱만 했다. 주먹만 한 기포가 막 위로 솟아올랐다가 터졌다. 터질 때마다 축축한 소리가 났다. 반응기 사이의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 민재는 물 앞에 서서 수면을 봤다. 물이 투명하지 않았다. 연두색이었다. 미세한 입자가 떠 있었다. 수면에 반응실의 조명이 반사되고 있었다. 조명도 살아 있었다. 태양광 패널에서 전력이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7년 동안 아무도 유지보수를 하지 않은 태양광 패널이 여전히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화성의 먼지 폭풍이 패널을 덮었을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 시기에도 시스템이 살아남았다는 뜻이었다.

민재는 해체 명세서를 닫았다. 대신 촉매 반응기의 원래 사양서를 열었다. 이산화탄소를 흡입해 촉매로 일산화탄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장치. 촉매는 이리듐-세리아 합성물. 반응 온도 850도. 전력은 태양광 패널에서 공급. 설계 수명 10년. 설계상 촉매는 3년마다 교체가 필요했다. 7년간 교체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응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민재는 반응기 외벽의 막을 긁어 샘플을 채취했다. 휴대용 분석기에 넣었다. 결과가 나오는 데 4분. 민재는 기다리면서 반응실을 둘러봤다. 반응기 3기의 표면이 균일하지 않았다. 1번 반응기의 막이 가장 두꺼웠다. 3번은 가장 얇았다. 2번은 중간이었다. 1번과 3번 사이에 연결 통로가 있었다. 통로의 바닥에도 막이 자라 있었다. 세 개의 반응기가 막으로 연결돼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었다. 1번 반응기의 막 표면에서 기포가 가장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분석 결과가 떴다. 분석기 화면의 숫자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오류일 수 있었다. 10초를 기다렸다. 화면이 바뀌지 않았다. 민재의 눈이 화면에 고정됐다. 막의 구성 성분이 표시됐다. 이리듐-세리아 촉매의 잔재가 12퍼센트. 과염소산 마그네슘 분해물이 31퍼센트. 나머지 57퍼센트는 분석기가 식별할 수 없는 유기 화합물이었다. 과염소산 마그네슘은 화성 토양의 주요 성분이었다. 독성이 강해 인간이 화성에 정착하기 위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였다. 식물이 자랄 수 없고, 피부에 닿으면 갑상선에 손상을 준다. 이 막이 화성 토양의 독성 물질을 분해하고 있었다. 원래 촉매의 기능이 아니었다. 설계에 없는 반응이었다.

민재는 본사 통신 채널을 열었다. 화성-지구 통신 지연은 14분. 민재가 메시지를 보냈다.

“아레스-4, 도착 보고. 내부 상태가 명세서와 다릅니다. 촉매 반응기에 비정상 생물학적 활동 확인. 해체 전 정밀 조사가 필요합니다.”

28분 후 본사의 응답이 왔다. 목소리가 아닌 텍스트였다. '조사 불필요. 계획대로 해체 진행. 68일 내 완료 필수. 귀환 일정 변경 불가. ' 민재는 화면을 봤다. 텍스트의 마지막 줄에 추가 메모가 있었다. '아레스-4 자재 매각 계약 체결 완료. 계약 이행 지연 시 위약금 발생. 해체 기사 부담. ' 민재는 통신 패널을 껐다.

민재는 반응실에서 잠을 잤다. 해체 기사용 거주 모듈이 에어록 옆에 있었지만, 반응실의 온도가 더 따뜻했다. 18도. 거주 모듈은 난방을 켜야 12도였다. 민재는 반응기 옆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웠다. 천장에서 기포가 터지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렸다. 눈을 감았다. 기포 소리가 호흡 같았다. 건물 전체가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민재는 헬멧을 벗었다. 산소 농도가 충분했다. 마스크 없이 숨을 쉬었다. 화성에서 처음으로 헬멧 없이 숨을 쉬는 것이었다. 공기가 축축하고 따뜻했다. 폐를 채우는 공기에서 흙냄새가 났다. 민재는 깊이 들이마셨다. 화성에 온 지 2년이었다. 2년 동안 헬멧 안의 필터 공기만 마셨다. 이 공기는 달랐다. 살아 있는 것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매트 가장자리까지 회록색 막이 자라 있었다. 밤사이에 3센티미터 넘게 확장된 것이었다. 민재는 막의 경계를 만졌다. 경계 부분이 가장 얇았다. 반투명이었다. 그 아래로 가는 실 같은 구조가 보였다. 균사처럼 갈라지며 콘크리트 표면의 미세한 틈으로 파고드는 형태. 막이 콘크리트의 칼슘 성분을 흡수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막은 건물 자체를 영양분으로 삼아 자라고 있었다. 민재는 몸을 일으켜 1번 반응기 쪽으로 갔다.

1번 반응기의 바닥에 고인 물에 손을 넣었다. 물의 수위가 어제보다 올라가 있었다. 반응기 외벽의 막에서 수분이 응축되어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막 자체가 수분 순환 시스템의 일부였다. 물을 만들고, 저장하고, 순환시키는 시스템. 따뜻했다. 32도. 물속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자 미세한 기포가 손등 위로 올라왔다. 기포가 터지면서 피부에 미세한 자극이 느껴졌다. 따끔하지 않았다. 간질거렸다. 민재는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기포가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민재는 손을 꺼내 봤다. 손등에 연두색 입자가 붙어 있었다. 문질러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입자가 피부의 결을 따라 붙어 있었다. 물로 씻자 떨어졌다.

민재는 다음 3일간 반응실을 조사했다. 막의 확장 속도를 매 12시간마다 측정했다. 하루 평균 2.4센티미터. 막의 두꺼운 부분에서 채취한 샘플을 현미경으로 봤다. 세포 구조가 있었다. 단세포였다. 크기는 5마이크로미터 내외. 지구의 시아노박테리아와 유사한 형태였지만, 세포벽의 구조가 달랐다.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엽록소가 아니었다. 이리듐-세리아 촉매의 금속 원소가 세포 내 소기관에 통합돼 있었다. 촉매가 단순히 화학 반응을 중개하다가, 7년 동안 화성 토양의 유기 전구체와 반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세포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민재는 현미경 화면에서 눈을 뗐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것은 화성에서 탄생한 생명이었다. 지구 기원이 아니었다. 이리듐과 세리아와 과염소산염과 화성의 이산화탄소가 만든 것이었다. 인간이 설계하지 않은 것이었다.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다시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민재는 이 사실을 본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다. 생물학적 활동이라는 단어가 본사의 법무팀에 도착하면 오염 위험 평가가 시작되고, 평가 기간 동안 현장 접근이 금지되고, 결국 원격 소각 명령이 내려올 것이었다. 텍스트 한 줄. '계획대로 해체 진행. ' 민재는 대신 데이터를 기록했다. 막의 성장 패턴, 산소 생성량, 과염소산염 분해 속도, 물의 온도와 산도, 세포의 분열 속도. 데이터가 쌓일수록 하나의 그림이 나타났다. 첫째 날 산소 농도 18.3퍼센트. 둘째 날 18.7퍼센트. 셋째 날 19.1퍼센트. 0.4퍼센트씩 일정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과염소산염 농도는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반응실 내부의 토양 샘플에서 측정한 과염소산염 농도가 화성 평균의 8분의 1이었다. 이 시스템은 화성의 토양을 정화하고 있었다. 과염소산염이라는 독을 분해하고, 산소를 만들고, 물을 순환시키고 있었다. 테라포밍 사업이 수조 원을 들여 이루려 했던 것을 이 막이 스스로 하고 있었다.

넷째 날이 해체 일정 시작일이었다. 민재는 거주 모듈에서 해체 장비를 점검했다. 유압 절단기, 볼트 분해 공구, 크레인 원격 조종기. 장비를 배낭에 넣고 반응실로 갔다. 1번 반응기 앞에 섰다. 유압 절단기를 들었다. 절단기를 켰다. 칼날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칼날이 반응기 외벽의 막에 닿았다. 막이 칼날 주변으로 미세하게 움츠러들었다. 반사적 수축이었다. 민재의 손이 절단기에서 떨어졌다. 손가락에 힘이 빠져 있었다. 절단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무게 4.2킬로그램의 장비가 바닥을 쳤다. 금속이 콘크리트에 부딪치는 소리가 반응실에 울렸다.

민재는 절단기를 줍지 않았다. 바닥에 놓인 절단기 위로 막이 천천히 번져 갈 것이었다. 민재는 반응실을 나왔다. 통로를 걸었다. 벽면의 막이 통로 조명을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거주 모듈의 통신 패널 앞에 앉았다. 본사에 연락할지 고민했다. 연락해도 답은 같을 것이었다. 민재는 대신 다른 주파수를 열었다. 화성 북반구 연구 기지 주파수. 4,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과학자 3명이 잔류 관측을 하고 있었다.

“화성 북반구 기지, 여기 아레스-4 해체반. 수신 가능합니까?”

12초 후 응답.

“아레스-4, 여기 북반구 기지. 수신 양호. 해체 작업 관련 문의입니까?”

민재가 말했다.

“아닙니다. 반응실에서 비정상 생물학적 활동을 발견했습니다. 촉매에서 파생된 미생물이 화성 토양의 과염소산염을 분해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전송하겠습니다.”

긴 침묵. 17초.

“전송하세요.”

민재는 3일간 모은 데이터를 전송했다. 전송 완료 후 4분.

“아레스-4, 데이터를 확인했습니다. 이거 혹시 장난입니까?”

“아닙니다. 3일간 관찰하고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침묵이 길었다. 민재는 스피커의 잡음을 들었다. 상대방이 숨을 쉬는 소리가 잡음 사이로 들렸다.

“이게 사실이면.”

목소리가 끊겼다가 돌아왔다.

“이건 그냥 촉매가 아닙니다. 이건 독립 생태계의 시작점입니다. 해체하면 안 됩니다.”

민재가 대답했다.

“압니다.”

본사의 텍스트가 다시 왔다. '해체 진행 상황 보고 없음. 일정 지연 시 위약금 부과. 귀환 티켓 취소 가능. ' 민재는 텍스트를 읽었다. 93일 중 11일이 지나 있었다. 82일 남았다. 해체를 지금 시작하면 예정보다 11일 늦지만, 본사가 일정 변경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었다. 해체를 하지 않으면 위약금과 귀환 티켓 취소. 화성에 남게 된다. 화성에 영구히 남게 된다. 화성 비자 만료 후 잔류는 불법 체류에 해당했다. 지구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민재는 반응실로 돌아갔다. 2번 반응기의 바닥에 앉았다. 등을 반응기 외벽에 기댔다. 막의 표면이 등을 통해 느껴졌다. 따뜻했다. 미세하게 맥동하는 것 같았다. 일정한 리듬이 있었다. 4초 간격. 기포가 올라와 막 표면에서 터지는 진동이 등에 전해졌다. 민재는 눈을 감았다. 이 안의 온도는 18도. 바깥 화성의 평균 온도는 영하 60도. 이 건물이 사라지면 막도, 물도, 산소도 화성의 추위에 죽는다. 영하 60도에서 액체 상태의 물은 존재할 수 없다. 막의 세포는 동결된다. 지구에서 수백 명의 과학자가 수십 년간 이루지 못한 것을 여기서 촉매와 화성 토양이 우연히 해낸 것이었다.

민재는 일어났다. 통신 패널로 갔다. 본사 채널을 열었다.

“아레스-4 해체반 보고. 반응기 해체 작업을 시작합니다.”

14분 후 본사의 응답.

“확인. 진행하세요.”

민재는 통신을 끊었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양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거짓 보고를 한 것이었다. 귀환 티켓이 있는 마지막 연결 고리를 스스로 끊은 것이었다. 민재는 떨림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3분. 멈추지 않았다. 민재는 떨리는 손으로 일어섰다. 반응실 문을 열었다. 해체 장비를 들지 않았다. 대신 거주 모듈에서 밀봉 용기 6개를 가져왔다. 반응기 3기의 막에서 각각 샘플 2개씩을 채취했다. 막의 가장 두꺼운 부분과 가장 얇은 부분. 두꺼운 부분을 떼어낼 때 막이 수축했다. 상처가 아무는 것처럼 잘린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려들었다. 물도 채취했다. 토양 샘플도 담았다. 밀봉 용기를 배낭에 넣었다.

민재는 거주 모듈로 돌아가 통신 주파수를 북반구 기지에 맞췄다.

“북반구 기지, 여기 아레스-4. 샘플을 확보했습니다. 배양 가능한 상태로 밀봉했습니다. 기지까지 운반하겠습니다.”

응답이 왔다.

“아레스-4, 기지까지 거리가 4,200킬로미터입니다. 로버로 편도 18일. 돌아올 연료가.”

민재가 말했다.

“돌아오지 않습니다.”

침묵. 22초.

“해체는요?”

“보고는 했습니다. 진행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반응기를 해체하지 않았습니다. 본사가 현장 확인을 보낼 인력이 없습니다. 확인하려면 최소 6개월. 그 사이에 막이 자란다면.”

민재의 목소리가 끊겼다. 다시 이어갔다.

“반응실의 온도를 유지할 전력은 태양광 패널에서 나옵니다. 패널을 해체하지 않았으니 전력은 유지됩니다. 반응실 문을 밀봉하면 외부 먼지 유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밀봉 작업은 완료했습니다. 에어록 내부 해치를 접착제로 봉인하고 외부 해치를 닫았습니다. 환기 시스템은 내부 순환으로 전환했습니다.”

“거기서 혼자 이 판단을 한 겁니까?”

“네.”

“귀환은요?”

“없습니다.”

스피커에서 한숨 소리가 났다.

“아레스-4 해체반. 이름이.”

“민재입니다.”

“민재 씨. 여기 도착하면 얘기합시다. 식량은 있고요?”

“17일치.”

“넉넉하지 않네요.”

“충분합니다.”

민재는 거주 모듈의 비상 식량을 모두 꺼냈다. 압축 식량 바 34개. 물 정제 필터 2개. 물 탱크에 남은 물 23리터. 전부 로버에 실었다. 배낭에는 밀봉 용기 6개와 데이터 저장 장치를 넣었다. 로버의 산소 생성기를 점검했다. 연료 전지의 잔량을 확인했다. 편도 18일에 충분했다. 19일째에 연료가 바닥난다. 왕복은 불가능했다. 민재는 반응실 앞을 지나면서 멈췄다. 밀봉한 해치의 틈새로 따뜻한 공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민재는 해치에 손바닥을 댔다. 따뜻했다. 손을 뗐다. 에어록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화성의 하늘이 붉은 먼지를 통해 희미하게 밝아 있었다. 온도계가 영하 47도를 표시했다. 바람이 불었다. 미세한 산화철 입자가 바이저에 달라붙었다. 민재는 뒤를 돌아봤다. 아레스-4의 외벽이 산화철 먼지에 덮여 있었다. 건물 안에서 막이 자라고, 물이 순환하고, 산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화성의 다른 모든 건물과 같은 먼지 덮인 직사각형으로 보일 뿐이었다.

민재는 로버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었다. 로버가 화성의 돌밭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4,200킬로미터. 배낭 안에서 밀봉 용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민재는 백미러를 봤다. 아레스-4가 작아지고 있었다. 먼지 속의 직사각형이 점이 됐다. 민재는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귀환 비자는 82일 남아 있었다. 본사가 현장 확인 인력을 보내려면 6개월. 그 사이에 아레스-4의 막은 자랄 것이다. 반응실을 넘어 통로로, 에어록을 넘어 바깥으로. 화성의 토양으로. 민재는 그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북반구 기지까지 18일. 기지에 도착하면 샘플을 넘기고, 데이터를 전달하고, 그 다음은 알 수 없었다. 비자가 만료되고, 불법 체류가 되고, 지구와의 연결이 끊어진 뒤에 무엇이 남는지. 민재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수평선까지 붉은 돌밭이 이어져 있었다. 하늘은 분홍빛이었다. 해가 낮게 걸려 있었다. 로버의 바퀴가 돌을 밟을 때마다 차체가 흔들렸다. 밀봉 용기가 다시 부딪쳤다. 배낭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민재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로버의 계기판에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가 표시돼 있었다. 4,187킬로미터. 배낭 안의 밀봉 용기가 또 부딪쳤다. 작은 소리였다. 민재는 그 소리를 들으며 수평선을 봤다. 수평선 너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로버의 바퀴가 돌을 넘었다. 차체가 기울었다가 돌아왔다. 밀봉 용기가 배낭 안에서 또 한 번 부딪쳤다.

7년간 인간의 손 없이 스스로 진화한 시스템이 테라포밍의 실패를 우회해 다른 경로를 열었을 때,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귀환을 포기한 사람의 선택은 과학적 판단인가 신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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