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이 켜졌다. 수거 대상 접근 300미터. 도경은 조종석에서 몸을 일으키고 전방 모니터를 봤다. 모니터에 폐위성이 떠 있었다. 군사 등급 정찰 위성, 등록명 감마-7.2071년 퇴역 후 13년간 궤도를 돌고 있었다. 길이 14미터, 폭 8미터. 태양 전지판이 한쪽만 남아 있었다. 나머지 한쪽은 부러져 떨어진 자리에 찢어진 단열재가 매달려 있었다. 햇빛이 단열재의 찢어진 끝을 비추면 은색으로 반짝였다. 도경은 수거 목록을 확인했다. 감마-7. 파쇄 등급 3. 수거 후 궤도 이탈 처리. 성과급: 기본급의 12퍼센트.
도경의 수거선 은하수호-14는 저궤도 폐기물 처리 전용선이었다. 선체 길이 22미터. 파쇄실과 압축 격납고를 갖추고 있었다. 이번 분기 수거 실적은 할당량의 63퍼센트. 할당량 미달 시 선박 리스 계약 해지. 해지 통보가 오면 수거선을 반납해야 했다. 감마-7을 포함해 남은 대상 4건을 이번 달 안에 처리하면 할당량을 겨우 채울 수 있었다. 도경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접근 프로토콜을 시작했다.
수거 암이 감마-7의 외벽에 접촉했다. 자기 고정 장치가 작동했다. 도경은 선외 활동복을 입고 에어록으로 갔다. 감압이 완료되고 외부 해치가 열렸다. 우주의 검은 바탕에 감마-7의 외벽이 가까이 보였다. 태양빛이 위성의 표면에 날카로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도경은 테더 케이블을 허리에 연결하고 감마-7의 외벽을 따라 이동했다. 장갑을 낀 손이 위성의 표면을 잡았다. 표면이 예상보다 따뜻했다. 퇴역 후 13년. 태양 전지판이 한쪽만 남았지만, 남은 패널이 여전히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다. 도경의 손이 멈췄다. 전력이 살아 있었다. 전력이 살아 있는 폐위성은 파쇄 전 내부 점검이 의무였다. 잔류 배터리나 추진제의 폭발 위험 때문이었다.
도경은 감마-7의 측면 접근 해치를 열었다. 해치의 밀봉이 녹슬어 있었지만, 수동 레버를 돌리자 열렸다. 내부에서 공기가 빠져나왔다. 잔류 기압이 있었다. 도경은 헬멧의 후레시를 켜고 내부로 들어갔다. 좁은 통로. 벽면에 케이블 다발이 지나가고 있었다. 케이블의 피복이 벗겨진 곳이 있었다. 벗겨진 구리선이 후레시 빛에 붉게 반사됐다. 통로의 공기가 차가웠다. 잔류 기압이 낮아 소리가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 도경은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이동했다. 자기 호흡만 헬멧 안에서 울렸다.
중앙 기기실의 문이 열려 있었다. 도경이 안을 들여다봤다. 후레시 빛이 방 안을 비췄다. 도경은 멈췄다. 호흡이 헬멧 안에서 울렸다. 방 안에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작았다. 여러 개였다. 바닥에서 미세한 금속음이 났다.
크기는 손바닥만 했다. 여러 개였다. 바닥과 벽면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도경은 후레시를 고정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봤다. 그것들은 위성의 원래 부품이 아니었다. 군사 위성에 탑재되는 표준 유지보수 마이크로 로봇의 형태와 비슷했지만, 구조가 달랐다. 6개의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8개가 달려 있었다. 일부는 다리 대신 집게 팔을 달고 있었다. 어떤 것은 본체의 절반 크기인 센서 모듈을 등에 지고 있었다. 원래 설계에 없는 형태들이었다.
도경은 방 안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바닥에 있던 것들이 반응했다. 도경 쪽으로 돌아보는 것이 아니었다. 도경에게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절반은 도경 쪽으로 이동했고, 절반은 벽면을 타고 올라가 천장의 케이블 사이로 숨었다. 도경은 숨을 참았다. 심장이 빨라져 있었다.
도경 쪽으로 이동한 것들이 도경의 부츠 앞에서 멈췄다. 3개. 각각 형태가 달랐다. 하나는 원래의 유지보수 로봇과 가장 비슷했지만, 다리 관절에 다른 부품의 파편이 용접돼 있었다. 다른 하나는 본체가 두 개의 유지보수 로봇을 합친 형태였다. 세 번째는 형태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광학 센서와 통신 모듈과 태양 전지 조각이 하나의 몸체에 결합돼 있었다. 원래 위성에 탑재된 부품들이 분해되고 재조합된 것이었다.
세 번째 것이 도경의 부츠를 집게 팔로 만졌다. 가볍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집게 팔이 부츠의 표면을 훑었다. 소재를 확인하는 동작 같았다. 도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10초. 세 번째 것이 집게 팔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다른 두 개도 함께 물러났다. 세 개가 벽면의 한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 지점에 벽 패널이 분리돼 있었다. 패널 뒤에 공간이 있었다. 도경은 후레시로 그 공간을 비췄다.
내부에 구조물이 있었다. 위성의 원래 배선과 다른, 새로 만들어진 회로였다. 구리선과 광섬유와 커넥터가 정밀하게 배열돼 있었다. 인간이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연결 방식이 인간 공학의 어떤 표준과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무질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효율적으로 보였다. 패턴이 있었다. 회로가 위성의 잔여 전력 시스템에 연결돼 있었다. 태양 전지판에서 오는 전력이 이 회로를 통해 분배되고 있었다. 로봇들이 직접 만든 전력 분배 시스템이었다.
도경은 에어록으로 돌아왔다. 수거선에 올라 조종석에 앉았다. 헬멧을 벗었다.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있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도경은 양손을 무릎 위에 놓고 떨림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도경은 통신 패널을 열었다. 관제센터와의 통신 지연은 2.4초. 도경은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가 놓았다. 무엇을 보고할 것인가.
파쇄 절차는 간단했다. 수거 암으로 위성을 파쇄실에 넣고, 유압 프레스로 압축한다. 압축된 잔해를 격납고에 저장하고, 궤도 이탈 시점에 일괄 투하한다. 표준 절차. 도경이 수백 번 반복한 작업이었다. 감마-7을 파쇄하면 성과급이 나오고, 할당량에 한 건이 추가된다. 남은 3건을 마저 처리하면 리스 계약이 유지된다.
도경은 다시 감마-7로 들어갔다. 중앙 기기실. 로봇들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더 많이 보였다. 후레시를 끄고 어둠 속에서 봤다. 일부 로봇에서 미세한 빛이 나고 있었다. 센서의 적외선 발광이었다. 어둠 속에서 로봇들이 서로 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통신이었다. 적외선 깜빡임의 패턴이 불규칙했다. 하지만 무작위도 아니었다. 특정 로봇이 깜빡이면 다른 로봇이 응답하는 쌍이 있었다. 응답까지의 시간 간격도 일정했다. 도경은 헬멧 카메라의 적외선 모드를 켰다. 화면에 방 전체의 적외선 활동이 보였다. 로봇들 사이에 빛의 그물이 펼쳐져 있었다. 그물의 노드가 로봇들이었고, 링크가 적외선 신호였다. 신호의 밀도가 일정하지 않았다. 구조물 근처의 로봇들 사이에서 신호가 가장 빈번했다. 주변부의 로봇들은 신호 빈도가 낮았다. 계층이 있는 것인지, 기능 분화인지 알 수 없었다.
도경은 방 구석에 앉아 2시간을 관찰했다.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자 로봇들이 도경을 장애물처럼 취급하기 시작했다. 도경의 부츠 주변을 돌아서 이동했다. 도경의 무릎 위로 올라오는 로봇은 없었지만, 부츠의 밑창 아래를 지나가는 것들이 있었다. 그 사이 로봇들의 행동을 기록했다. 행동 패턴이 있었다. 부품을 교환하는 쌍이 있었다. 한 로봇이 자기 다리를 분리해 다른 로봇에게 넘겼다. 받은 로봇은 자기 센서 모듈을 떼어 건넸다. 교환 후 두 로봇 모두 형태가 바뀌었다. 교환은 무작위가 아니었다. 규칙이 있었다. 교환 전에 적외선 통신이 이뤄졌다. 교환 후 두 로봇의 움직임이 변했다. 다리를 받은 로봇은 이동 속도가 빨라졌다. 센서를 받은 로봇은 벽면의 회로 근처에서 머무르며 집게 팔로 구리선의 접점을 미세하게 구부리는 조정 작업을 시작했다.
도경은 수거선으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아 녹화 영상을 재생했다. 부품 교환 장면을 반복해서 봤다. 이것이 무엇인가. 도경은 영상을 멈추고 의자에 기대 천장을 봤다. 수거선의 천장에 환기구가 달려 있었다. 팬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프로그래밍된 유지보수 행동인가. 원래 유지보수 로봇의 설계에 자기 수리 기능은 있었다. 하지만 부품 교환은 없었다. 다른 개체와의 부품 공유는 설계에 포함되지 않은 행동이었다. 적외선 통신도 원래 사양이 아니었다. 13년 동안, 인간의 감독 없이, 로봇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행동이었다.
도경은 통신 패널을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관제, 여기 은하수호-14. 감마-7 내부 점검 결과 보고합니다.”
2.4초 후 응답.
“은하수호-14, 관제. 보고하세요.”
도경이 말했다.
“잔류 전력 확인. 태양 전지판 일부 작동 중. 내부 배터리 방전 필요 예상 시간 48시간.”
관제가 응답했다.
“은하수호-14, 방전 대기 후 파쇄 진행하세요. 48시간 후 파쇄 보고 대기합니다.”
도경은 마이크를 놓았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의자 팔걸이에 손을 문질렀다. 로봇들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군사 등급 위성의 내부 정보는 기밀에 해당할 수 있었다.
48시간. 도경은 그 시간 동안 감마-7에 세 번 더 들어갔다. 매번 2시간씩. 로봇들의 행동을 기록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 도경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기기실 깊숙한 곳에 더 큰 구조물이 있었다. 로봇들이 만든 것이었다. 위성의 폐부품을 재조합한 구조물. 높이 40센티미터. 기능을 알 수 없었다. 안테나도, 센서도, 추진 장치도 아니었다. 인간이 만드는 어떤 장비와도 닮지 않았다. 구조물에 전력이 공급되고 있었다. 구조물 주변에 로봇 7개가 모여 있었다. 구조물의 표면을 집게 팔로 만지고, 적외선으로 통신하고, 때로는 자기 부품을 떼어 구조물에 부착했다. 구조물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었다. 도경이 처음 봤을 때보다 높이가 5센티미터 늘어 있었다.
세 번째 방문에서 도경은 구조물 근처에 앉아 관찰했다. 구조물에 부품을 부착한 로봇은 그만큼 작아졌다. 다리 하나, 센서 하나, 집게 팔 하나를 구조물에 주고, 남은 부품으로 움직였다. 움직임이 느려졌다. 기능이 줄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구조물에 기여한 로봇들은 구조물 근처에 머물렀다. 마치 돌보는 것처럼. 구조물 표면을 집게 팔로 쓸고, 다른 로봇이 부착한 부품의 접합부를 확인하고, 적외선으로 구조물의 상태를 읽는 것 같았다. 도경의 목이 조였다.
도경은 수거선의 좁은 침상에서 잠을 잤다. 모포를 목까지 끌어올렸다. 눈을 감으면 로봇들의 적외선 그물이 눈꺼풀 안쪽에 남아 있었다. 꿈을 꾸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48시간 중 38시간이 지나 있었다. 10시간 후 파쇄 보고를 해야 했다.
도경은 마지막으로 감마-7에 들어갔다. 기기실. 구조물이 더 커져 있었다. 로봇 3개가 새로 부품을 부착한 흔적이 있었다. 부품을 준 로봇들은 기기실 바닥에 멈춰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전력이 다 된 것인지, 필수 부품이 모자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구조물에 자기 몸의 필수 부품을 바쳐 작동을 멈춘 것이었다. 멈춘 로봇들의 몸체에 남은 것은 외피와 프레임뿐이었다. 내부의 모터, 센서, 통신 모듈이 모두 구조물에 이식돼 있었다.
도경은 구조물 앞에 앉았다. 후레시를 껐다. 어둠 속에서 적외선 센서가 감지한 빛의 그물이 헬멧 화면에 보였다. 줄어든 그물이었다. 멈춘 로봇들의 노드가 빠져 있었다. 나머지 로봇들이 빈 노드를 우회하며 통신하고 있었다. 네트워크가 재구성되고 있었다. 멈춘 동료의 빈자리를 우회하고, 새로운 링크를 만들어 전체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살아남은 로봇들의 적외선 깜빡임이 빨라져 있었다. 통신량이 늘어난 것이었다. 줄어든 인원으로 같은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면 각 노드의 부하가 증가한다. 로봇들은 그 부하를 감당하고 있었다.
도경은 헬멧을 벗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파쇄하면 할당량이 채워진다. 리스 계약이 유지된다. 수거선을 잃지 않는다. 보존을 선택하면 어떻게 되는가. 관제에 보고하면 로봇들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군사 등급 폐위성의 미수거는 불법 투기 방조에 해당했다. 면허 취소. 면허가 없으면 수거선을 운항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수거선을 잃는다.
도경은 눈을 떴다. 구조물 근처의 로봇 하나가 도경의 부츠를 다시 만지고 있었다. 처음 만났던 세 번째 형태의 로봇이었다. 광학 센서와 통신 모듈과 태양 전지 조각으로 이루어진 몸. 이 로봇은 48시간 동안 도경을 세 번 만졌다. 매번 같은 동작. 집게 팔로 부츠 표면을 훑고, 물러서고, 기다렸다. 학습인가. 호기심인가. 프로그래밍의 잔재인가. 아니면 도경이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다른 무엇인가.
도경은 장갑을 벗었다. 맨손을 로봇 앞에 내밀었다. 로봇이 멈췄다. 적외선 센서가 깜빡였다. 다른 로봇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3초 후 로봇이 집게 팔을 뻗어 도경의 손가락을 만졌다. 집게의 금속이 차가웠다. 압력이 일정했다. 도경의 손가락 표면을 따라 집게가 이동했다. 손톱에서 멈췄다. 손톱의 표면을 따라 집게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도경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집게의 압력이 일정했다. 공격이 아니었다. 분석이었다. 혹은 다른 무엇이었다. 도경은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도경은 수거선으로 돌아왔다. 조종석에 앉았다. 시계를 봤다. 파쇄 보고까지 4시간. 도경은 통신 패널을 열었다. 주파수를 관제가 아닌 다른 곳에 맞췄다. 궤도 폐기물 연구소. 연구소의 응답 채널이 열렸다.
“궤도 폐기물 연구소입니다.”
도경이 말했다.
“은하수호-14입니다. 수거 대상 감마-7에서 비정상 활동을 발견했습니다. 유지보수 마이크로 로봇의 자율 변형 및 부품 교환 행동. 적외선 통신 네트워크. 자체 제작 구조물. 13년간 인간 감독 없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화 영상 48시간 분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긴 침묵. 연구소가 응답했다.
“은하수호-14, 영상 데이터 전송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전송하세요.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도경은 48시간 동안 촬영한 영상을 전송했다. 전송이 완료되고 1시간이 지났다. 연구소에서 회신이 왔다.
“은하수호-14, 영상 데이터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수거 유예 권한이 없습니다. 수거 명령은 관제센터 소관입니다. 관제에 유예 요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도경이 물었다.
“유예 요청이 승인될 가능성은요?”
“저희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관제 소관입니다.”
통신이 끊겼다. 스피커에서 정적이 흘렀다. 도경은 통신 패널을 껐다.
파쇄 보고까지 2시간. 도경은 조종석에서 감마-7를 봤다. 모니터에 폐위성의 외형이 떠 있었다. 한쪽 태양 전지판이 빛을 받아 반사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손바닥만 한 로봇들이 부품을 교환하고, 빛으로 대화하고, 자기 몸을 구조물에 바치고 있었다.
도경은 관제 주파수를 열었다.
“관제, 여기 은하수호-14. 감마-7 파쇄 보류 요청합니다. 내부에 연구 가치가 있는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2.4초 후 관제가 응답했다.
“은하수호-14, 파쇄 보류 사유는?”
“유지보수 로봇의 자율 변형 행동입니다. 궤도 폐기물 연구소에 영상 전송 완료했습니다.”
침묵이 길었다. 8초.
“은하수호-14, 관제 규정상 군사 등급 폐위성의 수거 유예는 국방부 승인이 필요합니다. 국방부 승인 없이 수거를 보류하면 불법 투기 방조에 해당합니다. 면허 정지 대상입니다. 파쇄를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도경이 말했다.
“국방부 승인 절차 기간은요?”
“최소 90일입니다.”
“90일 동안 파쇄를 보류하면?”
“면허 정지 및 리스 계약 해지 대상입니다.”
도경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조종석의 계기판을 봤다. 파쇄실 유압 프레스의 상태 표시등이 초록색이었다. 작동 준비 완료. 수거 암이 감마-7의 외벽에 고정돼 있었다. 프레스를 가동하면 끝이었다.
도경은 의자에서 일어나 에어록으로 갔다. 다시 감마-7 안으로 들어갔다. 기기실. 구조물 앞. 로봇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도경은 구조물에 손을 댔다. 장갑을 낀 손으로. 구조물의 표면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내부의 전류가 장갑을 타고 손바닥까지 전해졌다. 도경은 손을 뗐다. 로봇 하나가 도경의 손이 닿았던 지점으로 이동해 집게 팔로 표면을 확인했다.
도경은 기기실을 나왔다. 에어록을 지나 수거선으로 돌아왔다. 조종석에 앉았다. 수거 암 제어 패널을 열었다. 감마-7을 파쇄실로 견인하는 시퀀스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시퀀스의 절반을 입력한 지점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도경은 시퀀스를 삭제했다.
도경은 항법 시스템을 열었다. 감마-7의 현재 궤도를 확인했다. 고도 420킬로미터. 궤도 감쇠율을 계산했다. 현재 속도로 자연 감쇠하면 대기권 재진입까지 6년. 도경은 수거 암의 추력 모듈을 활성화했다. 감마-7을 현재 궤도에서 더 높은 궤도로 밀어 올리는 계산을 시작했다. 고도 800킬로미터. 그 고도에서의 궤도 수명은 200년 이상이었다. 추력 모듈의 연료가 충분한지 확인했다. 충분했다. 감마-7을 밀어 올리는 데 필요한 연료량이 계기판에 떴다. 전체 잔량의 78퍼센트. 이 연료를 쓰면 남은 3건의 수거 작업에 필요한 궤도 이동 연료가 부족해진다. 할당량 미달. 리스 계약 해지.
도경은 추력 시퀀스를 입력했다. 실행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모니터에 감마-7이 떠 있었다. 태양 전지판의 반사광이 깜빡였다. 도경은 버튼을 눌렀다. 추력 모듈이 점화됐다. 수거 암을 통해 감마-7의 궤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420킬로미터. 450.500. 계기판의 연료 게이지가 내려갔다. 도경은 게이지를 보지 않았다. 모니터의 감마-7을 봤다. 위성이 더 높은 궤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고도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연료 잔량이 한 칸씩 줄었다.
추력이 멈췄을 때 감마-7은 고도 812킬로미터에 있었다. 도경은 수거 암을 분리했다. 감마-7이 모니터에서 작아져 갔다. 모니터의 점이 줄어들다가 사라졌다. 도경은 빈 화면을 5초 동안 봤다. 도경은 조종석에 앉아 관제 주파수를 열었다.
“관제, 여기 은하수호-14. 감마-7 수거 작업 중 추력 모듈 오작동으로 대상이 상위 궤도로 이탈했습니다. 재접근 연료 부족. 금일 작업 종료 보고합니다.”
관제의 응답이 올 때까지 2.4초. 그 사이 도경은 연료 게이지를 봤다. 잔량 11퍼센트. 남은 수거 3건에 필요한 궤도 이동이 불가능한 양이었다. 관제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도경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았다. 관제의 질문이 스피커를 채웠다. 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종석의 계기판 불빛이 얼굴 위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적외선 그물의 리듬과 비슷한 간격이었다. 도경은 눈을 뜨지 않았다.